허인애,  정혜숙, 이인희의 순으로 세명의 14기 후배들이 오늘 영화  ‘중앙역’을 보러왔다.
소수의 정예부대라고 할까?
아니면 엄선된 관객이라고 할까?

내가 그들을 엄선한게 아니고 그들이 나를 엄선해서
만사를 제쳐놓고 오늘 나에게로 왔다는 것이 맞는 얘기일 것이다.

홈피에서 늘 여유롭게들 이야기하고 있기에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나는 그들도 나처럼  ‘화려한 백조들’ 인줄 알았더니,  천만에….
세 사람 모두 시간을 쪼개어 쓰는 엄연한 ‘현역’ 들이었다.

“나, 너무 일찍 일손을 놓은게 아닌가?”    한순간 자책도 들었다가…
그들의 나이때에 나는 얼마나 바빴던가… 생각하니
나의 지금의 모양새도 그럭저럭 안위가 되었다.

이루어놓은 것은 없어도 물러서야 했을 때에 물러설 수 있었음이 오히려 감사하다.

인애는 정말 김을 한 보따리 갖고 왔다.
조금만 갖고 오랬더니 내 말을 조금도 안 들었다.
그뿐 아니라  관객이 많이 오면 대접하라고 카푸치노커피까지 한 상자 사왔다.
커피의 나라 브라질에서 온 내가 커피선물까지 받았다는 이야기.

약속에 너무 늦어졌다고 택시로 달려온 정혜숙.
거기가 어딘데 거기서부터 택시로 왔다네.
나는 무지 좋으면서도  
“그렇게 바쁘면 안 와도 되지….”    맘에도 없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

인희는 이 ‘중앙역’ 을 벌써 봤다고 한다.
‘중앙역’  을 아는 사람,   ‘중앙역’을 봤다는 사람을  나는 처음 만났다.
너무 반가왔다.    고맙기까지 했다.
그 마음이 너무 커서였을까?
“봤다면서 왜 왔어?”   당연히 물어볼 수 있는 이 질문을 나는 잊어버렸다는 이야기.

이 아름다운 여인 세 사람과 오늘 같이 앉아서 영화까지 본 나는
불과 한 달전만해도 이 여인들과  생면부지 알지도 못하는 사이가 아니었던가.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요.”   그랬던 우리가
이제는 언니요 동생이 되었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거기에다가 오늘 오후의 만남은 더욱 잊지못할 것이다.

단지 나이가 더 많아서 더 일찍 학교를 다녔다는 그 단순한 사실하나로
이렇게  언니라고 따라주는 후배들이 너무 고맙다.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 생길 수가 없다.  (: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