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재가 노래하는 곳>-델리아 오언스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우리를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던 참 좋은 시간이었어.
우리 나이가 되면 소설은 허구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장르의 책을 더 선호하게 되잖아?
다들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며 읽는 재미에 푹 빠졌던 것 같아.
그게 이야기가 갖는 힘 아닐까?
정숙이 표현을 빌자면 꽉 찬 이야기로 인해 책 마지막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단다.
이 책은 남부 노스캐롤라이나 해안 습지마을을 무대로 부모와 가족,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고립되어 살아가는 한 어린 여자아이가 자연 속에서 혼자 살아가는 법을 익히며 여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성장소설이야.
그런데 작가의 이력이 독특해.
저자인 델리아 오언스는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연구한 생태학자야.
그녀는 오랜 동물의 연구를 통해 동물의 행동이 인간과 얼마나 비슷한지 깨닫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으며 야생에서의 깨달음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인터뷰에서 말하더라.
생태학자인 그녀의 경험이 소설 곳곳에 묘사되어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듯해.
지독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여우가 어린 새끼를 버리고 떠나는 걸 보면서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이해하거나, 섹스 도둑질을 위해 강인하고 멋지게 꾸미는 수컷과 아버지 이미지를 교차하고, 그에 속아 순결을 빼앗기는 새와 인간을 빗대어 말하고, 섹스에 탐닉한 수컷이 교미 중에 암컷에게 머리를 씹혀 죽는 사마귀 이야기를 통해 살인을 암시하기도 해.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성장소설이라기보다 생태소설이요, 동물학 소설이며, 범죄소설이면서 연애소설이기도 하지.
친구들이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을 말할 때 난 그 다양성과 풍부한 사고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숙이는 주인공 카야가 힘든 시간을 견디면서 틈틈이 회상하던, 아직 가족이 해체되기 전 엄마와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들을 떠올리던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하더군.
그 얼마 안 되는 추억들이 긴 시간의 외로움과 무서움, 두려움 속에서 작은 위안이 되는 거야. 또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을 받지 못한 탓으로 신뢰와 믿음을 배우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했어.
카야에게 거의 유일하게 도움을 준 점핑과 그의 아내 메이블을 보며 사람을 돕는 방법에 대한 생각을 했다며 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줄 아는 그들에게 감동을 받았다고 했어.
윤순이도 적극 공감하며 이 책을 읽는 내내 흑인인 점핑이 백인사회에서 살면서 보여주는 삶의 태도가 마음 아프면서도 인상에 남는다고...
카야가 그런 환경에서 멋지게 성장하는 것은 소설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일 거라고 하며 현실에서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냐고 반문하면서, 자신이 교직생활하며 만난 아이들 중에 도움이 절실한데 알아 봐 주지 못하고 손을 잡아 주지 못한 아이는 없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고 하더라.
아, 정말 이런 선생님은 퇴직 없이 계속 교직에 머물도록 해야 하는데 그건 윤순이에게 너무 가혹하려나?
정인이는 역시나 공간과 시간에 대한 통찰을 하더군.
5~60년대 시대적 상황에서 습지를 배경으로 한 작가의 탁월한 환경 설정에 높은 점수를 주며 습지가 이야기의 맛을 살렸다고 하는데 나도 인정.
아울러 정인이는 인간은 고립되어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존재임을 지적하면서, 카야가 인간들을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어하던 간절한 욕망을 체이서와의 관계에서 보았다고 했어.
옥규는 생태학적 측면으로 이 소설을 읽은 것 같아.
노스캐롤라이나 해안 습지에서 우리나라 새만금 지역을 떠올리며 습지를 경제학적 측면에서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답답함을 느꼈대. 습지를 매립해서 개발해야 할 쓸모없는 땅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정치와 경제의 논리에 밀려 변해가는 우리 해안의 모습과, 그곳을 생활 터전으로 삼아 살아왔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는 뒷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며 안타까워했어.
정화는 작가에 주목하며 70의 나이를 바라보는 사람이 어떻게 사랑의 감정과 섹스 장면을 그렇게 섬세하게 묘사하는지 마음이 떨리며 설레는 기분을 느꼈단다.
작가가 생태학자이자 동물학자인 것도 영향이 있었을 거라 생각해.
영숙이 역시 인생 70에도 뭘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 같아 자극을 받았다며, 무엇보다 친구들이 살아온 인생 경험에서 다양한 감상을 말하고 듣는데서 책읽기를 완성한 느낌이라고 했어.
연희는 가끔 책을 읽지 않고 참석할 때도 있지만, 여기서 듣기만 해도 책을 한 권 읽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단다.
연희 말이 맞아. 꼭 책을 읽지 않았어도 우리가 자신의 삶 속에서 체험한 경험과 느낌만 나눠도 좋지 않니?
