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회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박화림
“얘들아, 이 사과 좀 먹어 봐, 달고 단단해”
한국을 방문하기로 결정을 내리자 곧 여행사에 전화를 했다
‘고객님 전화는 저희들에게 다시없이 중요 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녹음 음성을 들으니 ‘아 정말 한국을 가는구나!’ 하며 마음이 들떠왔다
친절한 여직원이 가고 싶은 날짜와 시간을 묻더니 내 목소리가 젊은사람 같지 않았는지뭔지 “ 참 노인분들께는 할인이 있는데요”
아니 내가 노인인 것을 어떻게 알았지? 좀 언짢다 싶었는데 곧이어 “60이 넘으셨어요? 그러면 20% 할인입니다” 하는 바람에 태도를 돌변하여 “예” 똑똑한 소리로 대답했다
전화를 끊은 후 지난번 인일홈페이지를 통해 몇십년 만에 만난 영규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나 한국간다, 만나자’
창밖을 보자 무르익은 여름 숲과 시작되는 초가을의 여린 단풍이 어우러진 사이로 영규의 모습이 아련한 기억 속에 웃음 짓고 있었다
이마가 이쁜아이,
어느 것에도 당당한 아이,
주장이 분명한 아이,
남이 괴로울 때 같이 울어주던 아이
어느 해 그러니까 우리가 스물한 살이 되던 해던가?
장마가 시작되는 7월 중순께 우리는 집을 나섰다
여름방학 임상실습을 울릉도 자매병원에서 해야 한다는 해괴한 각본을 짜서
부모님께 허락을 받은 우리들. 무전여행을 떠났다
배낭, 모자, 청바지차림으로 포항으로 내려가는 삼등열차에 몸을 실었다
연일 비가 내려 울릉도에 가는 배가 뜨지 않았으나 우리는 아무 걱정도 없이 짝지어 새로운 도시 포항의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틀 후에 우리는 울릉도 가는 청룡호를 탔다
밀렸던 손님을 가득 태운 배는 그 몸도 가볍게 움직이며 동해바다를 향해 파도를 가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난간에 앉아 쉬지않고 노래를 불렀다
끊임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밤도 낮도 없이 치기가 어린 말들이 공중에 튀어 물방울 속에 부서져갔다
이 젊은 날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우리의 착각을 부추기라도 하듯 바닷바람은 우리를 감싸 안으며 인생의 초록비 같은 이 한 때를 같이 즐기고 있었다
영규에게서 이 메일 답장이 왔다
‘응, 빨리 와 명순, 현경, 헤순이랑 같이 안면도에 가기로 했어, 곧 보자’
잊고 있었던, 가끔씩은 얼굴을 떠 올리며 얘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문득문득 생각나던 아이들, 그 이름들을 입속에 뇌어버자 그 여름날의 파도가 내 속에서 다시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우리 넷이 동암역에서 만나 영규의 학교로 갔다
재회-.
40년 만의 만남.
영규가 교문을 향해 뛰어왔다
‘아 맞아, 저게 영규야’ 어지러울 정도로 흘러간 시간들이 그 얼굴에 포개져 갔다
영규와 나는 지구의 양끝에서 서로 다른 자기의 삶을 살았다
나는 나의 일, 나의 아이들, 나, 나, 나,로 인해 옆도 돌아 볼 새 없이 지친 삶을 살았다
영규도 또한 누구라도 당해내기 힘든 어려움을 겪으며 반 평생을 지냈다
인생의 끝자락을 붙들고 인생의 반 이상을 돌아 와 만남 우리들, 사십년이 흘렀음에도 말하지 않아도, 그저, 마주만 보고 있어도 상대방을 그냥 다 아는 것은 무슨 조화인지...
모든 어려움으로 정교하게 깎여진 영규가 아름다운 보석이 되어 앉아 있었다
휴게실에 잠깐 차를 세우고 벤치에 앉았다
영규가 봉지에서 스넥을 꺼내어 놓으며 “ 애들아, 사과 좀 먹어봐 아주 달고 단단해”
우리는 이제 언제 또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확신 할 수 있는 것은 현재까지의 삶이 이 세상의 무엇이라도 포용할 것 같은 영규를 만들어 냈듯이 앞으로 펼쳐 질 그의 인생도 더욱 더 달고 단단한 영규를 창조해 낼 것이라는 것.
