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하는 방법과 대상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응근한 자식 자랑,  대놓고 하는 장기 자랑, 흉보는 척 남편 자랑,  간접적인 돈 자랑....

저는 오늘 맘 놓고 자랑을 좀 하려고 합니다. 

무슨 자랑이냐구요?

 

저의 삶에 가장 영향을 끼친 3사람을 꼽으라면 저는 시어머님을 서슴없이 첫 번째 자리에 모십니다.

현재 90세 이신 어머님은 치매를  앓고 계시고 또한 여러가지 노인병으로 고생하고 계십니다. 

배움이 많으신 것도 아니고, 재산이 있으신 분도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노인이지만, 자식들로부터 진심어린 존경을 받고 계신, 마음이 우주 잘 생긴 분입니다.  당당함과 온유함의 조화를 잘 이루며 살아 내신 분, 고집스러운가 하면 융통성을 함께 지녀 결국 너그러움이 더 많이 드러나는 분, 인간 심리학 같은 것은 공부한 적도 없지만, 함께 얘기하다보면 어느새 공감대를 이루어 서로의 심층을 터취하게 이끄시는 분....  지난 번 추석에 어머님과 함께 지냈을 때, 어머님은 당신의 옛 이야기 한 조각을 제게 들려 주셨습니다. 그 건 어머님의 자존심으로 보아 90세까지 입에 담기를 허용할 수 없었던 사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제 어머님은 그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더 이상 홀드할 만한 에너지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치매가 아니었다면 영원히 입에 올리지 않으셨을 겁니다. 

 

어머님으로부터 저는, 베푸는 삶, 사람 아끼는 법과 지혜롭게 판단하는 법을 배웠습니다.(실천에는 아직도 약하지만 ㅎㅎㅎ)

어머님과 저는 통하는 바가 참 많았습니다.  아마도 자라온 환경이 비슷하여 제게 연민을 느끼시고, 특별한 사랑을 베풀어 주셨나 봅니다. 어머님은 당신 자식들 앞에서는 무조건 며느리 편이십니다.  당신 자식이 며느리 힘들게 한다고 보약 한 제 지어 손에 쥐어 주시던 어머님,  제가 손 위 시누이로부터 터무니 없는 공격을 당하고 다투었을 때, 저에게 전화하시어 오히려 사과하시던 어머님, 형편 어려운 친구, 이웃들과 성실하게 관계를 유지하시던 어머님....   되돌아 보면 여러가지 감동스러웠던 추억이 참 많습니다.

 

어머님은 한 그루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젊은 날을 지내시고, 이제 자식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만큼 허약하십니다. 다행히 어머님은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의 존경과 보살핌을 받으며 여생을 지내고 계십니다.  치매 때문에 밤에 홀로 계실 수가 없어 자식들이 당번을 정해 돌 봐 드려야 합니다.

오늘 남편이 당번을 서기 위하여 뉴욕 어머님댁에 도착한 후,  어머님과 저는 통화를 했습니다

"엄니, 아범이 가서 좋으시죠?"

"그럼 조치.  근데 난 노골적으로 니가 더 많이 보고 싶다.  은제 오냐?"

정다운 어머님의 음성에 가슴이 젖어 옵니다.

 

어머님의 이즈음 삶은, 저의 삶의 예고편일 수도 있습니다. 어머님처럼 노인이 된 후에 자손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인격을 닦고 싶습니다. 

더 자랑할 점이 많은데, 쓰다보니 지면이 많이 채워졌네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