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인천 지하철은 붐비지도 않고 깨끗하고 엉덩이도 따뜻하니 참 좋다.
심심한데 앞에 앉은 사람들 관상이나 좀 볼까?

 

<맨 끝에 앉은 한 쌍>

 좋아 죽겠다는 눈빛으로 눈싸움을 하며 서로 쓰다듬고 있다.
 그들 눈엔 상대 외엔 아무도 보이지 않는 듯.
 ㅎㅎ 근데 여자가 점점 더 적극적으로 나온다.
 안돼~! ㅎㅎ
 요지음 지하철에서 심심치 않게 보는 광경인데도 민망해서 눈을 돌리고 만다.

 

<옆에 앉은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아줌마>

 못마땅한 표정으로 연인들을 한참 째려본다.
 헛수고 임을 안 아줌마가 심술인지 습관인지 핸드폰에 대고 목청 돋워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눈은 여전히 옆의 젊은 연인들을 째려본다.
 나는 건너편에서 그 아줌마를 째려본다. ㅎㅎ

 

<그 옆의 세 젊은이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핸드폰을 꺼내들고 밀어내랴 두드려대랴 손놀림이 현란하다.
 마치 핸드폰 대회장에 온 것 같다.

 

 <그중 제일 웃기는 남자>
 자리를 하나 반쯤 차지하고 앉은 추리닝 차림의 씨름선수 같은 그가 제 핸드폰을 밀어대다 말고,
 손에 쥔 채로 옆에 앉은 남자(이 남자는 아주아주 쬐끄맣다) 것을 짧은 목을 한껏 빼고 훔쳐본다.
 덩치는 남산 반 만한 남자가 애기처럼 배시시 웃는다.
 재미있나 보다.
 나는 그 표정이 재미있어 삐질삐질 웃는다.

 

 점점 밀려서 간신히 낑겨 앉은 쬐끄만 남자가 불편했던지 미간을 찡그리며 옆을 한 번 힐끔 본다.
 ㅎㅎ 보아하니 안 되겠다 싶었는지 포기하고, 오히려 쬐끔 더 좁혀 앉으며 핸드폰 놀이를 계속한다.
 큰 남자는 이때다 싶어 다리를 쓱 벌린다.
 여전히 그의 눈은 작은 남자의 핸폰에 가 있다.
 가뜩이나 쬐끄만 남자가 점점 쫄아든다.
 에구 불쌍해라.
 
 참다 못한 작은 남자가 일어선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눈치없는 큰 남자는 그저 작은 남자의 핸폰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듯
 입맛을 쩝 다시고는 다리를 더 쩍~ 벌리니 작은 남자의 자리는 온데 간데 없다.
 
 나는 작은 남자가 한없이 안스러웠는데 이제 보니 덩치 큰 저 남자도 나름 힘들었던 게다. ㅎㅎ

 오나가나 세상 참 공평치도 못하다.
 
<그 옆의 빨간 코트 아가씨>
 아까부터 화장 강좌를 하고 있다.
 참 바르는 것도 가지가지다.
 너무도 능숙하게 바르고 두드리고 칠한다.
 순식간에 속눈썹까지 붙인다.
 눈썹 올리는 기구까지 동원한다. 헐~~


 이 시간까지 뭘 하다가 여기서 화장시범을 보이는지 모르겠다만 화장은 참 잘~된 듯싶다.


 완전, 완~전 예뻐졌다!

 아들아, 화장발에 속지 마라!

 

 어느새 목적지다.
 앞 사람들 훔쳐보다가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다. ㅎ

 좋아서 보이는 게 없던 용감한 연인들도 일어선다.
 정신줄 놓고 사랑만 하는 줄 알았더니 그래도 내릴 곳은 아는구나. ㅎㅎ

 그들은 여전히 얼싸 안고 볼을 비벼대며 걸어간다.
 
 그래, 좋~을 때다!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어느 60세 노부부의 사랑이야기>를 흥얼거리며 뒤쫓아간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 주던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
    ........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
 
 ㅎㅎㅎㅎ 왜 하필이면 그때 그 청승스런 가락이 떠올랐는지 나도 참 상주책이다.ㅠㅠ

 

지하철.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