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회 - 게시판담당 : 김정자
완당선생(=추사)의 고택은 충남 예산 삽다리 부근에 있습니다
명문가에서 태어나셔서 인생에서 여러 쓴 맛을 본 분이시지만 그의 학문과 예술은 높은 자리에 올라와 있지요.
몇년 전 책을 읽다가 한번 다녀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났었는데 그리 멀지 않아서 한 번 길 떠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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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부께서 영조의 사위가 되면서 하사받은 예산 용궁리의 고택 솟을대문입니다
솟을 대문으로 들어서면 아담하게 복원된 사랑채가 나옵니다. 생전에 쓰신 글씨들이 기둥마다 붙어있는데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앞 뜰에 있는 모란을 보며 마당을 걸어다니셨겠죠?
안채 모습입니다. 앉지도 들어가지도 말라고 써있는데 사실은 대놓고 대청마루에 앉아 완당선생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벽에 붙어있는 문구는 "대팽두부과강채" (최고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 나물)
"고회부처아녀손" (최고 좋은 모임은 부부 아들딸 손자의 모임)
완당선생이 나이 많이 드셔서 쓰신 대련 글씨입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 이런 글이 참 좋아지네요.
양수리의 연꽃 많은 세미원 정자 앞에도 이 글이 있지요. 어렵지 않은 뜻이며 다 공감하는 내용이라서 그런가...
고택 솟을대문으로 나와서 왼쪽으로 돌면 이런 풍경이 보이고
폐쇄된 우물도 보입니다.
야간 인물로 찍다가 바꾸지 않았더니 사진이 너무 밝게 나왔네요. 완당 김정희 선생의 묘입니다.
고택 오른 쪽에는 증조부모의 합장묘가 있고 이렇게 화순옹주 정려문이 있습니다.
영조의 둘째딸 화순옹주는 13살에 시집와서 남편이 젊은 나이에 죽자 열흘을 굶어 남편을 따라 세상을 떠났다네요.
아버지 영조가 말렸는데도 .... (아마 남편을 무지하게 좋아했나봅니다. )
영조는 괘씸해서 열녀문을 내려주지 않았는데 정조임금이 조선왕조400년간 역사에서 처음나온 왕실의 열녀라고
열려문을 내려주었답니다.
고택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증조부가 세운 경주김씨 원당 사찰로 지은 화암사가 있습니다. 액자에 세한도가 보입니다.
세한도는 완당이 제주도 유배시절 고마운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그림과 글씨로 완당 예술의 최고 명작으로 손꼽힌답니다.
화암사 뒤뜰에 병풍처럼 둘러싼 바위가 있는데 이 곳에 완당선생이 새겨놓은 글씨가 있습니다.
"천축고선생댁" (천축국의 옛선생댁=석가모니의 집= 절집)
사실 이런 글씨가 남아있다하니 대학자이며 금석학의 대가이며 또한 예술가인 그 분의 자취를 보고 싶었습니다.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교수 의 책을 읽고 이곳에 와볼 생각을 했는데 책을 다시 보며 복습하고 사진과 글을 올려보았습니다.
오늘 무릎팍도사에 그 분이 출연합니다.
"좀 있다가 봐야지...."
고혜진 후배님, 아주 잘 보았어요. 지금 저는 비엔나 오페라 카페에서 쉬다가 후배님의 차분한 설명이 곁들인 정경을 보면서 사진기 설정이 야간으로 되어진 것이 오히려 몽환적 느낌이 드네요... 매료된 이 기분을 바로 전하고 싶어 적고 있지요. 고국의 아름다움에 그리움을 가득히 제 맘이 풍성해지는군요. 고마워요~~~ Ps: 쓰고보니 아늑한 후배님들 방이네요.. 반가운 인사를 드리며 떠날께요~~~~
혜진 후배님,
지난 6월-7월동안 추사 김정희님께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한권 두권 읽어가며 엄청 강렬하게 이끌려
아예 반나절씩 휴가내어
서점, 도서관에 퍼앉아 그분과 관련된 작가들의 책과 작품들을 보게 되었죠
출간연도도 오랜 낡은 책들을 찾아 읽고 또 읽고...앞뒤를 오가며 종횡무진 다시읽고...
장대비, 땡볕더위의 여름을 서늘한 한옥마루에서 지낸 기분...
