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뭐니뭐니  해도  우편함에  청첩장이  쌓임으로써  가을이  왔음을  실감케한다.
2015년  9월  12일  토요일,
오늘도  3개의  결혼식  중  꼭  참석해야  할  서울  성북동  길상사  근처에  있는  덕수교회를  찾았다.
친구가  오랫동안  몸  담았던  교회임에도 오기는  처음이다.

 


호젓하고  한적한  성북동길을  길을  끼고  오르는  교회가  가을바람  속에  아담하고  예쁘다.
식이  열리는  본당앞에  친구가  예쁜  한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눈에  확  뛴다.
올라가니  친구  남편이  둘째  딸에게  엄마  인일여고  친구들이다  라고  소개를  하니  딸이  인사를  하며  빙그레  웃는다.
아마  너무  많이  들어서  "아줌마들에  대해   잘  알아요"라는 친근감의  표시이리라.
이런저런  덕담이  오가는  중에
친구가  편지를  우리들  손에  쥐며  "내  성의야"  한다.

 

 

웬  편지일까  라며
아직  식이  시작되려면  30분이상이  남았기에  편지를  뜯어  본다.
그리고
손으로  또박또박  써  내려간  편지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멋진  딸을  시집  보내면서"  라고  서두를  꺼낸  친구는
딸의  혼수를  장만하면서  마치  자기  자신이  시집을  가는  것처럼  들떠있었던  기분
한켠으로는  돌아가신  엄마생각에  마음 아팠던  순간들....
그리고
딸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하늘의  달이라도  따서  주고싶었던  딸이  사춘기를  겪으며  변모하는  모습에  가슴  아팠던  시절....
성년이  되어서는  사랑을  해도  걱정  안해도  걱정이었던  딸이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는데  막상  슬픈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라며
이런  내  마음을  같이  해주고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해  주어서  고맙다는  편지다.

 

 

이런  감사의  손편지를  친구는  딸을  보내면서  몇  통이나  썼을까?

중학교때부터  친구인  그녀에게서  편지를  받아  본  것이  처음인  나는  충격이었다.
그리고  친구의  결혼과정을  지켜본  나로서는  십분  이해가  되기도  했다.
대학원  1학년  때  독일어를  배우러  학원에  다니던  중  같은  수강생이던  경기고등학교  1학년인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누나는  내여자"라는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그들은  치열하게  사랑을  했고  시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유학가는  남자를  따라  가  혼인신고만  하고  살기  시작했으니
곱게  키운  딸  혼수  하나  제대로  챙겨주지  못  한  친정어머니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식장에서도  친구는  울었다.
요즈음  추세가  엄마대신  아빠가  운다는데
엄마는  울어서  눈이  빨갛게  부었고  아빠는  얼어서  경직된  표정이다.
다만  예쁜  신부만이  생글생글  웃고  있다.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고  흔히  말하듯이
티없이  맑은  신부의 해맑은  모습이  빛나고  있다.
저런  아름다운  신부를  키우기까지  어머니의  기도와  한숨이  얼마나  많았을까?
내  친구가  정말  멋진  어머니였음을 

나는  그  날  그녀의  손편지를  읽고  처음  알았다. 

 

오늘은  모든  것이 

신부  어머니의  기도와  바람대로  펼쳐졌다.

가장  아름다운  가을이 

삽상하게  부는  바람조차  가슴을  설레게하고  하늘은  또  왜  그렇게  높고  푸른지....

인생의  첫걸음을  떼는  젊은  한쌍을  축복하고  있다.

 

그리고  친구  예식장에  가서  얻는  또  다른  즐거움은  친구들을  만난다는  사실이다.

바람같이  왔다  바람같이  사라진  유순애가  급하게  찍었을  한장의  사진속에  친구들이  얼마나  반가왔는지  모른다.

나와  같은  시기에  다리를  다쳐  투병생활을  같이  한  애정이,

내일  먼길을  가야함에도  인천에서  달려온  영수,

오늘  결혼식을  위해  옷까지  사입고  왔다는  명제는  시어머니  병수발에도  여전히  재치가  넘치고

외무부에  근무하는  아들을  둔  정렬이는  예쁜  그리스  며느리때문에  행복하고

미국에서  21일동안  힘든  산행을  마치고  씩씩하게  돌아온  옥화

이제  큰일  다  마치고  편안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승자,

석달  어머니  간병에  녹초가  된  옥선이

요즘  한참  고전무용인  춘앵무에  빠져있는  금순이.

직접  오지는  못했지만  이곳의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을  건순이와

애틀란타의  혜원이.

오랜만에  여고시절로  돌아가   행복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