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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피아노 독주회를 다녀 왔습니다.

정재원입니다!!!

 

그녀의 학력과 수상 경력, 그리고 스펙은 여늬 유명 피아니스트 만큼 됩니다.

아니 넘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연주회에 간 것은 그녀의 화려한 이력도 좋았지만

어제 연주하겠다는 레파토리가 무척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전반부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8번이고

이어서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2번입니다.

둘 다 두 작곡가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곡이라서

저를 자극했습니다.

 

이어지는 후반부의 곡은

서울대학교 작곡과 이신우교수(저는 처음 알게 된 선생이에요^^)의 창작곡과

모리스 라벨의 피아노곡 <밤의 가스파르>를 전 곡 다  들려주는 순서입니다.

 

후반부의 곡들은 전반부와는 분위기가 매우 달라서

그 조화로움을 어떻게 가져가나 자못 기대가 되어서

음악회장을 찾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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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프로그램을 말씀드린 것처럼~~~

어제 베토벤의 28번으로 문을 엽니다.

 

베토벤의 서른 두 곡의 피아노곡은  그의 인생을 담아 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그의 나이 초기부터 죽기 직전의 후반기까지 골고루 썼습니다.

그의 피아노곡은 대개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누는데

이 곡, 28번은 후기의 첫번째 곡입니다.

 

전에는 29번과 더불어 햄머클라비어 소나타라고 명명했었는데

지금은 29번만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28번은 표제가 없습니다.

 

이 곡은 베토벤이 귀가 많이 멀어서 소리가 잘 안들리므로

손편지로 그와 대화를 하곤 했던 시기에 작곡된 곡입니다.

그렇게 힘든 시기에 만들어진 곡이어서

격정적이고 화려한 초기와 중기의 소나타에서는  볼 수 없는

고요함과 서정적인 부분이 잘 묻어나 있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피아노 곡입니다.

저도 28번을 31번과 32번 만큼 많이 들었고 좋아 합니다.

그런 28번을 어제 연주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부분은 아주 조용하고 얌전하게 들어 갑니다.

1악장은 전반적으로 그렇습니다.

베토벤의 차분한 마음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몸도 힘들고, 삶에도 지친 베토벤이지만

조용히 묵상을 하면서 피아노의 선율에 빠지게 하더군요^^

저는 1악장의 고요함이 너무 와 닿습니다.

그러면서 2악장은 조금 빠르게 달아오르면서 점점 격해집니다.

 

이 곡에서는 3악장이 아다지오로 시작을 하는데

보통의 소나타 형식에서의 2악장과 비슷합니다.

4악장까지 연이어서 칩니다. 4악장은 보통 빠르기로 연주합니다. 

 

이곡을 듣노라니 베토벤의 삶의 관조가 느껴지고

힘들어도 죽을 때까지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가 멀고 세상 속에서 지쳐 있었던 베토벤이지만

음악 만큼은 차분하고 기품있게 뿜어냈으니

다시금 베토벤을 떠올리면서 그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베토벤의 위대함을  엿보게 됩니다.

 

그러한 베토벤의 마음을 어제 피아노의 연주에서 잘 담아 냈구요...

첫 번의 소나타부터 저를 꽉 잡아 놓더군요^^

 

정재원양은 피아노를 치는 자세가 참 맘에 듭니다.

상체를 많이 흔들지 않고 꼿꼿하게 치는 편입니다.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할아버지 처럼요... 

 

이어서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2번입니다.

이곡은 세 개의 피아노 소나타만 갖고 있는  쇼팽에 있어서

무지 중요한 자리를 차지 하고 있습니다.

이곡 역시 앞서 연주한 베토벤 28번처럼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악장마다 독립적으로도 많이 연주될 만큼

아주 격정적이고 힘들며 곡의 흐름이 참 빠르고 비장합니다.

온 손가락을 빠르고 유연하게 잘 움직여야 곡의 묘미를 살릴 수 있습니다.

 

특히 3악장은 장송행진곡으로서 죽음을 애도하고 죽음을 탄식하는 악장입니다.

폴란드 바르샤바의  장례식에서 연주되는 장송곡에서 모티브를 가져 왔다고 합니다.

4악장은 장송 행진을 마무리하는 고요한 악장이구요...

다른 악장에 비해 짧습니다.

그러나 1,2악장도 참으로 장엄하고 격정적인 느낌의 곡입니다.

 

배토벤의 곡과는 달리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시켜야 하는 곡이고

무척이나 격하고 아름답습니다.

연약한 쇼팽을 이곡에서는 볼 수가 없습니다.

강한 쇼팽이 보입니다.

 

조르주 상드의 비호(?)를 받으며 비교적 안정된 시기에 작곡된 곡이라고 하네요^^

몸이 안좋아서 파리를 떠나 스페인의 마요르카섬에 가기 전에 썼던 곡이라고 합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비교적 건강할 때에 만들어진 곡임을 바로 알 수 있는 곡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이 곡에 도전을 하지만 잘 연주하기란 쉽지 않은 곡이라고 알고 있는데

어제의 정재원 양은 아주 멋지게 이 곡을 연주했습니다.

참으로 장했고 훌륭햇습니다.

저는 박수를 많이 쳤습니다.

 

이어서 이신우선생님의 <Alleluia>입니다.

