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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시>

크리스마스 꽃으로

이정원

그대들, 알고 있나요.

단발머리 우리의 웃음이 삼년 동안 머물렀던

인일의 교목이 대나무이고 교화가 개나리인 것을.

대나무 잎에 앉은 바람이 개나리의 꽃가지가 되고

초여름 줄장미의 넝쿨로 이어져 국화 향기에 맘 설레던

원형교사의 햇빛 반짝이는 창문들.

그 기억이 늦가을 강물처럼 차고 맑게 영글어

한 해를 닫아야 하는 문 앞에서 서성이는 오늘.

한발 한발 다가와 어느새 가슴으로 파고든 따스한 손을 잡고,

사십 년 전 울타리를 떠난 우리가

각자 삶의 여정에서 모아들인 기쁨과 슬픔들을

빨강과 초록으로만 말하는 포인세티아-크리스마스 꽃으로 피워

눈밭을 달리는 사슴처럼 마냥 신이 나도 좋은,

바로 그런 저녁인 것도 알고 있나요.

지금은 너무 커버린 바닷가의 한 도시에서

언젠가는 돌아와 만나겠노라 분수가 자갈돌에 남겨두었던

고운 이야기들을 되살려 축제의 불꽃으로 터뜨린다 해도

누구 하나 말릴 이 없는, 그래서 마음 놓고 춤추어도 좋은

그러한 저녁이라는 것 또한.

일생에 단 한 차례 꽃을 피워 목숨을 마무리하는 대나무와

잎보다 먼저 얼굴을 내미는 꽃으로 봄의 전령사가 되는 개나리.

제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강인하고 절개 있으며 소박하고 희망찬 그들의 상징을 받아들여

예까지 온 우리야말로, 천년 미추홀의 딸들이

되고도 남는다 여기지 않나요.

파도에 쓸리고 또 쓸려도 끝내 보내지 못한

아니 결코 보내지 않은 단 하나의 이름, 인일을 이제는

가슴 저린 우리 그리움의 화신이라 일컬어도 되지 않겠나요.

흘러간 시간과 상관없이 무조건 아름다운 그대들이여.

그러기에 열두 다발 크리스마스 꽃으로 피어도

정녕코 모자람이 없을 그대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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