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자정이 훨씬 지나 자야만 하는데

잠이 통 안온다.

 

 

얼마전 22년간을 지녔던 우산을 잃어 버렸다.

접는 우산이 아니라 들고 다니다가 비가 멈추면 거추장스러워

잘 안들고 다녔는데

그날은 웬지 꼭 그 우산을 쓰고 싶었다.

 

아니나 달라 오후가 되니 비가 멈췄다.

집으로 오는 전차안에서 책을 보다가

어느새 창밖을 보니 내려야 할 정거장이길래 

서둘러 내렸다.

 

집에 도착하여 현관 문을 여는데

평소에 들고 다니던 우산이 보였다

어머! 

그때서야 갖고 나갔던 다른 우산을 놓고 내린것이 생각났다.

후다닥 다시  계단을 내려가면서

어쩌면 은행에다?

아니면 전차갈아타기전 버스에다?

갑짜기 생각이 엉키기 시작했다.

 

시간을 돌려가며 뒤돌아 이곳저곳을 살피러 다녔으나

어느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 오면서

잊자!

사람도 잊고 사는데

그까짓 우산쯤이야...

 

아쉬워 하면서 며칠이 지나갔다. 

그런데로 시간이 지나니까 천천히 잊혀져 갔었는데..

 

그런데,

그런데 바로 어제 ,

2010년 사진을 찾아보려고

사진모음 저장고를 보니

아무곳에도 없었다.

 

찾고 찾고 또찾고..

가슴까지 퉁퉁퉁...

 

7월초에 사진용량이 많아 컴퓨터 작동이 느려

2010년을 정리하여

엑스트라 저장고(External Desktop Drive)로 옮겼었다.

그러면서 보니 2009년이 중복되어 저장되었던것을 삭제를 했었다.

 

그러고는 까막득이 잊어버리고 있다가

어제 찾아보니

2009년은 그대로 두개가 있고 2010년이 없는 것이다.

아아아아아...

중복된 2009년을 지운다면서 2010년을 지워버린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스스로 이해가 안된다.

 

이런일이 생기다니...

 

어제 하루종일 2010년의 사진들이 내 머리속을 왔다 갔다 ...

일년동안 다녔던 곳들이 영사기에서 비추어주듯 눈앞에 어른 어른...그러나 모두 사라진것이라니...

 

그러다가 뇌리속에 그때의 정경이 오히려 더 선명히 살아나며

 잊어가던 잃어버린 우산까지  다시 떠오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2009년에 소모임 '봄날' 주제가 있는 놀이터에 Forget me not에 올리려고

사진을 찍어두었던 것이 떠올라

잃어버린 우산사진을 찾아 보면서 위로해본다. 

 

기억속 우산이 

바로 이제라도 현관 복도에 나가면  

빗물이 떨어지면서 아직  있을 것 같다.

 

(2011년 7월 29일 1시가 넘어서)

 

Regen_Schirm.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