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72312_1.jpg
 
 
저녁별처럼
 
 
기도는 하늘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
 
저기 홀로 서서
 
제자리 지키는 나무들처럼
 
 
 
기도는 땅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
 
저기 흙 속에
 
입술 내밀고 일어서는 초록들처럼
 
 
 
땅에다
 
이마를 겸허히 묻고
 
숨을 죽인 바위들처럼
 
 
 
기도는
 
간절한 발걸음으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깊고 편안한 곳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저녁별처럼   <문정희>
 
 
 
 
*기도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무슨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더라도 간절히 빌고 용서받고 싶을 때가 있다.
기도를 통한 카타르시스- 자체 정화의 역할을 기도가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논어(論語)에 `夫子之道는  忠恕而已矣시니라` 라는 구절이 있다.
풀이하면 공자님의 도(道)는  충(忠)과 서(恕)일 뿐이다 라는 말씀이다.
그런데 여기서 `충`은 나라와 임금에 대한` 충`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다하는 것`을 가리킨다.
또 서(恕)는  `자기를 미루어 남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을 뜻한다.
 
기도의 시간을 하루 한 번이라도 갖는다면 `충`과 `서`가 절로절로 될 것만 같다.
제자리 지키는 나무처럼,
흙 속에서  수줍게 몸을 드러내는 풀처럼,
겸허한 바위처럼,
깊고 편안한 저녁별처럼
 
시인의 촌철살인의 싯귀가  기도말을 정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