난 개인적으로 인숙이의 감상이 참 흥미로웠어. 이 책은 1부 습지와 2부 늪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습지가 빛의 공간, 생존의 공간이라면 늪은 어둠의 심연, 절망의 구렁이를 의미해. 작가도 말했듯이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은 늪에 빠진 시기를 지나는데, 카야를 통해 작가는 인간은 생존을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강인함을 지닌 존재임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그 점에서 한국판 책의 표지는 크게 실망스럽다는 거야. 그래서 출판사에 자신의 의견을 메일로 보냈다는데 그 내용이 좋아 아래에 첨부한다.
이번에 독서모임에 처음 와 준 친구들이 있었어.
명희와 명숙, 영서야
명희는 퇴임 후 얼굴이 더 환해지고 예뻐졌네.
명숙이는 한때 책을 엄청 읽었고 그래서 이 책을 세 줄로 요약하는 내공이 상당했어.
부엌 숨겨진 장소에서 목걸이와 시를 발견하고 그 시에 쓰여진 세 줄이 이 사건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세 줄의 시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한 친구들 있니?
그럼 한 번 이 책을 읽어봐. 재밌을거야.
늘 고운 미소를 짓는 영서도 독서 모임에서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왜 이 책의 제목을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 했을까?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어떤 곳일까?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란 작가의 엄마가 늘 작가에게 말했던 곳으로 숲 속 깊은 곳, 야생동물이 가장 야생동물답게 살 수 있는 곳을 의미한대.
글 말미에 테이터가 카야에게 한 말을 우리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갈 수 있는 한 멀리까지 가 봐. 저 멀리 가재가 노래하는 곳까지”
“갈 수 있는 한 멀리까지 가 봐. 네 안의 경계를 넘어 가재가 노래하는 곳까지”
------------------ 인숙이 메일
보낸 사람 : "김인숙"
보낸 날짜 : 2019-09-07 11:13:09 ( +09:00 )
받는 사람 : 살림출판사 <book@sallimbooks.com>
참조 :
제목 :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 표지에 대한 의견
귀사에서 번역 출간한 델리아 오언스의 소설『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소설의 내용을 보며 책을 잡자마자 소설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소설은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뿜는 문장력이 돋보였는데, 이는 당연히 원작자의 탄탄한 필력이 기초가 되었겠지만 번역자인 김선영씨가 원작을 정확하고 섬세하게 번역하여 원작의 의미를 독자에게 아주 잘 전달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독자로서 귀사가 낸 번역본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표지를 보고 상당히 의아했습니다. 먼저 원작 소설과 귀사의 소설 표지를 비교해 보죠.
<원작 표지>
<우리나라의 표지>
원작의 표지를 보면 주인공 카야가 홀로 카누를 타고 노를 저으며 대양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을 등지고 있는 카야의 뒷모습은 고립(isolation)과 쓸쓸함, 고독이 연상되지만 한편으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담대함이 느껴집니다.
귀사의 표지를 보면 카야가 새의 깃털을 들고 반디불이에 둘러싸여서 습지의 가장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는 마치 카야가 동화 속에서 꿈을 꾸는 낭만적인 문학소녀처럼 보입니다. 귀사에서 일러스트 작가에게 이런 표지를 부탁한 것인지 아니면 일러스트 작가가 소설을 보고 이런 표지를 그린 것인지 모르겠네요.
이 그림은 원작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재판할 때 제 의견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2019년 9월 7일 독자 김인숙 올림
김인숙 선생님
좋은 소설에 귀한 의견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리커버 표지 진행 검토 중입니다
김선형 번역가와 함께
새로운 표지안을 구상 기획 중으로
해당 작업자에게 전달 반영하여
더 좋은 표지가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보내주신 귀한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계속하여 델리아 오언스의 오래 전 절판작 <야생속으로>
재출간 도서까지 관심 주시기 바랍니다.
(주) 살림출판사 상무 김 광 숙
국립현대미술관 옆에 있는 100년 된 소나무
사람보다 낫지?
끝나고 나오는 친구들~
모임 이모저모
식당에서
끝나고 바로 근처에 있는 금호미술관으로 갔다.
바우하우스 전시회
식당을 나와 담에 있는 글씨
이거 무슨 글자니?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오면 건물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이타미 준의 건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실이 텅 비었고 주인이 매물로 내놓은 상태라고 한다.
문은 다 잠겼고
알 수 없는 간판이 있고
그래도 꽃은 피고. 정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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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정리하느라 숙희가 고생했네. 그런데 살림출판사에서 보내온 답신을 네게 보내면서 실수로 원본에 없는 말을 넣어서 보냈네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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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 델리아 오언스가 생태계의 현상에 대한 묘사가 충격적이게 사실적이면서도 시적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던 표현 중에 하나는 155쪽 끝 단락이야.
