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시라즈·이스파한·타브리즈(이란)=글·사진 오태진 기자 tjoh@chosun.com

 

백만개의 유적 품었다… 여기는 '살아있는 박물관'

 

 

어둑한 이맘 모스크 대예배당 한복판에 서서 중년 사내가 노래했다. "무함마드(마호메트)는 신의 예언자. 좋은 일을 서둘러라. 기도를 올려라…." 우리 창(唱)처럼 목청을 꺾으며 유장하게 이어지던 가락은 "알라후 악바르(신은 위대하다)"로 끝났다. 이슬람 예배시간을 알리는 '아잔'이다

 

아잔 소리는 높이 50m 가까운 돔 천장을 딱 일곱 차례씩 울리며 장엄하게 멀어져 갔다. 바닥 중앙에 깔린 검정 대리석 위에서 말하거나 노래하면 메아리치도록 면밀하게 계산해 돔을 지었기 때문이다. 기둥 중간엔 이미 400년 전에 부드러운 납을 녹여 넣어 지진을 견디게 했다. 이맘 모스크는 이란 이슬람 건축예술의 걸작이다. 수도 테헤란 남쪽 430㎞, '이란의 진주'로 불리는 도시 이스파한의 대표 사원이다.

 

사원은 알뿌리 모양 돔부터 첨탑 미나레트, 벽과 천장까지 푸른 터키석 빛이다. 벽돌 1700만장에 타일 47만장으로 장식했다. 푸른 타일들은 섬세하고 화려한 꽃과 덩굴 무늬를 사방 연속으로 이어 간다. 그 몽환적 리듬에 눈이 핑핑 돈다.

2012070401725_0.jpg

페르시아 왕궁 페르세폴리스로 들어서는‘만국의 문’

2012070401725_1.jpg

시라즈 바킬모스크에서 올리는 간절한 기도

 

2012070401725_2.jpg

체헬소툰궁 옛 벽화엔 보란 듯 동성애를 나누는 궁녀 한 쌍이 그려져 있다

 

2012070401725_3.jpg

이스파한 저메모스크 마당에서 점프하는 이란 소녀들

 

2012070401725_4.jpg

북부 아르다빌 왕궁의 돔 천장

 

이맘 모스크는 아바스 1세가 지었다. 중세 외침(外侵)에 맥이 끊긴 페르시아 왕조를 되살린 왕이다. 그는 16세기 말 수도를 이스파한으로 옮기면서 신도시의 상징으로 이맘광장을 닦았다. 남북 510m, 동서 160m 장방형 광장 남쪽에 이맘 모스크를, 동쪽에 셰이크 루트풀러 모스크를 세웠다. 왕가 전용 루트풀러 모스크는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힌다. 황금빛 돔 천장에 공작새 한 마리가 찬란한 날개를 360도로 펴고서 긴 꼬리를 늘어뜨렸다

 

광장 서쪽엔 왕이 폴로경기를 내려다보던 알리카푸궁이 서 있고, 사방은 시장(市場) 바자르가 에워쌌다. 광장을 200m쯤 벗어나면 왕이 연회를 열던 체헬소툰궁이 화려한 벽화로 장식돼 있다. 아바스시대 이스파한은 '세계의 절반'으로 불렸다.

인구 100만에 모스크 160곳, 여관 1800곳, 공중목욕탕 273곳이 있었다. 자그로스산맥 빙하수가 자얀데강으로 흘러 도시를 가로지르고 강 따라 푸른 숲이 우거진 오아시스였다

 

아름다운 이층 돌다리 허주와 시어세는 그때나 지금이나 시민의 휴식처다. 그러나 자얀데강도 봄 가뭄에 말라 있었다. 천년 된 저메 모스크, 탑이 흔들리는 메나레 존반, 왕의 여인들이 살던 하시드 베히티궁도 빼놓을 수 없다

 

이란은 셈족 아랍인이 지배하는 여느 중동과 혈통부터 다르다. 남러시아에서 이란 고원으로 들어온 아리안족의 후예 페르시아인들이다. '이란'이라는 국호도 '아리안의 땅'이라는 고대 페르시아어에서 따왔다. 페르시아의 영광은 기원전 6세기에 제국을 건설한 키루스2세로부터 시작됐다. 바빌론에 잡혀 있던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킨 구약의 '고레스왕'이다. 페르시아는 다리우스1세 때 흑해·나일강·인더스강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다. 로마보다 앞선 2500년 전 영화(榮華)가 살아 숨쉬는 곳이 페르세폴리스다

 

이란 남서부 고도(古都) 시라즈에서 50㎞, 황무지에서 만난 페르세폴리스는 기적 자체였다. 다리우스 4대(代)가 150년에 걸쳐 세운 왕궁은 알렉산더 대왕에게 불태워진 뒤 흙바람 속에 묻혀 있다 70년 전 발굴됐다. 웅장한 110계단을 오르면 18m 석축 기단 위에 125만㎡ 왕궁 터가 펼쳐진다. 조공을 바치려고 스물여덟 나라 사신이 들어서던 '만국의 문'엔 사람 얼굴에 날개를 단 황소상 두 쌍이 버티고 서 있다

 

2012070401725_5.jpg

 

왕의 정원 벅에핀 수로에 발을 적시는 아이들

 

2012070401725_6.jpg

양(羊) 목을 쪄낸 '파스 자르단'

 

 

'2012070401725_7.jpg

화덕에 붙여 구워내는 빵 '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