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어가면 셈평도 달라지나,
하루는 너무 길고 일년은 너무 짧데,
승강기 타고 사니까
속도감이 붙나봐..
-김수자[달라지는 셈법] 전문
정말 그런거 같아..
일년은,
10년은 너무나 후딱 가네~~
고등학교 졸업한지는 35년..
직장에 들어선 지 33년..
결혼한지 몇십년..
뭐한지...또 몇십년..
요즘엔 뭔가 계산하면 다 10년은 후딱 넘어가던걸?
40대는 40키로로, 50대는 50키로로 간다지만..
난 그보다 더 빨리 가속이 붙었는지 한 80키로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아무리 아둥거려봐도..
그렇게 빠른 세월은 도저히 잡을 수가 없더군..
토요일에 한 졸업 35주년 여고동창 송년회는 정말 행복했어
라마다 호텔에서 아주 럭셔리하게 치뤄진 송년모임..
약 100여명의 동창들이 모여
오랜만에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근데..확실히 나이를 먹으면
눈도 나이를 먹는게 틀림없나봐..
35년이란 세월을 뛰어넘었는데도
왜 나에게는 너희들이 고교시절의 여학생으로만 보이는 걸까..
"얘,너 하나도 안변했어."
그 소리는 절대 아부성 발언이 아니었거든..
아무리 나이들게 아줌마 혹은 할머니로 보려고 해도
그냥 그 때의 여고생으로 보일 뿐이었어
1부의 임원소개등 공식 행사를 마치고 2부 행사로~~
근데..공연 2부 순서에서 사회자가 퀴즈를 내는 순간..
난 아연실색 하고 말았지..
"옥*랑,미영이랑 선*가 극장을 갔는데
옥*랑 미영이는 1층에 있다가 그만 과학조교에게 걸려서
정학처분을 받았는데 그게 몇일이었게?"
'세상에...내 얘기잖어...뭔 퀴즈가 그려...'ㅋㅋ
난 1일 받은 것 같아서..'하루하루,..'했더니
성란이가 "정답!"하고 외치고는 '하루' 그랬는데
그만 '땡~~!' 사흘이라는 것이다..
'사흘씩이나 내가 정학을 받았던가..
난 아직도 하루였는지 알았는데..'ㅎㅎ
그 때 아버지께서 왜 학교에 안가냐고 물어서
배가 너무 아파서 못갔다고 거짓말한게
생생하게 생각나네..ㅋㅋ
더 웃기는 건 영화제목이 '드라큐라'였다는거..
지금도 드라큐라..소리만 들으면 진저리 쳐진다..ㅎㅎ
그 흔한 클럽활동도 안하고
모처럼 큰 맘 먹고 친구들 따라갔다가 걸려서 정학을 당해
얼마나 황당했던지..ㅋ
아무튼 지금은 그저 까쉽거리에 지나지 않는
추억일 뿐야~~
오랜만에 처음본 얼굴들이 많아서 정말 반가웠다..
미처 다가가서 손 내밀지 못한 친구들도 많았는데..
너무 시간이 짧았던 것 같아....
우리 오래도록 일년에 한번씩이라도 얼굴 보자..
친구들 너무 고마웠고 행복했어~~
그래 미영아~
얼굴 봐서 좋았어.
네 말처럼 진짜 긴 세월 참 후딱 간다.
방학 온다고 좋아해 봤자 세월 가는 거겠지?
그거~ 친구들이랑 웃으며 얘기했던 걸 규가 기억하고 퀴즈를 만든 다음 일일이 전화해서 허락 받은 거잖니?
너무 사적인 이야긴데 괜찮아? 하면서 말이야.
나야 괜찮지~~ 웃자고 하는 건데.
깜짝 놀랬어? ㅎㅎㅎㅎㅎ
근데 사실 그 퀴즈 웃자고 한 건데 웃음이 안 나오긴 하더라.
그때의 서글픔이 아직 한심한 느낌으로 남아있는 것 같더라구.
하루는 뭐 하루니? ㅂㅂ
우리 3일 학교 못 나왔잖아.
난 송림동 독서실에 있었는데.................