"바로 그때 한 줄기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쳐 수천 장의 노란 시카모어(확인해 보니 프라타너스였어) 낙엽이 생명줄을 놓치고 온 하늘에 흐드러져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을의 낙엽은 추락하지 않는다. 비상한다. 시간을 타고 정처 없이 헤맨다. 잎사귀가 날아오를 단 한 번의 기회다. 낙엽은 빛을 반사하며 돌풍을 타고 소용돌이치고 미끄러지고 파닥거렸다. "
작가의 이 표현 속에는 영혼을 흔드는 강한 힘이 담겨있지만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와 모닝커피 한 잔에 잔잔하게 떨어지는 낙엽을 감상하면 좋을 것 같아서 영상 하나 첨부할께.
https://www.youtube.com/embed/oT8weR257zg
늘 그렇지만 어제 독서 모임 정말 좋았어.
가면서 난 달콤하게 생각한단다.
정숙이가 오늘 무슨 말을 해 줄까 하고 말이지.
오늘 정숙이가 담담하게 이야기할 때 난 너무나 편안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어.
핵심 내용을 짚어가며 아주 편안하게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고,
어쩜 저런 좋은 생각을 할까? 이런 생각도 들었고.
말할 것도 없이 이 모임을 이끄는 숙희의 그 놀라운 자세에는 늘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걔는 어쩌면 또 그렇게 친절한 성품을 가졌는지.
이런 생각도 했어.
이렇게 친절한 사람이 내 옆에 있었다면 난 좀 더 착한 사람이 됐을 것 같다 이런.^^
소설의 미학이랄까 전개로 볼 때 난 좀 아쉬운 마음도 많이 있었어.
물론 아주 재밌게 읽었어.
하지만 우연의 연속이라든지, 좀 지나칠 정도로 극단적인, 비현실적인 상황이나, 추리소설의 방법을 사용했지만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방향으로 몰고가는 권선징악적인 전개는 좀 아쉬웠던 게 사실이야.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데 또 모든 것을 다 가진 주인공의 캐릭터가 주는 혼란함도 있었어.
시가 많이 인용되어 좋긴 했지만 어떨 땐 무리다 싶은 부분도 있다고 느꼈어.
난 영화나 소설을 볼 때 미리 작가에 대한 것이라든지 내용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해 거의 찾아보지 않아.
책을 보다가, 혹은 다 본 다음에는 찾아보기도 하지만 그렇게 시작하고 싶지 않거든.
그건 마치 맛있는 걸 끝까지 내 느낌으로 맛보고 싶다 뭐 이런 마음일지도 모르겠지만,
선입견을 갖고 싶지 않다는, 내가 그냥 생각하고 느끼고 감동하거나 혹은 판단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일 거야.
하지만 그래서 읽기가 끝나고 나면 많은 궁금증이 생기지.
그런데 이 모임에 오면 친구들이 왕성한 탐구력으로 조사해 내가 모르는 것을 거의 다 얘기해 주더라.
작가나, 시대적인 배경이라든지, 지리적인 배경이라든지....
그러면 내가 읽은 내용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곤 해.
퍼즐이 맞은 듯한 느낌도 들고 말이지.
작가가 7년 동안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아프리카 무지 넓은 지역에서 파트너와 둘이 지냈다는 이야기는 이 소설 또는 소설가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주었어. 아하! 하고 말야.
어쨌든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습지, 갯벌, 늪지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했어
작가의 숨겨진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잘 모르겠다만 어쩐지 그런 의도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내맘대로 했어.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여섯 살 아이도 습지나 늪지에서는 살아날 수 있다.
몸을 숨길 수 있어 위험으로부터도 피할 수 있고, 갯벌이나 바다에 나가면 먹을 게 있다.
이게 주는 메시지가 많은 독자에게 큰 영향을 줄 것 같았어.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서 말이지.
말도 안 되는 생각인지 모르지만 어차피 각자 나름대로 생각하는 거니까 나는 그랬다고.
그래서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한 거야.
작가가 책을 세상에 내놓을 때는 정말 그냥 내놓을 것 같아.
너희들이 알아서 읽어라.
그리고 궁금할 것 같아.
내 책을 누가 읽을까? 어떤 삶을 살아 온 사람들이 읽을까? 무슨 생각들을 할까?
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그래서 그 속에서 우리는 자유롭게 생각을 하고.
그냥 생각해 봤어.
그날 내가 친구들한테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자기가 경험한 또는 아는 점핑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
인숙이가 편집자와 나눈 편지는 충격이고 감동이었어.
행동하는 자, 세상을 바꾼다 바로 이것 아니겠니.
청소년 로맨스 소설의 느낌이 드는 그 표지화에 대한 인숙이의 지적을 만약에 작가가 알았다면 무척 기뻐했을 것 같아.^^
또 인숙이는 저번에 친구들이 준 강의료를 다시 친구들에게 줘 그 돈으로 점심도 먹고,
차도 마시고, 전시회 관람도 했으니 또 이 고마움을 어찌 말로 하겠니?
고맙고 미안하구나!
우리가 이렇게 좋은 시간을 만들 수 있어서 좋다.
친구들 모두에게 고마워하며 다음 달 모임을 기다린다.
10월 독서 모임
일시: 10월 15일 화요일 11시
장소: 정독도서관
읽을 책: 습의 시대-이현준, 황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