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크고 작은 유럽 곳곳의 정원축제를 수년간 다녀 보았다.

항상  자연스럽고, 열리는 곳의 전통과 정취가 뿜어나오며 

전시자나 관람자가 호흡을 같이하는 축제분위기가 대부분이었다.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여 선보이고, 이벤트행사도 하고, 전문가의 강연도 있고..선보인 것들이 팔려가고.

전시회가 마치면 전시자는 남은 것들을 정리하여  각자 곳곳으로 귀가하면서 후년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남기고.. ..

관람자는 뿌듯한 마음으로 한손에 꽃식물과 정원집기를 집어들고는 노래를부르기도 하며 

가족과 친지들과 소풍다녀오듯이 전시장을 떠나고...

한마디로 정겨움이 풍성하게 넘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첼시 화훼 박람회(2011년 5월 24일~28일까지)에서는 너무나 다른 면모에 놀라웠다.

5일간의 전시회를 위해 그동안의 준비과정이 얼마나 걸렸을까?

특히 전시된  크고 작은 각각의 Showgarden모습들은 오래전 부터 바로 이곳에 있었던듯

구석구석 어울리는 꽃들과 식물들과 장식도구와 거대한 조형물로 채워지고 있었다. 

전시회가 마치면 사라질 것들이..즉 영화의 셋트장처럼 영화촬영 종식과 더불어 사라지듯이...

 

showgarden2.JPG

 (순간을 영원으로 연결하고자하는 사진 작가와 BBC 관계자,,, 그외에도 수많은 사진 작가들의 모습이 곳곳에 )

 

 

음악을 전공한 나는 

연주회  순간  이상의 날개를 피고 하늘을 날아가는 소리의 예술에 스스로 도취하기도,

때로는  어느새 허공으로 사라지는 소리에 허망해하며 이 나이에 이르렀다.

즉,예술의 종류에 따라

문학은 문자로 길이 길이 남으니 두고 두고 감명받으리..

미술도 두고 두고 보면서 감명받으리...

그러나 음악은 바로 실제연주를 듣는 순간이 클라이맥스라고 소싯적에 고집스럽게 생각했었다.

 

세상의 문명이 발달하여

음악도 재생의 음향으로 이어진다고 하지만

그래도 청중과 연주자가 호흡하는 그 순간의 감명을 아직도 우선하는게  아닐까?.

 

바로 이런 음악적 감명처럼  첼시 박람회를 내내 참관했다.

하나 하나 피어난 꽃들....음지에 숨기듯 감추어진 듯하나

바로 그것이 모두 원예가와 조경전문가의 손길에 따라  있어야하는 곳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이 꽃이나 식물등 모든것들은

오케스트라 편성의 한악기인 것처럼

또는  총보의 부분 세세한 음표로 살아 움직이는 것이었다.

 

바로 이 5일간을 위하여 모든 원예가들과  조경설계건축가들이,

식물들  가장 최고의 미가  나타나게 성장 시켰거나 선택했고 조경을 한것이 신기에 가까웠다.

 

showgarden1.JPG

 (여기에 보이는 커다란 나무들,나무벽, 잔잔한 꽃 하나 하나가 Showgarden으로 공터에 높낮이를 이루며 만들어진 것임)

 

24일 개막식날 참관하고

다녀와서 어느덧 일주일이 지나가는데,

나의 머리속은 아직도 그 감흥에 어질거린다.

찍어온 600여장 사진을 보면서  그때 모습과  다르게 나타난 현상에 

도저히 한장도 선뜻 내보이기기가 어려워 몇날을 주춤거렸다.

실체의  이벤트적인 다이나믹한 정원의 강열한 느낌과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국전원모습 그대로로 보여진 것들이 너무도 생생하여

사진의 평면적인 획기성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겹치는 것이다.

 

그대여 상상할수가 있는가?

오직 닷새동안 실존될 정원을  어쩌면 이런 온 정성을 다해   이룰 수 있단말인가?

 

음악은 악보로 음반으로전해지고

다른 예술도 나름대로의 형식으로 등등등..

 

그러나 전시 정원의 예술성은

바로 꽃이 살아있는 순간

바로 보여주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자연의 융합하는 하모니와같이...

 

영국인의 또다른 전통성과 웅장함과 섬세함의 화합을 온몸과 영혼으로  깊이 느꼈다.

 

해마다 열리는 영국최고의  Flower Show 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응원과 보조와

정원작품 출품비용,행사장 조정비용,입장료등등은 거히 기하학숫자에 이르는 금액이다.

혹자는 세상 곳곳에 굶주림과  궁핍함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바로 시들어 버릴 식물을 매체로한   낭비가 아닌가...생각할 수도 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다.

누구나 자유사고를 할 수있으니까...

 

아마도 그래서 첫글을 쓰기가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언제인가는 이 모든 감흥이 흐미해지질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으로 

나의 체험한 느낌을 적고 싶은 욕구가 또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2011년 6월 1일

 

비엔나의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