그래서 이 지구를 온통 품안에 안아도 부드러운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아이가 될 것 같은 흐믓한 예감!.
한여름을 몸에 담은 사과를 한 입 깨물었다
향기가 몸 안에 퍼져간다
‘영규야, 더욱 더 단단해지고, sweet해져 응?’
가을의 햇볕이 우리의 사이를 끼어들며 만남의 축제에 건배를 청했다.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마주한 순간의 진한 감동이 밀려오네.
보지 않고 만나지 않은 그 세월...동안
삶의 고단함. 역경을 통해 둥글 둥글.....
서로 이해하고, 품어주는 아름다운 인격으로 만들어 놓았을까.....
인숙아, 영규야~
우리 친구들, 모두....
겨울에 더 달고 시원한 사과처럼, 더 스윗하고 더 단단해 지자.
인숙아~
안녕?
나 ~~기억하지? ㅎㅎ
네가 다녀갔다는 얘기를 경선이 한테 들었는데 만나지도 못하고 가버렸구나.
우리가 "갈매기" 라는 문학 써클을 아주 잠깐 같이 했던 기억도 나고~
언젠가 수인이랑 찍은 사진을 홈피에서 봤는데 하나도 안변한것 같은 느낌 이더라.
여전히 단정하고 내실이 단단한 것이 네 그 글에서 느껴진다.
우정의 아름다움이 느껴져 콧마루가 시큰 ~잘 읽었어.
우리의 삶에서 지나칠수 없는 나름대로의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더욱 성숙하느냐 대책없이 무너져 내리느냐 결정 되는것 같아.
이제 모든 어려움 다 극복하고 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이해하는 너희들 예뻐보인다.
글을 너무 잘 써서 더 그런가? ㅎㅎ
건강하고 홈피에서 자주 보자.
그랬구나~ 칭찬은 무신~ 뭘 잘하는것도 없는데~ 암튼 고맙고 ~2년에 한번씩은 나오니?
니가 너무 조용히 왔다 가나보다.
나도 그동안 맘고생을 많이 해서 친구들 다 만날 맘의 여유가 없었어.
요즘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하지만 뭐 인생의 어려움은 죽을때까지 극복해야하는 과제 아니겠니?
그래~ 담에 나오면 만나 불발로 끝나버린 문학의 꿈에 대해서도 얘기해보자.
넌 실력 녹슬지 않았더라.
영규에 관해 쓴 글을 보고 눈물을 떨굴뻔 했으니까 ~
건강해라.몸이 아프면 우울하고 서러워지더라.
인숙아, 영규야,
해후의 정겨움이 그림으로 다가오네.
친구간의 정이 바이러스가 되어 내게까지 전해오구.
영규 은퇴한다며? 축하한다.
참, 한국에서 교사직에 근무하는 벗들에겐 올해 즈음이 은퇴하는 해 인가?
62세가 정년이라며.
윤화숙도 은퇴한다고 들었거던.
새 창문 넘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움이 강건한 나날로 넘치길
순호야
지난번 송창식의 젊었을때 노래하는것을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막 쏱아지잖어
그러더니 송윤희 하고 너하고 막 떠오르는거야. 이상하지?
옛날에 의미도 모르고 좋아했던 시
젊음아 왜사라지지않고 빈들에 남아 우리를 울리고 있는가 그런 것도 생각나고...
어느땐 소망에 불타다가도 어느땐 이제 우리에게 남아있는 좋은 일이 무언가 우울해지기도하고.
너의 근황은 나보다 잘아는 사람이 없을걸.
매일 이곳에 들어와 너의딸 그리고 손자 은범이 얘기 재밌게 읽고 있어.
너 여기 뉴욕을 다녀 간 것 같은데, 또 올 기회는 없는지.
네가 나 보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질꺼야. 너에 비해 나는 못하는게 너무 많거든.
그러나 시원한 네 모습 한번 보고 싶어
꽃피는 때 와서 한번 꼭 만나자
인숙아.
나도 안녕!
순호야 라고 불러서 순호왔나 찾아보니 아직 안왔네.
요즘 세시봉 콘서트가 완전 대 박이야.
나도 다운 받아 봤는데 정말 순수하고 아름다와서 가슴이 다 벅차더라.
그리고 놀라운 건 그 때 그 시절의 2배이상을 더 산 사람들이
어쩌면 그리 똑같은 음성에 오히려 더 완숙된 노래를 하는지 말이야.
