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소녀님들, 안녕하세요? (08:31 pm KST, 04:31 am PDT)

원래 반 백이 지나면 새벽 잠이 없다고 들었는데
워낙 해가 떠있는 시간이 길어서 인지 아니면
어제 일과로 고단하셔서 그런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속된 표현으로 어제처럼 "머리 쥐나지 않게"
우스개 소리로 시작해요.

제목은 요, "Here or To Go"

오늘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 덕분에 상품 탄 이야기로 시작 할까 합니다.
어떻게 보면 사실 선배님 흉보는 것 같기도 하지요. 이 분은 48년 생으로
공과 대학에서 응용 수학을 전공하셨는데 미국에서는 금융 계통으로 진출하셔서
크게 성공하신 훌륭한 금융 경영인 입니다.

지금은 다시 한국으로 귀국하셔서 어느 은행의 부 행장으로 계십니다만
사실은 지난 70년대 중반 가족과 함께 미국 시카고 지역으로 이민을 가셨을 때
이야기 입니다.

처음 도착하여 야간에는 학교에 다니며 낮에는 일하는 평범한 유학생이었지요.
공인 회계사 사무실에서 일하며 점심은 보통 패스트 후드로 때우셨답니다.

그런데 근처에 어떤 햄버거 집을 가면 그 곳 흑인 점원이 매우 친절하게는
대해 주는데 꼭 이상한 것이 하나 햄버거를 브라운 백 봉투에 넣어서는 쟁반
위에 올려 주는 것 이랍니다.

주위를 둘러 보면 다른 사람들은 그 식당 안에서는 햄버거, 후렌치 후라이
등을 그냥 쟁반 위에 올려 놓고 먹는데 이 분께는 꼭 브라운 백에 넣어서
쟁반 위에 올려 주는 것이었답니다. 그것도 약 이 삼 개월 정도를 계속
그렇게 말 입니다…….

대화 내용을 한 번 들어 보세요.

점원        :Good Morning, Sir.(보통 11시 조금 지나면 점심시간 입니다.)
                  May I help you?

선배        :(약간 더듬 더듬) Ah… Hamburger,   Ah… Cola,… Ah ..French fries

점원        :O.K. Will that be all? Here or to go? (상당히 빠르게 한 것 같습니다)

선배        :Hmmm… Yes.

점원        :(약간 언성을 높이며) Sir, Here or to go?

선배        :(혹시 내가 잘 못 대답했나 하며) Hmmm… No. No. No…

점원        :(헷갈려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Two  fifty seven, please.

하며 음식을 먼저 브라운 백 봉투에 넣은 후 다시 쟁반을 꺼내 그 위에
올려 주더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갖고 가서 먹으려면 봉투 들고 가시고
여기서 먹고 싶으면 쟁반 위에 꺼내 놓고 먹으라는 뜻이겠지요.

하여튼 이 이야기가 원래는 미주 지역에서 광복절을 즈음하여 한인회
주최 행사 중 “이민 생활 애환사” 부문의 한 소재를 재탕하였지만,
지난 98년에 MBC FM 95.9 MHz에서 이 종환과 최 유라의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라는 프로그램의 전파를 타는 덕분에 제가
상품을 타게 됐지요. 최 유라씨는 제 글을 읽다가 뒤로 넘어가는 바람에
다칠 뻔했다고 하데요.

하여튼 이 선배님의 생활 유머는 무궁 무진 합니다. 그렇게 똑똑하시고
훌륭한 양반이 어찌나 우스꽝스러운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