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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이 영화를 보려고 한다.
미국은 워낙 큰 나라라서 엄청난 길이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 한다.
가로로 세로로.
이 영화는 실화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한다.
얼마 전에 장 마크 발레 감독의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매우 인상적으로 보았는데
역시 그 감독의 작품이라 한다.
간단한 내용은 네이버에서 옮긴다.

-가난한 삶, 폭력적인 아빠, 부모의 이혼으로 불우했던 유년 시절을 지나
엄마와 함께 행복한 인생을 맞이하려는 찰나,
유일한 삶의 희망이자 온몸을 다해 의지했던 엄마가 갑작스럽게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엄마의 죽음 이후 인생을 포기한 셰릴 스트레이드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파괴해가고…
그녀는 지난날의 슬픔을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수 천 킬로미터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극한의 공간 PCT를 걷기로 결심한다.
엄마가 자랑스러워했던 딸로 다시 되돌아가기 위해.. -
엄마와 함께 행복한 인생을 맞이하려는 찰나,
유일한 삶의 희망이자 온몸을 다해 의지했던 엄마가 갑작스럽게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엄마의 죽음 이후 인생을 포기한 셰릴 스트레이드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파괴해가고…
그녀는 지난날의 슬픔을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수 천 킬로미터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극한의 공간 PCT를 걷기로 결심한다.
엄마가 자랑스러워했던 딸로 다시 되돌아가기 위해.. -

비록 영화 속이지만 같이 걸으면서 그것을 느끼고 싶다.
어떤 것이라도 그것이 지극하면 어딘가에 닿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며.
이 영화를 본 후 즉시 인터넷으로 책을 신청했다.
영화를 보면서 뭔가 좀 미진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고,
이 기가 막힌 행보를 2시간짜리로 축약한 영화로만 보기가 아까웠기 때문이다.
보통 책과 영화를 병행하지는 않는 편인데,
이 영화는 원작에 매우 충실하게 만들어졌다고 느꼈다.
그녀가 걸은 거리 4285Km!
더구나 어이가 없는 것은 그녀는 이전에 산행이나 트레킹 경험이 없었고,
장비도 새로 산 것이고, 구두는 작았고, 심지어는 사용설명서도 채 읽어보지도 않고 출발했던 것이다.
게다가 무지막지하게 쑤셔 넣은 베낭의 무게란....
이 책은 550쪽으로 번역이 되어있지만 하룻저녁 후딱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간결, 담담하게 쓰여 있다.
극단의 고통 속에서 그야말로 짧은 메모 정도를 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깊은 사유나 멋드러진 표현을 기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그럴 필요도 전혀 없었을 것이다.
본질이 아닌 것을 버리고, 자신의 고통 속에 자리잡은 참 자기를 찾기 위한 몸부림치는 여정이었기에.
하지만 결국 고통으로 채워진 이 여행 자체가 사유고 철학이며 예술이며 인생이 된 것이다.
존경심을 느끼며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옮긴다--
마침내 내가 긴 여정을 끝내고 하얀색 벤치 위에 앉아 있을 때, 난 앞으로 벌어질 이런 일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내가 해냈다는 사실 외에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은 없었다.
내가 정말로 해냈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충분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으면서도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
그것은 마치 나의 밤과 낮을 채워주었던 <공통된 언어의 꿈>에 실린 글 하나하나가 가진 뜻과 같았다.
이제는 더 이상 텅 빈 손을 휘저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고,
저 수면 아래를 헤엄치는 물고기를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의 인생처럼 나의 삶도 신비로우면서도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고귀한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내 곁에 있는 바로 그것,
인생이란 얼마나 예측 불허의 것인가?
그러니 흘러가는대로 그대로 내버려둘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