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올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지?

다들 지치지 않고 잘 지내니?

난 방학 잘 지내고 어느새 개학해서 학교 잘 다니고 있어.

방학만 하면 계획도 세우고 시간표도 만들지만

지나고 보면 ‘아 이번에도 이렇게 흘러 보냈네.’

하는 아쉬움이 남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여름은 특별히 한 것도 없으면서

그냥 더위를 이겨낸 것만으로도 내가 기특하다.

아마도 나이가 들 만큼 들어 그만큼 욕심도 줄어서 인가?

아님 성취의욕이 낮아져서 인가?

어찌되었든 방학 초기에는

그동안 보고 싶던 책들을 뒤적거리며 방글라데시 했고

중간으로 들어서면서 재작년에 친구들과 갔던 태백에도 가고

친척들과 북한산 둘레 길도 걷고 식사도 가끔 함께하고

후반엔 강릉과 대관령 옛길을 걸었어.

그리고 서대문에 있는 안산에도 가끔 가고...

안산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어.

아마도 두 번 다 비오는 날 이라 사람들이 적어서 더 그랬을까?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음은 축복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월요일날 개학을 했는데

기욤 뮈소의 ‘천사의 선택’이란 책을 읽었어.

정인이가 기욤 뮈소의 책들을 쏙 빠져 읽었다는 소리를 듣고

봐야지 하는 것이 이제야 보게 되었는데

개미를 쓴 베르나르베르베르도 그렇고 이 작가도 상상력이 대단하다.

역시 젊은 작가의 감수성이 진하게 느껴지며 대중문화의 트랜드인

스마트 폰 으로 인한 사건의 전개가 신선하다.

그런데 잠순이가 간만에 잠도 안자고 순식간에 읽어 내려가긴 했지만

예전 같은 순발력으로 몰입해 들어가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어.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 소설은 잘 읽지 않는데

소설책 몇 권을 옆에 쌓아 놓았어.

얼마간 노력하면 다시 좀 순발력이 살아나려나?

친구들아, 벌써 풀벌레 소리가 가을을 재촉하고 있지만

남은 여름 모두들 건강하게 잘 지내고

가을에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우리 만나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