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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으로 이사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은 바로 이 나무 때문이었다.

그때가 11월 말 쯤이었는데, 스산한 날씨에 창 밖으로 초라하게 서 있는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아주 가느다란 줄기였고, 무슨 나무인지도 가늠하지 못했다.

창 밖의 나무라니..... 멋져......!

이렇게 생각은 했지만 실은 <멋진>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나무였다.

헌데, 이거 뭐지? 왠지 이 가느다란 나무가 자꾸 부르는 것 같은 느낌.

나중에 잎이 나고 혹시 꽃이라도 피면, 혹시 열매 열리는 거 아녀?......

잎이니 꽃이니 하기엔 너무 초라한 그 나무를 두고 벌써 소설 한 편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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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다음 해 봄, 놀랍게도 가느다란 저 나무에 너무나 우아한 자목련이 피어오른 것이었다.

어머나!  세상에......

저렇게 빛나게 아름답다니....   저 작고 가느다란 몸에.

세상에..... 신통한 것......

정말 등을 두드려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오가는 길에 늘 웃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한약 찌꺼기라든지, 영양이 될 것 같은 음식 찌꺼기라든지를 나무 밑에 계속 부어 주었다.

(고양이 몰린다고 못 하게 하는 짓인데, 스파이가 접선하듯 몰래 몰래;;)

다른 집 창 앞에 있는 나무보다 월등하게 굵어졌다.

(요즘 매번 비교해 보건데 확실하다!!!^^ 이것도 팔불출?ㅎㅎㅎ)

 

그럭저럭 이 집에 산 지 12년 정도가 돼간다.

저 위의 나무를 보면 10년 전 그 때 저 나무가 얼마나 작고 가늘었을지 짐작할 것이다.

 

지금 저 나무는 10대의 젊은 이파리를 뽐내 듯 푸르르게 빛나고 있다.(내 눈에만 특별히!)

 

그런데 이 동네 어른들은 이상하게 나무가 커가는 꼴을 못 본다.

나무의 크기가 일정해야 동네가 깨끗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이름도 웃기게 위원장이라고 하는 동네의 너무나 무서운 할머니들!!;;)  몇 년에 한 번 꼭 나무를 팍팍 자른다.

저번에도 집에 돌아왔더니 나무를 아주 싹싹 자르고 깎아서

어머나~~~ 꽁지 빠진 강아지 마냥 서 있는 나무를 보고 쓰라리고 쓰라려서 말이 나오지 않았는데.....

 

오늘 또 가위 소리가 들린다.

착착착 잘려져 나가는 소리에 가슴이 쓰려서 볼 수가 없다.

급하게 사진을 찍어둔다.

 

아침에 나오면서

아저씨 살살 깎아 주세요. 그냥 쪼금만....... 살살.......(안 깎으면 더 좋고요.....;;)

말하는데, 그 아저씨가  이 사람이 무슨 얘기 하는 거야? 하는 듯이 날 바라본다.

 

弔針文이 아니라  弔木文이라도 써야 좀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다.

 

나의 나무야

물에 빠진 생쥐처럼 초라해져도, 꽁지 빠진 강생이처럼 쪼그라들어도

네가 안에 무엇을 품고 있는 줄 내 아니까 걱정 말그래이.

너에 대한 내 사랑은 그대로 내 안에 그득하단다.

 

에구......  저녁 때 민망해 하는 쟤의 모습을 어찌 보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