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으면 친구들이 먼저 생각나.

'아! 이 책을 같이 읽으면 좋겠다' 싶고 책이 좋았다는 말을 들으면 기쁨은 두 배가 된다.


7월에 함께 읽은 우종영의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도 그런 책이었다.

친구들의 지적처럼 이 분은 삶이 글이고 글이 삶인 듯 싶다.

자신의 체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라 진솔성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나무의 특성을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이런저런 일들에  빗대어 교훈을 이끌어 내는 것이 

다소 도덕적이란 생각이 들었다는 친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야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공감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현재 마음이 힘든 이웃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실제 선물을 한 친구도 있었다) 책이라며 책을 읽는 내내 위로와 격려를 받는 느낌이었다고도 했다.


살다보면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순간들이 우리들에게 있었다.

한 친구가 말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렸을 때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직장과 육아를 다 감당해야 했던 그 시절은

하루하루가 늘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위태로웠다고....

내가 아픈 것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는데 애들이 아프면 발만 동동구르며 애태우던 기억들!

버티고 견뎌내야 했던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친구의 말엔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떤 상황에서도 초 긍정 사고와 유머로 늘 웃음을 주는 친구의 강인함은 저런 견딤을 통해 단단해졌으리라.


지난 주에 동생을 영원히 떠나보내야 했던 친구에겐 지금 이 순간이 견딤의 시간일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 해 다시 동생을 보내며 힘들어 하는 친구의 아픔이 안스럽기만 하다.

가까운 이의 죽음만큼 사람을 성숙시키는 경험이 또 있을까?

친구의 눈물 앞에 그냥 가슴만 먹먹할 뿐, 위로의 말이 빈약하다.

그러나 친구야. 언제나 그랬듯 넌 이 시간들도 잘 버텨내고 더 깊어진 미소를 짓게 될거야.


인생을 등반에 비유한다면 우리는 지금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을까?


산 정상에 올라 목표한 곳에 이르렀으면 이제 남은 건 즐겁게 하산하는 일 뿐이라며 어차피 하산을 해야한다면 그동안 놓쳤던 풍경들을 천천히 살피면서 남은 인생을 의미있게 마쳐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큰 공감을 느꼈다고 한 친구가 말했다.


문득 고은의 시가 생각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대부분 친구들이 교직에 오래 종사한 경험을 살려 어떤 친구는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했고, 신앙 안에서 봉사하는 역할을 원하기도 했으며,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나눔할 방법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난? 그냥 노는 것도 괜찮다. 

인생 후반기는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여 좀 이기적으로 살기를 권한다.

나눔의 삶도 좋고 무위의 삶도 좋다. 어떤 것 만이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니지 않는가?

내 마음이 끌리는대로 그냥 살고 싶은대로 살자.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나이가 되니 남들의 시선에 영향받지 않게 되더라더군.


공부에 주목한 친구도 있었다. 

우종영이란 분은 참 대단하다. 

중졸의 학력이지만 산림기사, 수목보호기술자, 문화재수리기술자에 이어 나무의사 자격증까지 모조리 습득하였다.

하고 싶어 하는 공부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살면서 얻을 수 있는 큰 즐거움을 놓친 것이라는 말에 이 친구는 맘이 통했나보다.


'어쩌면 나이들어 점점 무력해지는 노년에도 매일매일 젊고 활기차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부가 아닐까? 그런 까닭에 나는 죽을 때까지 공부의 끈을 놓치 않을 것'이란 저자의 말에 밑줄그으며 이 친구는 말했다.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공부를 강추한다고....'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라고 덧붙였다.


'당신의 우듬지는 무엇입니까?'에 대한 친구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자신의 우듬지는 오직 가족이었다는 친구도 있었고 

사람을 사랑하는 일, 특히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품고 기도하는 일을 꼽기도 하고

누구에게나 기회는 온다. 최선을 다 한 날들이 쌓여 기회가 된다. 그 일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평생의 우듬지로 삼은 친구까지 저마다의 지향들이 흥미로웠다.


저자는 이런 말을 했다.

좋은 일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찾아오고

더 좋은 일들은 인내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찾아오지만

최고의 일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찾아온다.


청계산 원터골 입구에 서있는 디귿자 모양으로 휘어진 소나무에 관심을 보이며 보고 싶어한 친구가 있었다. 

햇빛을 향한 우듬지의 단호한 선택이 가져온 결과란다.

나무는 늘 하루가 인생의 전부인 양 선택을 단행한다며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다는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힘이 들었다는 친구가 있었다.

