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추운 겨울날

한 해를 보내는 끝자락에서

우리는 함께 만나 행복의 쉼표를 찍었습니다.

 

12월 29일 오전 11시 30분, 송내 드마리스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라는

윤순영 선배님의 초대에 22명이 여기저기에서 달려왔습니다.

깜찍한 여고생인양 베레모를 멋드러지게 쓴 선배님이  문앞에서 우리를 맞습니다.

낯이 익은 얼굴들 그리고 낯선 얼굴들이 악수를 청하며 반갑다 합니다.

천안함사건이니 연평도 참사등

다사다난 했던 2010년 경인년을 

그냥 보낼 수 없다해서 다들 달려들 온 것입니다

 

오늘

윤순영 선배님이라는 한사람이 주는 메세지는 과연 무엇일까요?

문득 유안진 시인의 "빈 방 있습니까?"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성탄전야, 작은 시골학교에서 전교생이 출연하는 연극 중 일어난 해프닝입니다.

그 학교에 발달지체장애아인 빌리가 있는데 , 모자라는 이 아이를 위해 선생님은 한마디의 대사만을 외우게 했습니다.

"빈 방 있습니까?" 라고 물으면 "없어요"가 빌리의 몫이지요.

그런데 차례가 오자 대답을 않는 빌리.

빌리의 처지를 알고있는 모든 주민들이 안타까운 나머지

빌리야 "없어요 라고 해"가르쳐주지만 곰곰 생각한 끝에 " 없어요"대신  "내 방 쓰세요"하는 빌리.

 

빌리처럼 조금은 모자란 듯 손해만 보는 사람처럼 비치지만

실상은 성자의 품성을 지닌 빌리.......

나는 오늘 윤순영 선배님에게서 빌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가진 것보다 나누어 행복을 줄 줄 아는 사람

그 행복이 바이러스처럼 퍼져 주위를 기쁨으로 넘치게  하는 귀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오늘 그 자리에서 5기의 김순호 봄날 회장님이 그런 취지의 말을 했지요.

있다고 다 베푸는 것이 절대로 아니라고요.

4기의 전초현 선배님은 이런 작은 모임이 힘을 합하면 총동창회가 저절로 잘 될 수 밖에 없다며,

4기는 한사람 한사람의  작은 힘이 모여 큰힘을 모으고 있는 것을 자랑하고 싶다고요.

한방울의 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는 곳이 4기입니다.

 

2010년 경인년을 보내는

아쉬움이 가득찬 추운 겨울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어떤 한사람때문에  큰 것을 배웠습니다.

모자란 빌리를 닮아  영악스럽지는 않아도  더 따뜻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

욕심사납게 교만하기 보다는 모자란듯 행복을 나누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 합니다.

이 긴 긴 겨울 밤 

당신은 지금 누구와 함께 행복해 있을까요?

우리는 오늘 빌리를 닮은 윤순영 선배님과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말했지요.

"이 끔찍한 생이여

몇번이라도 다시 와도 좋아

왜냐하면 삶은 그 자체로 축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