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서 땡 잡은 사람은 나다.

  샘소나이트 여행 가방을 얻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내가 여행백도 동생에게서 빌린 것인 줄 어떻게 알고 선배님은 여행 가방을 선물로 준비하셨고, 남 모르게 우리를 많이 배려한 은례가 여러 장의 경품권을 구매해 같은 테이블 친구들에게 돌렸고, 그리고 운이 좋았고...

  그 끝에 내게도 가방 하나가 돌아왔다. 그게 그렇게 좋은 가방이란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러나 그 큰 가방보다 더 중요한 건 나의 적나라한 단점 하나를 사실적으로 대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에게 거울을 비춰 준 건 내가 사랑하는 친구다.

 

  세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그 친구가 이야기를 중지 시키더니 내가 다른 친구에게 화를 내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내가 화를 내고 있는 줄을 몰랐었다. 하지만 내가 믿고 나를 사랑하는 친구가 그렇게 말하니 그 말은 분명 맞는 말일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그 다른 친구에게 사과를 하고 이야기를 이어가며 그 상황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 먼저 나는 그 다른 친구의 어조가 어쩐지 격앙되어 있다고 느꼈고 그것이 나를 향한 감정이라고 받아들인 게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쉽게 정리하자면 누가 나에게 화를 낸다고 느끼고 그렇게 느꼈다는 것을 미처 깨달을 새도 없이 반사적으로 내가 화를 내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이어가며 다시 바라보니 그 다른 친구의 어조는 변함이 없었다.

  다만 내가 그렇게 느꼈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좀더 생각해 보자니 그 다른 친구는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을 거라는 그 때의 편견 -지금은 아님-이 내 마음을 흐리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심연에는 그 다른 친구에게도 사랑받거나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었던 건 아닐까?

 

  자기가 아니라 내가 먼저 화를 낸 거라고 남편이 말하던 장면이 생각났다. 왜 나는 한 번도 그 점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가장 한심한 건 화를 내면서도 화를 내고 있는지 조차도 모른다는 점이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은 있다.

  내가 그렇듯이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단점을 모르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더 잘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로 그 친구에게 고맙다.

  애처럼 울 수 있게 해 줘서 고맙고 이제라도 나를 돌아볼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

  사실 그 친구가 온다기에, 허겁지겁 따라가게 된 여행이었다. 오래 못 본 친구 얼굴 맘껏 보기 위해서.

  그러나 여행은 그보다 훨씬 많은 걸 내게 안겨주었다.

 

  땡 잡은 가방 안에 담아온 가장 소중한 기념품 하나를 풀어 보았다.

  사랑하는 친구의 오래 기억하고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