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와 들어선 미장원 안은 만원이다.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미장원들 문 닫을 텐데.

 

 "염색 하시게요?"

 "아뇨, 퍼머 하려고요."

 "염색부터 하셔야겠는데요?"

 "염색은 집에서.... 그냥 퍼머를.... "

내가 궁색을 떤다.

 

 "염색한지 너무 오래돼서 퍼머가 잘 안 나오겠는데요?"

흰 머리는 퍼머 못하나?

아무튼 염색을 하라는 얘긴데,

집에 있는 염색약이 아까워 우물쭈물하는 사이, 어느새 염색약 갠 것을 들고 서 있다.

 

집에서 염색한 약 때문에 머리결이 상했다고 연상 혀를 차며 철썩철썩 발라댄다.

아이고 집에서 내가 바르면 살에 안 묻히려고 기를 쓰는데.

 

검정 칠을 뒤집어쓰고 앉아 있는 거울 속의 내 모양새가 가관이다. 

딱 얼마 전에 돌아가신 <앙드레 킴>이다.ㅎㅎㅎ

 

거울 보고 앉아 있기 민망스러워 볼 것도 없는 월간지를 뒤적이는데

옆에서 퍼머하던 손님이 느닷없이 암환자 얘기를 꺼낸다.

 

음식 까탈부리는 사람이 암에 걸린다로 시작하더니

이기적이고 성격더러운 사람이 암에 걸린단다.

자기처럼 베풀면서 즐겁게 살면 암 같은 건 절대 안 걸린다나?  어쮸.

허긴 목소리가 쩌렁쩌렁한 걸 보니 몸이 튼튼해 보이기는 한다.

 

K가 안절부절하며 그건 아니라고 설명을 하자 그녀는 더 열을 올린다.

K가 안쓰러워 내가 주책없이 껴들었다가,

니가 암에 대해 뭘 아느냐는 식으로 내 말을 뚝 자르는 바람에 

"아, 네."하고 만다.

 

그녀의 암환자 규탄 연설은 퍼머가 끝나도록 이어졌다.

그녀는 속 후련하게 떠든 값인지, 아무튼 얼마인지 미용사 주머니에 쑥 찔러주고 위풍당당하게 사라진다.

 

 "언니, 아니 그여자 왜 그런데?"

 "그러게 말야. 듣는 암환자 괴롭게스리. ㅎㅎ"

 

미안해서 쩔쩔매는 미용사에게 눈을 찡긋해주곤 미장원을 나서는데 K가 아부한다.

 "어머, 언니 훨씬 예쁘다. 이제 집에서 염색하지마.응?"

 "뭐 먹을까?"

내가 동문서답하자 싹싹한 K가 팔짱을 쏙 끼며

 "언니, 돈가스 먹어도 돼?"

 "좋지."

 

다른 거 먹자고 하면

까탈스러워 암 걸렸다고 한,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것 같아서

오늘 나는 토달지 않고 돈까스를 먹어야했다. ㅎㅎㅎㅎㅎ 639126510_1262869250.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