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즈음, 꽃으로 핀 그대들이여!

 

여고 졸업 사십년 만에

또래들이 모여

일주일을 함께 지냈다.

 

몰라보게 예뻐진 숙이,

여장부다워진 민이,

기품 있어진 옥이,

춤 가르치는 용이,

노래 불러주는 분이,

사진 찍어주는 남이,

화장 고쳐 주는 원이,

통역해 주는 선이,

웃겨 주는 경이,

엄마처럼 돌보는 진이,

...

 

(교수도 있고 의사도 있고 아줌마도 있지만 사장 부인도 있고 실업자 부인도 있지만, 특별시민도 있고 보통도민도 있고 미국인도 있고 유럽인도 있지만, 미인도 있고 보통 얼굴도 있고 키큰 친구도 있고 작은 친구도 있지만 공부 잘하던 친구도 있고 보통이던 친구도 있고 운동 잘하던 친구도 있고 못 하던 친구도 있지만 가난했던 친구도 있고 부자였던 친구도 있지만)

함께 일어나고 함께 자고 함께 먹고 함께 얘기하는 사이,

40년 세월, 꼬이고 부서지고 엉킨 시간들이

하나가 되었다.

누구는 몸이 아파서 누구는 돈이 없어서 누구는 시집살이가 고되어서 누구는 가족이 아파서 누구는 남편이 별나서 누구는 식구가 많아서 누구는 고국이 그리워서 힘겹기도 했을 세월,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눈물 나지만

 

거울 보듯

마주 보는 얼굴들, 예순 동이

장하게 살아낸

서로 앞에 겸허해지다

 

예순 즈음

꽃으로 핀 그대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