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회 - 게시판담당 : 구창임
지금,
자정이 훨씬 지나 자야만 하는데
잠이 통 안온다.
얼마전 22년간을 지녔던 우산을 잃어 버렸다.
접는 우산이 아니라 들고 다니다가 비가 멈추면 거추장스러워
잘 안들고 다녔는데
그날은 웬지 꼭 그 우산을 쓰고 싶었다.
아니나 달라 오후가 되니 비가 멈췄다.
집으로 오는 전차안에서 책을 보다가
어느새 창밖을 보니 내려야 할 정거장이길래
서둘러 내렸다.
집에 도착하여 현관 문을 여는데
평소에 들고 다니던 우산이 보였다
어머!
그때서야 갖고 나갔던 다른 우산을 놓고 내린것이 생각났다.
후다닥 다시 계단을 내려가면서
어쩌면 은행에다?
아니면 전차갈아타기전 버스에다?
갑짜기 생각이 엉키기 시작했다.
시간을 돌려가며 뒤돌아 이곳저곳을 살피러 다녔으나
어느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 오면서
잊자!
사람도 잊고 사는데
그까짓 우산쯤이야...
아쉬워 하면서 며칠이 지나갔다.
그런데로 시간이 지나니까 천천히 잊혀져 갔었는데..
그런데,
그런데 바로 어제 ,
2010년 사진을 찾아보려고
사진모음 저장고를 보니
아무곳에도 없었다.
찾고 찾고 또찾고..
가슴까지 퉁퉁퉁...
7월초에 사진용량이 많아 컴퓨터 작동이 느려
2010년을 정리하여
엑스트라 저장고(External Desktop Drive)로 옮겼었다.
그러면서 보니 2009년이 중복되어 저장되었던것을 삭제를 했었다.
그러고는 까막득이 잊어버리고 있다가
어제 찾아보니
2009년은 그대로 두개가 있고 2010년이 없는 것이다.
아아아아아...
중복된 2009년을 지운다면서 2010년을 지워버린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스스로 이해가 안된다.
이런일이 생기다니...
어제 하루종일 2010년의 사진들이 내 머리속을 왔다 갔다 ...
일년동안 다녔던 곳들이 영사기에서 비추어주듯 눈앞에 어른 어른...그러나 모두 사라진것이라니...
그러다가 뇌리속에 그때의 정경이 오히려 더 선명히 살아나며
잊어가던 잃어버린 우산까지 다시 떠오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2009년에 소모임 '봄날' 주제가 있는 놀이터에 Forget me not에 올리려고
사진을 찍어두었던 것이 떠올라
잃어버린 우산사진을 찾아 보면서 위로해본다.
기억속 우산이
바로 이제라도 현관 복도에 나가면
빗물이 떨어지면서 아직 있을 것 같다.
(2011년 7월 29일 1시가 넘어서)
아끼던 물건을 잃었을 때의 여러가지 상실감을 동감해 본다.
22년을 써 온 우산이 새 것처럼~~ 곱게 썼나보다.
옥인이가 좋아하는 보라색이 들어간.. 그리고 많은 추억이 담겨있을 우산을 잃었으니
한 동안 힘들겠구나.
이젠, 하두 잘 잃어버리니까,
그냥 생각도 떠내보내기로 노력하지.
물건뿐 아니라 내 곁을 떠나는 이들에게도...
본래 내 것이 없다는 부처님 말씀이 위로가 되더라.
어쩌면 집착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포기가 빨라졌다고 해얄까? 아님,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인지...
옥인이의 사랑을 받던 우산이, 이제 다른 사람의 사랑도 받을 수 있게 되겠지?
나도 며칠 전,
스마트폰에 뭘 잘 못 건드렸는지, 문자 메세지가 다 날라가 버려서
어찌나 허무했는 지..
기억력도 없어, 메모 같았던 메세지였는 데...
할 수 없지 뭐~~~ ~~~ㅠㅠ
오늘 한가하니 집에서 쉰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것 저것 서류정리를 해야하는데
그냥 밀어놓고 있다.
수술한 무릎아낀다고
그동안 피아노 페달을 사용하지 않고 주로 바하곡을 쳤었는데,
오늘은 맘껏 피아노를 페달사용하며 두루^^ 쳤다.
치다보니 무리일까 싶어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이생각 저생각......
잊지 않으리라 생각되던 것들이
이제는 뿌연하니... 잊혀져 갔고
반면 아주 잊혀진 줄 알았던 것들이
가슴가득 에리에리 떠오르는 것이라니...
모든 것이 좀더 세월이 지나면 같아지겠지.. 생각해본다.
.......................................
아직도 가슴의 떨림이 있다는 것은 여전히 젊다는 증거이려나^^...
영희야~
니가 말한 "생각도 떠나보낸다..." 너무 멋있는 글귀네...
우산을 잃어버린 것은 그냥 단순한 상실감 이상이었어.
집안 한귀퉁이에 20여년 여전히 서있으면서
간간히 그 접혀진 우산이 보일쩍마다
그 시절 내모습이 떠오르며 많은 상념을 던져주던 것이었거든..
유학길에 오른 나이는 아주 젊은 나이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희망이 뭉글뭉글 거리던 시절이었지.
몇번 이사하면서도 꼭 챙겨다녔었는데...
