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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 낀 짙은안개로 텐진공항에서 한시간여 비행기 속에 묶여있던 시간

일행으로 같이 여행한 할머니의 고2짜리 손주가 옆좌석에서 한참 무언가 찾느라 분주하다.

스마트폰에  연결할 이어폰 꼬다리가 없어진 모양이다.

허긴 답답한 비행기 속에서 나름 좋아하는 것 검색해서 즐겨야

답답하고 지루한 시간을 이겨낼 수 있을거란 짐작을 해본다.

 

"야~야~~~ 그것이 동그랗고 탄력이 있어 통통티어 굴러가믄 못찾는 데이~~~

마 찾을 생가 고만하그래이~~

잃어버린것도 나쁘지  않데이~~`

나쁜것 다 갖고갔다  생각하면  좋은거 인기라!

괘않타!

낭중에  하나 새로 장만하믐 된데이~~"

할머니의 정겨운 위로가 나의심금을  때린다.

 

나였다면

"왜그리 찬찬치  못해!

사람많고 비좁은데서 수선스럽게 굴지 말고 가만히 앉어있어!

지금당장 못봐서 죽니?

맨날 그 모냥이니...ㅉ ㅉ~~"

이렇게 핀잔을 주었을 것이다.

 

때때로 스쳐 지나칠 수 있는 아주 소소하고  평범한 것에서 큰 교훈을 얻게 될 때가 있다.

나름 모나지 않게  사람들과 소통한다고 자부하며 사는 나를

할머니의 자상한  말 한마디로 인해 내가 얼마나 모나고 이해심 모자르고 교만한 인간인지 깨우치게 해주었다.

 

길지않은 4일을 같이 보낸 경상도 노부부와 손주 손녀와의 여행은

우리딸과 6명이 단촐하게 보내게 된 가족같은 여행에서

예를 존중하며 격을 갖추시어 존경스러운 마음을 갖게 해주시면서도 한없이 편안하게 배려해 주신덕에

스모그 잔득낀 북경의 날씨 때문에 찌뿌드드한 여행이 될번한 걸

아주 즐겁고 만족스러운 여행으로 상쇄시켜 주었다.

 

예기치 않은  벼락치기여행은

내 심사를 애초에 뒤틀리게 했었다.

딸이  별안간 잡은 휴가로   일정에 맞추다보니  4일간의 북경여행만이 가능했다고 하며

대한민국 여행사 통털어 중국비자 여행 몇일전에 낼수 있다는곳은 오직 한곳 뿐

내 의견 뭐 물어 볼 사이없이 예약 해버린 딸의 소행도 마땅치 않고

이 추운 겨울에 더 춥다는 북경여행이라니.....

동남아나 제주도 쯤이면  대강 넘어가 줄수도 있으련만

이왕  여행경비 다 지불했다니 취소도 가능치 않으니  투덜거리며 떠난 여행인지라

기대감 없이 떠난 유일한 여행이었다.

 

북경가는 직행은  김포공항에서 떠난다하여 

인천공항 에서 떠나는 것에 탑승한 아시아나 비행기도  북경 직행인줄 알고 탔더니

북경까지 2시간가량을 버스로 가야 한다는 텐진 공항에 이륙했다.

아니나 다를까 텐진은 스모그가 잔뜩 낀것이 어쩜 내심사와 딱  맞아 떨어진듯했다.

허나

주윤발처럼 후덕한  인상의 가이드와

경상도 노부부와 손자손녀 일행 4명과 우리모녀2명 합해서 6명인  소단위 인원이

맞춤여행인듯 26인승 리무진버스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북경시내 16대밖에 없다는 VIP전용버스가 어떤연유로 우리에게까지 차례가 돌아왔는지 모르지만

중국여행시작은 그런대로 불편한 심기를  펴주었다.

 

여행스케쥴 대로 바쁘게 따라 다니는 여행이었지만 한국에서 워낙 호된 추위로  면역이  된지라

바람 한점  없는북경날씨는 한국보다는 온화한듯  느껴져 견딜만했다.

그리고 지독한 스모그 현상은 걷혔다 내려 앉았다하여 마치 동양화의 운무같은 정취를 느끼게 해주었고

때론 중국 무협영화의 몽환적 분위기로 우릴 겉잡을수 없는 흥분속에 갖어 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여행의 일미는 함께한 일행과의 조화를 빼놓을수 없다.

79세의 할아버지는 경상도  환경연합회 회장님이시라는데 우리 일행중 가장 건강하시고 션션하셨다.

73세의할머님은 예를 갖추시며 사시는 온화한 인품의 소유자이셨고

대학1학년의  손녀와 고2의 손주는 있는듯 없는듯 조용히  여행을  음미하고 다니니

우리모녀는 부담감없이 가족같은 여행을 할수 있어 좋았다.

 

더구나 가이드의 해박한  역사와 시사의 지식이 여행의 맛갈스러움을  더해주었으나

끌려(?)들어간 상점에서 제대로 물건  구입을 못해 준 부담감은 영 개운치 않았지만

화통한 할아버지 

가이드 등을 토닥이시며

"봉사한것으로 생각해주이소"하며 우리들의 마음을 아시는듯 대변해 주시어서 다행스러웠다

.

4일 내내 한가족처럼

훈훈한 인정을 서로 나누며 한 여행 중

거친듯하게 들려왔던 경상도 사투리가

할머니의 배려담긴 음성에서 어찌 그리도 인정스럽고 다정다감하게 느껴지던지.....

 

 

부드러움속에 배어있는 상대에 대한 배려는 얼마나 아름다운것인지!

마음 깊숙한  곳에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살면서 나를 되돌아 보며 끊임없이 반성하며  삶의 아름다운 모습을  배우는것

관광의 차원을 넘어선 나의 성찰이

이번 북경여행 중 얻은  가장 큰 결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