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 에고!

친한 친구들 사이에 내가 끼어도 되려나?

어쩜 그리도 문장력들이 좋은지...

김장 얘기를 하니까 나도 할말이 있어서... 우리 딸 학교 부모들이 절인 유기농 배추를 공동 구매한다고 해서

20킬로를 주문했어.

그날 따라 남편도 일찌감치 귀가해서 거실에 모든 양념 준비해 놓고

배추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아침에 오늘 중 배달하겠다고 하더니

하루 종일 아무 소식도 없는거야. 

 

날이 깜깜해 져도 아무 소식도 없으니까

남편이 택배기사에게 전화한번 해보라 했지만 어련히 갔다 주겠냐?

괜히 바쁘고 힘들게 일하는사람한테 전화하면 방해되니까 참자고 했지.

기다리다 기다리다 화가난 남편이 드디어

내 전화에 찍힌 기사 번호로 전화해서 노발대발 야단치고 나는 옆에서 말리고... 풍경이 그려지지?

 

그리하여 겨우 8시쯤 배추가 도착했는데 열어보니 절인 배추가 하루종일 택배차 안에서 익어서 시어 버린거야.

난 그때 부터 꼬리를 내리고 남편 눈치만 봤어.  

재촉 전화를 해도 안해도 오는 시간은 같으니 기다리자고 교양을 떨던 내가 할말이 없어진 거지.  

화를 내던 남편이 지쳐서 잠깐 잠든 사이에 조-용-히 속을 넣고 설겆이 까지 끝내고 나니 새벽이 됐어.

남편한테 큰 소리 쳤다가 결국 눈치보는 신세가 됐지 뭐야.

지난 일요일에 고향에 갔던 남편이 배추를 열서너 포기 가져와서

시어버린 절인 배추 김치를 한 죄로 끽소리 못하고

밤새 소금에 절여서 또 김장을 했어.

아- 올해는 너무 힘든 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