이번에 잃어버리면서 맘 정리도 많이 했어.
2010년 사진들중에 한국방문사진은
내가 찍은사진 복사해서 건네준 친구가 아직 가지고 있다네 ㅎㅎ
모두가 바쁘니까 시간은 걸리지만 돌아올거야.
그런데,
나혼자 가지고 있던 다른 사진들은 영원히 안녕! 이야
그래도 인일 홈피에 간간히 올렸던 것들이 있으니까 천만다행이지.
좀더 부지런히 올렸더라면 더 많이 남았겠지?
곳곳 정원 축제 사진을 복사해서 친구에게 주었더라면 좀 남았을 텐데..
작년에 바뻐서 차일 피일 하다가 못건네주었었는데..
삭제소식들은 친구에게 구사리 잔뜩 받았네그려..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지.
영희야 . 많이 보고 싶다
잘지내고 8일에 비엔나에서 옥연이 만날거니까
옥연이 귀국하면 내얘기 들어라~
안녕!
정원이가 비엔나에 갔어.
어젯밤, 바이버로 문자왔는 데, 비엔나의 날씨가 너무 좋다는구나.
그냥~~ 다시 비엔나가 그리워지네~~~
8월중순경, 스위스에서,
임선혜씨가 음악제에서 특별히 한국코너가 있어 우리 가곡을 부른다는 데
팜플렛에 김소월의 진달래 글씨를 내가 썼어.
가족들과의 여행도 남프랑스, 이탈리아, 모나코로 정해서
비엔나쪽과는 머네그려!
지난해 11월이었건만 아득하구나~~~^*^
영희야~
레온이 아빠가 비엔나에 왔구나.. 연주가 있는감?
네가 작년에 비엔나에서 만났던 임선혜씨 연주에대해서
그때 잠깐 얘기했었는데 벌써 세월이 그렇게 되었네..네글씨가 여기에서 돋보이겠다
축하해!
그리고 좋은곳으로 가족여행가는구나.
여사모 여행일정보다 모나코가 더 들어갔으니 일정이 길어지겠네.
좋은 일정이니까 가족끼리 많이 즐기도록해.. 날씨도 좋을거야 거기는.
친구님들!~
영희가 왔었던 작년 11월에 내가찍은사진도 몽땅 없어졌거든요..
어제, 영희랑 같이 갔었던 비엔나 숲 슈베르트가 보리수 작곡한
힌터브륄지역에 있는 휄드리히뮬레 레스토랑에 갔었시요
보리수 노래 들으면서 따끈 따끈한 사진을 보시라요~~~
영희랑 갔을 때는 11월의 쌀쌀한 날씨에 안개가 껴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음미했었는데
지금은 여름치고는 선선한 날씨에 창가에 꽃이있어 또다른 아름다움이 있더라고요.
그곳의 흑백사진 기념 엽서도 가져왔어요..노스탈지, 센티멘탈 등등 느낌이드는게 좋아서리 ㅋ ..
기회가 되면 누군가에게 붙이면 좋겠지요? 전자 메일이 아닌 손수 쓴 글씨로 말이요.
거기서 영희랑 같이 웃으며 찍었던 생각이 저절로 나서
슈베르트 모델 옆에서 다시 한번 찍었지요 ㅎㅎ
잃어버린 것 대신 새롭게 추억을 만들어 나가야지..생각했습니다요.
그렇게 우리 모두들 현재에 충실하자구요~~
방학을 하자마자 이곳 저곳으로~~
노닐다가 컴앞에 앉으니~~
컴이 많이많이 삐졌나보다~~
아주 쬐끔 맛보여 주다 말고서리
갑자기 화면이 사라지고 앞이 캄캄해지는기라~~
하여~~고치느라 며칠 더 지체하다
실로 오랜만에 컴에 들어왔네요~~
옥인이가 보내주는 아름다운 선율에 취해서~~
남편과 함께 감상을 고맙게 잘 하고 있답니다~~
잃어버린 우산 정말 곱게 잘 사용했구나~~
아름다운 우산이지만 추억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남을거야~~
긍정적인 생각이 우릴 더욱 풍요롭게 해주리라 생각해~~*^^*
2009년, 소모임 '봄날' 주제가 있는 놀이터 Forget me not 에 썼던글...
오늘은 가을비가 내리는 전형적인 비엔나 가을날씨에요.
조금전 잠깐 외출하면서 20년 넘은 우산을 썼었어요.
돌아오자마자 말릴려고 복도에 피어 놓으면서
갑짜기"forget me not" 생각이 나서
아직도 물기가 있는 우산을 담아보았네요.
1989년 비엔나에 음악연수왔던김에 파리여행을 하려고 했더니
그때는 한국사람이 프랑스 비자가 필요하다고해서 파리는 방문 못하고
아쉽게 한국으로 귀국하다가 파리 드골공항에서 샀던 것인데
다시 5개월후 비엔나 오면서도 무슨 미련이 있었던지 가지고 왔던 우산이에요.
두번째 올때는 동서장벽이 열린터라 프랑스도 노비자가 막 허용되기시작했었음에 불구하고...
우산꼭지와 손잡이에 크리스탈 장식이 있었던 제법 예뻤던 것인데,
언제부터인가 떨어져 나가고 이제는 골동품에 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