서정이 묻어나면서 경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어제는 부활절이었기에 이 곡이 더욱 더 신실하게 들렸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요하게 음악의 선율이 흐르며

피아니시시모로 곡을 마무리합니다.

마지막의 여운이 크게 남는군요^^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묵상했던 시간입니다.

아마 정재원 양도 그러 했으리라 여겨지는군요^^ 

이 음악을 듣고 있으려니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음악에만 집중이 되었습니다.

고마웠어요!!

 

이제 마지막 곡입니다.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입니다!!!

 

제가 이 곡 때문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라벨의 <물의 유희>만을 잘 알고 있는데

(잘이라고 해야 멜로디만 흥얼거릴 정도죠^^)

<교수대>와 <스카르보>는 연주로 처음 듣습니다.

다만 스카르보만 에피소드로 조금 알고 있습니다.

스카르보란 요정이 정신없이 날아 다니면서 이곡을 힘들게 한다는 이야기로만...

 

스카르보는 피아노의 난곡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르슈카>와 발라키레프의 <이슬라메이>와 더불어

이 곡, 스카브로는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아주아주 치기 힘든 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하니

어제의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라벨의 곡은

앞의 베토벤과 쇼팽의 곡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피아노의 멜로디를 들으면서 한 폭의 그림이 연상이 되고

마음에는 모락모락 연정이 솟아나게 됩니다.

그리고 물이 흐르고 요정이 수없이 날갯짓을 하면서 날아다니고 있어요^^

2번 교수대를 들을 때는 이렇게 교수대가 처참하지 않고

아름다워도 되는지 모르겠단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러나 음산한 느낌도 사실 함께 들어 있습니다.

참...... 아......

 

라벨의 세 곡을 들으면서 저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콩브레의 시골 길을 걷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작은 성당에는 장미 덩굴이 있는데 꽃잎에는 작고 영롱한 이슬방울도

맺혀 있습니다.

콩브레를 가기 위해 따라서 가는 길에는 귀엽고 앙증맞은 데이지 꽃이 웃음을 머금고 피어 있고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은은하기 그지 없습니다.

아아...혼자 잘 놀았습니다 ㅎㅎㅎ

 

또한 라벨과 프루스트는 어딘가 닮아 있습니다.

(저 혼자의 생각)

둘 다 섬세하고 여성성이 강했지요^^

작고 아담하고 아주 깔끔했다는 라벨.

손톱에 가끔은 매니큐어도 했다고 하는 라벨과

기침을 아주 자주 했으며 연약하기 그지없는 프루스트가

파리의 생 제르맹 데 프레의 작은 살롱에서 우연히 만났을 것만 같은 상상을 하면서

재밌게 이 곡을 들었습니다.

 

제목도 멋지죠? 밤의 가스파르!!!

한 편의 수채화를 보았고

한 편의 영화를 떠올리고

한 편의 소설의 한 장면을 연상했습니다.

 

저는 그랬지만 정재원양은 이곡을 편안하고 멋지게 잘 소화했습니다.

그러나 치느라 애를 많이 썼을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겉은 우아하게 떠다니지만...물 속에서의 백조의 파닥거리는 몸짓이 제 눈에는, 가슴에는 보였습니다.

 

앵콜로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슈베르트의 즉흥곡 3번 작품 90입니다.

이곡은 지난 번에 봤던 영화,<아무르>에서도 나왔었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왔었다는 젊은 피아니스트(지금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요)의 연주가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저는 그 청년의 연주는 비록 못갔죠만...ㅠ.ㅠ.

또한 이곡은 라두 루푸가 지난 번 내한 연주회 때에도 쳤던 곡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못들었습니다.ㅠ.ㅠ.

이곡은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곡입니다.

그래서 살짝 눈물이 났었답니다. 지난 여고시절을 회상하면서요...

 

슈베르트의 곡을 잔잔하게 아주 멋지게 연주를 하고

다시 이어지는 앵콜은~~~~

피아노의 모든 건반을 다 쓰면서 휘몰아지는 폭풍처럼 느껴지는 곡이었습니다.

연주곡명과 작곡자는 모르겠네요^^ㅠ.ㅠ.

 

이곡을 들으면서 <건반 위의 사자>라는 빌헬름 박하우스가 연상되었습니다.

포효하는 사자의 갈기가 떠올랐으니까요...

또한 피아노의 여제인 마르타 아르게리히도 연상됩니다.

 

정재원 양의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앵콜이었습니다.


이번 정재원양의 피아노 연주는 제가 주제 넘게 감히  테마를 지어 봅니다.

<고요와 격정이요, 셈과 여림>입니다!!!

 

피아노의 테크닉.

피아노포르테(피아노를 일컫는)의 약과 강의 조화로운 분위기.

피아노에 담아내는 작곡가들의 철학.

또한 피아니스트 정재원의 피아노의 철학과 역사. 

더불어 그녀의  피아니즘~~~

이러한 모든 것들을 다 망라해서 담아낸 그녀의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그녀가 고심하고 선택한  레파토리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가 되었구요...

 

이런 연주가 있으면 언제라도 달려 가겠습니다.

어제...참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재원양!!!

더욱 크게 정진하고 건승하세요^^

좋은 연주가의 연주를 들은 것...행복합니다!!!

 

하루 늦었지만~~~~Happy E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