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메일을 받고도 딱히 할말이 없어서 답신을 못했는데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이지만 그냥 없는 소식이나마 보냅니다.

 

우리 어머니가 위독하셔서 (아니, 위독해보여서)

온 형제들이 다 모였었는데 (한국에서도 달려왔으니까)

어머니는 한 열흘동안 금방 돌아가실 듯 하시다가

지금은 오히려 좋아지셔서 잡숫는것도 나아지고

일어나서 식구들과 함께 거실에 한참을 앉아계시기도 하십니다.

 

내가 엘에이에서 떠날 때 춘자가

노인네 일은 몰라요.  그러시다가도 도로 살아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했는데

바로 그말 그대로의 상황입니다.

 

금방이라도 큰일을 당할거같애서

우리 성당의 신부님이 오셔서 병자성사까지 해 주셨는데

병자성사 받으신이후 오히려 나날이 좋아지셨답니다.

병자성사에도 말이 있더라구요.  정작 병자성사 받고나면 대부분 소생하셔요라는……………..

 

그리고보면 우리 어머니는 지극히 정상적인 노인네이신가봅니다.

여러가지면에서 아주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시네요.

 

좀 나아졌다고는 해도 마른 가랑잎 같은 쇠약한 육체가

언제라도 바스스 부서질듯해서 안쓰럽습니다.

정신은 말짱하셔서 드나드는 사람들을 일일이 참견하시고

한얘기 하시고 또하시고 그러십니다.  (내가 해도 토씨 하나 안틀릴 정도로 여러 번 들은얘기들)

 

여기 상황이 이래서 내가 답신도 안하고 가만히 있었지요.

확실히 전할 뉴스도 없고 이런저런 이야기 길게 하기가 번거로워서………..

 

우리 인생에서 피할수 없는 생노병사.

그 막중한 무게를

미주 신년파티의 즐거웠던 기억이나

돌아가서 만날 정다운 얼굴들 등을 생각하면서 상쇄하고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돼지띠.  금년에 88.

많다고도 할수있고 아쉽다고도 할 수 있는 연세지요.

 

지금 좀 좋아지셨다해도 진짜로 다시 일어나서 전처럼 혼자 외출도 하실수 있을것같지는 않아요.

식사를 보통 우리처럼 하시는것도 아니고

비틀비틀 화장실 출입은 겨우 하시지만 항상 옆에서 누군가가 도와드려야하고….

 

나는 3 10일에 돌아가는 비행기표인데 그안에 무슨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내가 정말로 임종을 보고 돌아갈지

아니면 저만한 상태를 보고 불안한 마음으로 가게될지

또는 날자연장을 해서 더 있어야할지…………

 

그저 하루하루 한순간 한순간을 조용히 보내고 있다고나 할까요.

 

항상 관심을 가져주고 격려와 기도를 해주는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다시 만날때까지

건강하게 즐겁게 보람있게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