평생을 자나깨나 노래 속에서 살아왔다는 걸 알 수 있어.
나도 피아노를 너무 좋아하니까 무대에 서던 안서던 관계없이 주구장창 붙들고 있거든.
그럼 어디가서 반주를 해도 첫마디가
"집에만 계신 분은 아닌데요." 그래
직업이 없다는 건 아무 것도 안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게 좀 슬프다.
그 사람들도 멋있었지만 그들과 함께 한 예전의 동료들, 젊은이들, 변함없는 옛 팬들 다들 감동을 주는 시간이더라구.
인숙아
학교시절에야 서로 반이 다르고 시간이 안맞고 해서 접할 기회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자주 만나자.
니네 문예반 팀들 !
다들 말수 적고 마르고 속이 차 보이는 애들!
난 그런 사람보면 자기가 참 어려 보였단다. ㅎㅎㅎㅎ
오늘 노는 날이였어
어저께 어떤 분이 쥰미디어에 들어가면 쎄시봉을 볼 수 있다고 하셔서 들어가 봤지
어쩌면 이렇게 똑같이 우리 맘을 말하지?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게 이렇게 진한 공감대를 갖게한다는 걸 몰랐네.
너희들이랑 보면 훨씬 재미있었겠지?
지금 남편이 오면 같이 또 보려고 하는데 기대는 않해. 너무 우리랑 다른 사람, 다방 한번 않가고 대학 졸업한 사람.
악보가 있어야 조개껍질 엮어 노래를 하는 사람'
어느날 내가어디서 얻어 온 흘러간 옛노래 이런 책을 보 고 "한번쯤"을 혼자 부르는데 무슨 노랜지 좀 이상하게 들려서 아니 그게 뭐지요 했더니
"응~ 간주" 해서 혼자 웃고 말았지.
윤형주 카네기홀 컨써트에 나만 데려다주고 밖에 커피숍에서 기다린 사람.
오늘 따라 동창들이 그립네
네 피아노 연주도 한번 듣고 싶어.
얼마나 아름답겠니?
이제 정말 마음에서 치고 싶어서 연주하니 더 선명하게 아름다울거야.
이제 너희들 만나는 기대를 가지고 이년을 견뎌봐야 되겠다
인숙아,
이제사 들어왔네.
우리 교회 올 수만 있다면 ...
꼭 같이 예배드리자꾸나.
근데 네가 올 때 특별 찬양 시간을 갖고 싶다.
네 후룻과... 또 우리 동기들 같이 와서 특별 찬송을 해주면
우리 몇 안되는 교우님들 좋아하실거야.
우리 교회 참 재밌어.
대학 선배 언니들이 방문 소감으로...
"성가대가 각자 소리를 빽... 빽..."이래.
근데, 더 재밌는 건
성가대 찬양이 끝나면 꼭 박수를 친다는 거야.
난 웃어 죽겠는데 웃을 수도 없고.
하여튼 순수한 분들과 지내서 오히려 내가 더 배울 점이 많아.
참 우리 교회 재정난 타개책으로
재고품 상점을 지하실에 차리기로 결정했단다.
큰 교회를 빼고 미국 교회들 대부분 다 어렵잖니.
우리 교횐 특히 실업자가 많은 지역이라서 심각해.
지난 두주 하루 4시간씩 운전하며 모임에 참석하느라
바쁘게 다녔더니
어제 밤엔 심히 지치더라.
마음은 젊은데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네.
쉬엄 쉬엄이란게 딱 맞아.
정열은 심장에 그냥 남겨두어야 겠어.
인숙아 한국에 다녀 왔구나.
영규랑 얽힌 재미있는 글 잘 읽었어.
눈물이 나올려고 그래.
자주 들어와 좋은 글 많이 좀 올려라!
글도 잘쓰고 풀룻도 불고
일도 잘하고
너도 재주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겸손하기는...?
지난번 니네 집에 갔을때 못들어서 늘 아쉽다.
인숙아
직접 만나보니 40년 전이나 변함이 없었어
더 의젓하고 깊이있는 웃움 띤 얼굴이 편안해 보이더라
그 달고 단단한 사과는 봉화에서 농장하는 반경희네 꺼야
겨우내 먹었는데 아직도 맛이있어
거기도 눈이 많이 왔지?
조 인순 선배랑, 정례, 하덕실 모두 건강하고 즐겁게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