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교시를 하던 우리반 아이가 얼굴이 사색이 되어 교실로 뛰어왔다.

(우리는 교과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교과 교실로 찾아가거든)

개를 잃어버렸어요. 찾아야 해요. 조퇴해야 해요........

하더니, 자기도 그런 일로 조퇴를 시켜 줄 리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자기한테 보내 온 엄마의 문자를 보여준다.

-~환아 밍크가 없어졌어. 빨리 와. 네가 자전거 타고 찾아야 돼. 조퇴하고 빨리 와!!!!

 

난 아주 잠깐 어쩌지..... 하고 생각했다.

생각하면서 그 아이 손을 잡는데  아! 그 아이 손이 얼음처럼 찼다.

난 즉시 조퇴증을 써 주며

꼭 찾길 바랄게 하고 보냈다.

 

네 시간이 지난 후

찾았어요!!!!! 세 시간 동안 자전거로 찾았어요.

그 아이가 마포 사는데, 상암동 월드컵 공원 근처에서 찾았다고 한다.

세상에......  무서운 건널목이 얼마나 많은데.............;;

 

잠시 후 그 아이 엄마한테 문자가 왔다.

그런 일로 조퇴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퇴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족 같은 개라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겠다 싶었다. 어휴~~~~

 

오늘 아침에 아이들이 각자 핸폰에 있는 자기 개들을 보여 주면서 웃고 떠들고.....

개를 안 기르는 아이가 없었다.

 

전에 18년 기른 개를 잃은 친구랑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친구가 하루종일 개 얘기만 했다. 말 끝은 항상 눈물. 어쩌면 그렇게 우는지.

듣고 있던 내가 불쑥

야 그 개 소리(개소리 아님!) 좀 그만 해라(너랑 나랑 100년 만에 여행 왔는데 얘는 그냥 개 얘기만.......)

했다가 그 친구가 눈물 콧물 흘리며 덤벼드는 바람에 내가 100년 전에 잘못한 이야기까지 들으며 푹 수그리고 있었던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무척 미안하고 짠하다.

그냥 들어줄 걸.......  미안해, 재롱 어매~~

 

 

얼마 전에 외국에 사는 선배 언니가 가족 같은 개를 잃었다가 극적으로 찾은 이야기도 봤다.

그 개 이야기와 사진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수업 시간에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막 흥분했다.  

 

우리 아이들은 왜 그런지 이상할 정도로 개를 좋아한다.

길거리를 가다가 개가 있으면 그냥 주저 앉아서 하염없이 논다.

우리가 보기에 무서운 개들에게도 아이들은 주저없이 다가가고, 개들도 편안히 애들하고 논다.

개하고 놀다가 물려서 병원에 데리고 간 애도 있다.

그래도 또 개나 고양이가 있으면 다가간다.

아마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한다고 느껴서인지.

 

 

어릴 적 한 고양이를 미친듯이 사랑하며 키운 적이 있다.

한 일 년 가까이 갖은 정성을 다해 키웠는데, 내가 안 먹고 아껴 두었다 준 오징어 다리를 먹고 죽고 말았다.

내가 너무너무 우니까 삼촌이 산에 묻어 준다고 들고 나갔는데

그 다음 날 다 썩은 모습으로 쓰레기통에 있는 모습을 봤다.

 

그 이후 난 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가까이 가지도 않는다. 싫기까지 했다.

그 섬뜩한 무서움이 내 마음의 싹을 자른 듯 하다.

그래도 그런 감정이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다.

 

그런데 요즘 좀 개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개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 또 동물에 관한 영화, 동물에 관한 책을 보아서일까?

좀 마음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다 사랑받고자 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 사람도 마찬가지고.

 

레드 독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개는 붉은 색의 주인 없는 개인데, 도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거의 인근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일하는 그 일터의 모든 사람들과 개인적인 친구다.

다 자기만이 그 개의 최고의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기의 억울함, 외로움, 그리움, 실수, 부끄러움 등을 그 개한테 말한다.

그 개가 사고를 당하여 황망한 상황 속에서 이들이 함께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사랑을 나눴던 개, 그것이 그들의 공통분모였던 것이다.

 

<또 동굴에서 나온 누렁개>라는 영화에서 나오는 개는 몽골의 순수하고 매력적인 여자아이의 너무나 좋은 친구이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아주 사랑스러워보이고 귀하게 보이는 것이다.

 

또 개 좋아하는 아이가 갖다 준 이효리의 책을 보니 그 마음이 또 그대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밤 늦게 그 아이의 문자가 왔다.

선생님 저랑 개 봉사 다니실래요?

주말에 가서 개똥 치우고 목욕시켜 주는 거예요.

 

(아이고......... 얘야 난 그 수준은 못 돼, 아직 무서워....... 무슨 개똥을 치우러 거길.......)

생각해 볼게, 그런데 난 좀 어려울 것 같구나;; 난 아직 개가 좀 무서워

아! 그렇군요. 알았습니다. 너무 멀어서 같이 가고 싶었어요.

 

손바닥에 느껴지는 작은 심장의 울림을 느끼고나면 거기에서 놓여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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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개는 개고!

얘들아~~~

이번 토요일에 올 거지?

나도 산 포기하고 가는 거야!!!!!

친구들 서로 연락해서 좀 모여 보자.

 

토요일에는 약속도 많고 결혼식 등등 일이 많이 있지만 일단 한 번은 이번 토요일 6일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일단 그날 만나고, 다음 모임은 그날 의논해서 다시 정해 보자.

기막힌 10월의 토요일에 맨날 공부할 순 없잖아^^

수화 그렇게 어렵지 않아.

잘 설명을 듣고 하면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말고, 힘들겠지만 시간 만들어 그날 보자.

전전긍긍 너무 맘고생하는 우리 회장 정인이 수고도 덜어줄 겸

힘들겠지만 시간 만들어 봅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