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책장을 바라보다가 책을 정리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책을 무조건 빼기 시작했어.
두 개 정도 책장의 책을 다 뺐어.
저쪽 벽을 그야말로 벽으로 쓰자 이렇게 말이지.
이혜숙이를 생각했지.
혜숙이네가 카나다에서 10년 목회활동을 하며 지내다가 다시 한국으로 와서
창영동 헌책방 골목에 자리잡았다는 얘기를 전에 들었잖아.
그 얘기를 들으면서 아! 어서 가 보고 싶다 했거든.
우리는 고등학교 때 헌 참고서를 사러 거기에 가곤 했었지.
나도 고 2 때 거기 가서 참고서를 산 기억이 있어.
혜숙이에게 연락했더니 아무 걱정 말고 그냥 그대로 두라고 하더라.
나는 이 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쌓아 놓았거든.
만지지 말고 그냥 쌓아 놓으면 신랑(혜숙이 표현^^)이 가서 다 묶어서 갖고 올 거래.
그리고 어느 날 일 끝나고 부부가 우리 집에 오셨어.
와! 뭐냐? 이 부부의 아우라는 정말~~~
남편 혼자서 너무나 조용히 착착착 묶어서 갖고 가셨어.
신랑이 일 할 동안에 혜숙이랑 나는 차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고 말이지^^.
요즘 다시 찬찬히 천천히 읽고 보고 있는 <나무를 심은 사람>에 이런 대사가 나오지.
-이 사람은 자기의 인생을 찾은 사람이야-
이 부부를 보니 그 대사가 생각나더라.
우야든동 우리 신년회가 있던 날 그 골목을 찾아갔단다.
읽고 싶은 책 잔뜩 사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자던 모습 그대로 인천으로 갔지.
연안부두에 가서 목욕도 하고, 어시장에서 이것저것 사고,
인천 간 김에 바지락 칼국수도 먹고, 그리고 창영동으로 갔단다.
혜숙이네 서점 이름은 <삼성서점>
그 유명한 아벨서점 바로 옆에 있더라.
굉장히 넓고 정리가 잘 되어있더라.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품위있게 정리되어 있었어.
거기서 시낭송회도 했대.
구석에는 남편이 연습하는 기타도 있었어.
신년회 모임에 와야 하기 때문에 그냥 서가를 한 번 휘둘러 보기만 하고
자세히 보지는 못했어. 책도 고르지 못했고.
시간 내서 큰 가방 들고 한 번 가야지.
친구들아!
집에 있는 책 정리는 해야 하는데 도대체 엄두가 나지 않아 그대로 두고 있는 친구나,
자식들이 보던 책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친구나,
그야말로 벽을 벽으로 쓰고 싶은 친구 있으면 이혜숙에게 연락해 봐.
서로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말이지.
우리 거기서 번개로 작은 음악회나 시 낭송회 하면 좋겠더라.
앉을 자리는 없지만 책장에 기대 서서 들으면 좋을 것 같아.
부부가 모두 그런 마음이 있어서 충분히 가능할 거야.
아! 생각만 해도 좋다.
책 냄새 속에서, 넉넉한 품성의 주인 부부와, 그저 만나면 반가운 우리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시를 읊고, 듣고.....
(이혜숙 010-6880-6860)
?
이사를 하면서 제일 처치 곤란한 것이 책이었어.
아까워서 혹은 추억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끙끙거리며 끌고 다닌 공이 아까워서 또 주워 담고 ~
이 집으로 이사오면서 거짓말 좀 보태서
쌓아놓으니까 작은 동산만큼 되는 책을 다 내다 버렸어.
재활용으로 수거해 가라고 내놓은 것이지.
책장을 거의 다 비워 놓았지.
속이 후련하면서도 서운했던 기억도 잠시였어.
언제 비워두었느냐 싶게 책장엔 다시 책이 가득해졌네.
어떤 칸은 아예 두 줄로 정렬을 했어.
이것도 욕심의 산물이겠지?
이번 신년모임에 혜숙이가 나와서 반갑게 만났어..
트레이드 마크가 된 혜숙이의 미소.
정말 아름답게 빛나더라.
어떻게 살았느냐고 묻지 않아도 저절로 알 수 있을것 같았지.
내가 감히 그녀를 친구라고 부를 수 있다니 ~
이런 마음이 들었어.
지금 내 책꽂이에는 허접한 책들만 즐비하게 있어서 내어놓기도 부끄럽네.
그래도 하루 날 잡아 정리해 봐야겠어.
대전 사는 친구들과 의논해서 같이 해 보도록 할래.
늘 좋은 곳으로 시선을 두는 옥규가 있어서 좋구나.
혜숙이네 책방으로 추억 여행도 떠나고 싶다.
책정리는 요즘의 제 화두이기도 해서 이런저런 방법을 찾고 있는 중에 옥규씨 글제목을 보니 눈에 쏘옥 들어오는군요.
어쩌면 이렇게 때도 잘 맞춰 글을 올렸을까 싶어요.
이 나이 쯤 되니 비슷한 고민하는 친구들도 많을 듯 해서 동기회 밴드에도 옮겨두었습니다.
조만간 들러봐야겠어요.
멋진 모임장소가 생긴 후배님들이 부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혜숙씨께도 세우신 뜻이 잘 이루어지길 바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