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캘리포니아 양귀비/ 김옥인
여름내 무리지어 뽐내던
캘리포니아 양귀비.
이름처럼 생소한 주홍빛깔이
어느 날부터 정원사의 삽뿌리에 흩어져 보이지 않더니만
가을이 깊어가는 이즈음
웅덩이 가상의 흙더미 속에서 홀연히 나타내는 모습이
여름때 보다 고고히 아름답구나.
이제 겨울이 오면 어떻게 지낼거나..
내, 정원사에게 흙더미를 그대로 놔 두라 하리?
빈 씨주머니가 보이는 걸 보니
너의 씨들이 저기 저기 날라가 자리를 잡았나 보구나.
그리하여 너의 모습이 초연한 것을.
그래, 내년에 또 보자.
나의 고귀한 캘리포니아 양귀비.
California Poppy 가 여기선 내 생일쯤 (4월 )에 만발하는데
거기선 가을에 피나?
언젠가 또 다시 그곳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옥인이네 전원에 꼭 가 볼꺼야......
오늘 아침에 바닷가 나갔었는데
햇살이 얼마나 따가운지 한 여름같았어....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날이 오길...
여기서도 California Poppy 가 여름철에 제철따라 무성하게 피어나는데,
올 여름 담을 허물면서 양귀비화단이 파헤쳐진 다음 꽃무리들이 사라지고
드문 드문 다른 꽃들 사이에서 보였었어요.
그런데 다른 쪽 땅속에서 돌을 찾느라고 파 놓은 웅덩이 가에
이렇게 뒤늦게 나타난 것들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요.
제 철이 아니라서 더욱이나 돋보인 것이겠지요.
어느새인가 윗쪽의 땅이 이곳에 옯겨와 졌었는가 보아요.
헤르만 헤세가 정원일을 하며 자연과 친근하게 사색하며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썼었다는 것이 이제서야 실감나요.
선배님 일행께서 이번 스위스방문시
헤세가 살었던 루가노 호숫가 동네를 다녀오셔서 감명이 깊었었지요?
엘에이의 따가운 햇살이 상상됩니다
저도 선배님도 건강하여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요. 안녕히...
Franz Schubert: String Quartet No. 13 in A minor (the Rosamunde Quartet), D. 804, Op.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