백여년전 살다가신 지식인, 예술혼이 가득한 분,
영광, 아픔, 초탈의 삶에 몰입하며 충만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위의 불이선란도는
지금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회화실에 전시중인
돌아가시기 2-3년전에 과천 초당시절 작품이라는데
초서와 예서의 법으로 난초를 그리시고
난초을 둘러싼 여백에 슬근슬근 제발문을 네개나 균형감있게 넣으시며 완성하신
불세걸출작이라고들 하네요
한 미술가께서는 추사의 불이선란도를 일컬어
'그림속 난초와 글씨는 바로 추사 자신이요, 추사의 몸과 의식이라 ,
그림이 곧 사람이고, 사람이 곧 그림인 불이(不二)의 경지'라 해석하셨다고...
서화일치, 화선일치의 경지라고도 하고요...
지식이 짧아 그림의 세계, 선의 세계를 알지못하나
마음가는대로 틈틈이 자료도 찾아보며 그분의 세계를 이해하고 즐기며 공감해가려 합니다
그분은 부처님께 향기로운 차 공양도 즐겨하시고
벗과 함께 곡차와 차를 즐기셨나봅니다.
오랜 제주유배시절에도
서로 깊이 아끼고 교감하는 벗, 초의선사가 보내주는 작설차로 위로를 얻어 작품을 하셨다고...
그분 마지막 사셨던 과천 초당터도 걸어보고
봉은사의 판전도 찾아보고
유년기를 보낸 예산 생가며 화암사를 걸어볼 생각이었는데...
후배님이 찾아가 담아오신 그곳 소식으로 올 여름을 마무리하니
정말로 반갑고 고마운 마음입니다.
혹시... 혜영, 혜원이 이모 되시나요
내친구, 숙진이가 언니 되시나요 ㅎㅎㅎ
건강하고 행복하라고... 오랜친구에게 안부 전해주시기를
마음 넉넉하고 따뜻한 혜진님도 풍성한 가을 지내시기 빕니다
불이선란!
입신의 경지, 극단의 파격으로 추구된 작품.
선배님이 올려놓으신 명작을 보고 다시 공부를 하였나이다.
요사이 뒤돌면 잊어먹고 생각이 아득하여 이렇게 일부러 공부를 해야한답니다.
(그림 옆의 5가지 제)--본인의 작품에 매우 만족한 내용(오만할 정도로)들이 써 있습니다.
1.난초를 안그린지 스무해인데
우연히 그렸더니 천연의 본성이 드러났네.
문닫고서 찾고 찾고 또 찾은 곳
이게 바로 유마거사의 불이선(말과 글로 설명할 수 없는 경지)이라네.
2.만약 누군가가 강요한다면(그려달라면), 또 구실을 만들고 비야리성에 있던 유마의 말없는 대답으로 거절하겠다.. 만향.
3.초서와 예서의 기자의 법으로 그렸으니 세상 사람들이 어찌 알아보겠으며, 어찌 이를 좋아할 수 있으랴. 구경이 또 제하다.
4.처음에는 달준(완당을 모신 이)에게 주려고 그린 것이다. 이런 그림은 한번이나 그릴 일이지, 두번 그려서는 안될 것이다. 선객노인.
5.오소산(완당의 도장을 새겨준 이)이 이를 보고 얼른 빼앗아가니 가소롭다.
(5가지 낙관)--본인이 찍은 것
추사, 고연재,김정희인,묵장, 낙문유사
(오른쪽 아랫부분 9가지 도장)--감상인과 소장자가 찍은 것
소장가의 소장인과 감상인
PS
추사어르신이
조선 최초로 와인을 맛보신 분이시라는 설이...
제주 유배시절, 외국배가 표류하여 제주항에 들었는데
그곳 뱃일하는 이들이 양인들에게서 취한 와인병을
글공부 스승님이신 추사어른께 가져다 드렸다는... ㅎ 말 되죠?
머쟎은 날,
추사어르신 잠드신곳을 찾을때
제가 좋아하는 성당생협의 덕천포도주 한병 넣어가
추사어르신께 권해드리고 저도 마시고지고 .....
어, 아까는 선배님 댓글에 그림만 올려져있었는데 다시 들어와보니 글이 엄청나게 올라와 있네요.
어쩐지.... 제 컴퓨터가 이상했나 봅니다.
혜영, 혜원이 조카 맞고요.
숙진은 저희 언니 이름이랍니다.
언니께 선배님 이름을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반갑습니다. 선배님!
저도 이해는 부족하나 19세기 완당 선생, 초의선사, 다산, 소치 등과의 우정어린 교류....
이러한 이야기들이 정말 꿈 같이 좋고 부럽답니다.
저는 중앙박물관, 봉은사, 제주도에 한번 가보아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