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키나와 여행 에피소드 1
우리 친구들이 오키나와 여행에서 겪었던 여행 이야기를 짧게라도 한 두 가지 소개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다.
츄라우미 수족관 구경을 마친 후 돌고래 쇼를 관람했을 때의 이야기야.
우리 친구 순복이가 우리 여행 전에 사전 답사 겸 지인들과 오키나와 여행을 했었다는 얘기는 들었지?
순복이가 돌고래 쇼는 야외에서 진행되니까 두꺼운 점퍼가 필요하다고 했잖아?
그래서 우리 친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중무장 한 채로 돌고래 쇼를 관람했는데 글쎄 바로 내 앞에 앉아 있는 청년은
반팔 차림으로 오들 오들 떨면서 쇼를 관람하고 있지 뭐니.
한국인 같아 보여서 내가 한국어로 "춥지 않아요?" 하니까 그 청년이 곧 바로 "추워요~" 하더라고.
가지고 있던 숄을 걸치라고 주니 한 차례 사양하더니 "고맙습니다" 하면서 받더군.
다시 한 번 우리 친구 순복이가 고마웠던 순간이었어.
순복아! 덕분에 따뜻한 여행이었다.
?
내게도 재미있고 황당한 에피소드가 있어.
우리 여정의 마지막 저녁 식사는 호텔에서 하는 거였지?
그래서 우리는 얼른 방에 가서 식권을 챙겨 내려오기로 했고 말야.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부지런히 우리 방으로 갔단다.
다들 방문이 굳게 닫혀 있는데 어라?
깨끗하게 잘 정돈된 방의 문이 활짝 열려 있는거야.
분명 우리가 묵었던 848호가 맞는데 왜 열어 놓았지?
들어가 보니 우리 방이 분명했어.
화장대 위에 늘어놓은 소지품도 그대로 있고
가방이며 옷가지며 다 제자리에 가지런히 있었어.
찻잔으로 어지러워진 테이블 위에 놓아 둔 1불짜리 지폐까지 그대로 ~
일본 호텔에서는 팁을 받지 않는다고 했지만
너무 많이 어지른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놓아둔 것인데 안 가져 갔더라.
암튼....
이게 뭔 일인가 황당하고 기가 막혔지.
옆방에 묵었던 친구들도 놀라서 야단이었고 ~
식당에서 가이드를 조용히 불러서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호텔측에 알아보라고 했어.
아직 나가지 않은 방을 왜 그렇게 활짝 열어두었는지 말야.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가이드가 호텔 매니저를 데리고 왔더라.
매니저는 시종 고개를 조아리며 죄송하다고 헸어.
우리 방을 치운 메이드는 나이가 많은 할머니들이었대.
청소를 마친 후에 방문 밑에 끼워 두었던 나무 조각 빼는 것을 깜빡 잊었대.
그걸 빼야 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잠기는 거지.
깜빡 잊고 그랬다는 데 뭐라고 하겠니?
없어진 물건도 없으니 별로 문제 삼을 것도 없었어.
괜히 우리 때문에 할머니들이 많이 난처해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고 ~
그래도 가이드 마음은 그게 아니었나 봐.
어떤 형태로든 죄송한 마음을 표현하라고 매니저를 다그쳤어.
덕분에 우린 그 호텔에서 쓸 수 있는 500엔 짜리 상품권을 2장 얻었단다.
그걸 가지고 수퍼에 가서 자색 고구마칩으로 바꿨지. ㅎㅎ
한 봉지에 260엔 정도 하는 바람에 가지고 있는 동전을 다 털어 4 봉지 사서
룸메랑 2봉지씩 나누어 가졌단다.
방문 활짝 열어 주고 얻은 여행 기념품 ~ ㅋ
맛도 못 본 것이지만 그냥 있는 돈에 꿰맞추느라 아무거나 들고 온 건데
막상 먹어보니 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은 것이 고소하고 바삭바삭 ~
한 봉지를 대전 모임에 들고 나가서 절찬리에 나눠 먹었어.
한 봉지는 아직도 창고에 고이 모셔 놓았단다..
아이들이 설 쇠러 오면 같이 먹으려고 ~ ㅎㅎ
우리가 보통 여주라고 하지만 내 어렸을 때는 유주라고 불렀어.
일상으로 먹는 건 아니었지만, 잘 익어 아주 커진 것은 속에 붉은 씨앗 과육이 있어 달게 먹었던 기억이 나.
올해 내 밭에 누가 준 여주 씨앗을 심었는데 도대체 모양이 보이지 않았어.
그런데도 어찌나 강한 약 냄새를 내던지 이 쯤에 있나 보다 생각했지.
나중에 밭을 거두며 보니 똑 손가락 크기의 여주가 여기 저기 매달려 있더구나.
이번에 오키나와에 갔더니 여주를 재료로 한 음식이 많더라고.
쓰지도 않았고, 마치 우리가 배추나 호박을 사용하는 것처럼 여주를 식재료로 사용하더라.
여주를 보면서, 먹으면서 어린 시절 그 골목을 생각했어.
가난했지만 집집마다 앞마당에 작은 꽃밭을 갖고 있고,
이곳 저곳에서 분꽃이 피던 그 골목 말이지.
경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