우리에겐 풍경인 나무가 그녀에겐 삶이요, 일이요, 짐일 수도 있었기에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는 나무를 돌보는 일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1987년 시작한 나무 농사가 햇수로 30년을 훌쩍 넘었다는 친구는

지금은 자연과 더불어 산 그 시간들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한 시간들이었음에 감사하지만 견디기 힘든 시간들도 참 많았다고 했다.

너무 힘들어 신앙의 문을 두들겼고 신앙 안에서 자신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자연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내 힘으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는 사실! 인간 계획의 허망함을 많이 경험했다.

그래서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더불어 신에 대한 의지를 더 굳건히 할 수 있었다는 친구는 이제 노년엔 신앙 안에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했다.


친구들이 꼽은 인생 나무는 어떤 나무들이었을까?


벚나무를 꼽은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지난 봄 카톡에 올라왔던 친구들이 찍은 멋진 벚꽃 사진들이 떠오른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탐스런 핑크빛 꽃송이로 화사함을 뽐내던 벚나무의 아름다운 시간이 너무 짧음을 우리는 아쉬워했는데 저자는 다른 시선으로 그 모습을 설명한다.

벚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고통을 많이 겪으며 살아간단다.

수피 안에 흐르는 맛난 수액 덕에 늘 병충해에 시달려야 하고 

온 몸이 상처투성이로 1년 내내 고단한 삶을 사는 벚나무가 

매년 봄 딱 한 차례 온 몸을 꽃으로 치장하는 것은 

고단한 삶에 대해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같은 것이라는 말이 왠지 뭉클하다.

자신을 셀프 칭찬하는 일에 참 인색했다는 한 친구는 이제라도 자신을 격려하며 살고 싶다고 했고, 지금이야말로 우리 삶을 화사하게 빛내야 할 때라며 벚나무에게 교훈을 얻는다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팥배나무를 닮고 싶었다.

천수천형! 

종류가 같다하여도 나무가 저마다 모습이 다 다른 것은 매순간을 생의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과란다.

주어진 환경이 다르니 한 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나무에겐 자신의 모습을 바꿔가며 적응하는 것이 절실했다.

나무에게 있어 적응은 가진 것을 버리는 데서 출발한단다.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본연의 모습을 철저히 버리고 그곳의 환경에 맞게 적응해야 한다. 

그런 팥배나무의 유연함이 참 좋다.


그런데 닮고 싶은 나무가 하나 더 있다. 소나무다.

소나무는 보통 나무들과 자라는 방식이 다르단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봄에 새싹을 틔우고 나면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계속 가지가 자라지만

소나무는 이른 봄부터 여름이 오기 전까지 딱 한마디만 자란 뒤 생장을 멈춘단다.

천천히 자라기를 선택한 소나무는 다른 나무들과의 경쟁을 피해 다른 나무들이 자라기 어려운 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리는 일이 많단다.

느리지만 자기만의 속도로 자라면서 경쟁하지 않는 소나무가 참 좋다.

사람도 저마다의 속도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언젠가 한비야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고산지대를 오를 때에 중요한 것은 타인에게 보조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제 속도로 오르는 것이다. 제 속도로 걷는 사람만이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이 외에도 어떤 친구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버짐나무를 추천하기도 했고 

주목에게서 잘 늙는 법을 배우고 싶어했으며

백리향처럼 향기를 뿜는 삶을 살고 싶어하기도 했다.


아! 메타세콰이어가 높게 자랄 수 있는 것은 동료들과 뿌리로 연대하여 땅을 단단히 잡고 있기 때문이라던데 그 모습이 우리 인일 12기 친구들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한 친구의 말도 빼먹을 수가 없네.

우리들이 인일 12기임을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워하며 자랑스러워 하는지....


어느 친구의 말처럼 이 책을 어느 부분을 펼쳐도 들려주는 이야기가 많아 

사는게 시들할 때 한 번씩 읽어보아도 좋을 듯하다.


다음 달엔 윤순이가 추천한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쓴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은 44편의 편지 형태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윤순이가 책을 너무 조심스럽게 추천해주었는데 내 입장에선 고맙기만 하다.

여럿이 함께 읽기 때문에 모두의 취향을 고려할 수는 없다.

아니 독서모임 자체가 다른 취향의 책을 읽는 기회를 갖고자 함이니

다른 친구들도 주저말고 책을 추천해 주면 좋겠다.

시간 상 모임에 참여하긴 어려워도 책 추천은 언제나 환영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인일 12기는 모임에 참여하거나 하지 않거나 모두 다 독서회원임일 기억하시길!!!


오랫만에 모습을 보여준 은주야 고마워!

다음 번에도 꼭 함께 하자.

어제 2차 백신 맞았다는 효숙이 며칠 쉬어야 하는 것 알지?


모두들 여름 더위 잘 이겨내고 건강하게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