그때 참 가슴이 아팠어.
원망스러운 마음이 많았지. 한심하기 짝이 없었고.
그때 너랑 나랑 학생부장 질문에 한마디도 대답을 안 했어.
웃기잖아.
고 3 때 공부하다가 머리 좀 쉬려고 극장에 갔는데, 마침 볼 영화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말도 안 되는 그런 영화를 그냥 가볍게 보고 오자고 갔는데 그게 뭘 그렇게 벌 받을 일이니?
그냥 이놈들~~ 하고 야단 정도 쳐도 되는 거 아니니?
네 말마따나 우리 학교에 그렇게 처벌 줄 애들이 누가 있겠니?
격려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어쨋든 그 일이 나에게 남아있고, 내가 아이들과 지내는 데 도움(?)을 주는 게 사실이야.
그 하잘 것 없는 교칙을 운운하며 아이들 앞길을 막을 때 거의 목숨을 걸지.
분노는 골치 아픈 경험인 거 같아.
미영아
넌 3일을 하루라고 생각하니까 혹시 이것도 잊어버렸을까?
너랑 엄마랑 나랑 엄마랑 자장면 먹은 거.
너랑 나랑 울기도 싫어서 얼굴을 들고 교문을 나오는데 엄마가 그랬잖아.
우리 짜장면 먹을까?
대한서림에서 조금 올라가는 쪽 중국집에서 눈물의 자장면 먹은 거 생각 안 난단 말이냐???
그 사건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웠던 장면이다.
ㅎㅎ
세월 참 무상하다
쿼바디스 나여!
부모님이 보시고 너무 좋다고 감탄들을 하셔서
그새를 못참고 하루 먼저 갔는데 최 아무개씨한테 딱 걸렸지.
걸리는 순간의 그 최아무개샘의 표정이 생생하다.
덕분에 3일 근신을 받았는데
학교 도서실 그리고 학교 마당을 쓸었지.
운동장을 쓸고 있는데 분명 근신 같이 당한 친구들과 쓸었을텐데
내 기억엔 황량한 벌판에 나혼자 서 있고, 나뭇잎은 왜 그리 바람에 휘날리는지...
그땐 참 서글프고 시베리아에 혼자 유배당한 느낌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지금은 그런 추억이 있다는 것이 고맙다. 웃기지?
그래서 난 우리 아이들 한테 말하지
네가 견딜 수 있는 일 이라면 망설이지 말라고.
추억은 아름답다는 말을 그래서 하나?
어제 저녁 바람은 스산하게 부는데
간만에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란 영화를 봤다. (집에서 DVD로)
다소 이해하기 힘든 면들이 많은 영화이지만
그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감동을 주는 것은
미움과 증오 보다는 이해로 숭고한 사랑을
아무런 내색없이 살고 있는 모습들 때문이다
한편 우리 나이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 없는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미영아, 반가웠어.
항상 예쁜 모습으로 소녀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너희들이 대견하다.
그 영화 마지막에서의 메세지 처럼
우리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자. 친구들아, 아자!!! 싸랑해!!!
35주년행사 준비위원들 말로 표현할 수 없을민큼 수고헸고...35년만에 처음 본 친구들도 반가웠어...모두모두 건강하고 Happy하자
규의 퀴즈 덕분에 많은 추억들이 새롭게 나타나네...ㅎㅎ
그때는 속상했지만 지금은 웃을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게 감사한것 같아..
ㅎㅎㅎ 그시절의 추억을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난 아마도 애써 그 치욕을 잊으려 했는지...
아무 것도 생각이 안나..
다만 아버지께서
"너 왜 학교에 안가니?"하고
물으시던 그 기억만 생생하다..
아마 부모님께 실망시켜 드린 것이 못내..내 마음의 상처가 되었었는지....
그 때 고2담임이셨던 이효건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왜 진작 말하지 않았니?"
어떻게 그 일을 말해?
그 당시는 죽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일이었는데..
근데...근데말이다..
지나고 나니 그런 일쯤은 아무 것도 아니더라..
그거 보다 더한 일들도 다 견뎌내고
지금 이자리에 있는 걸 보면...ㅎㅎ
세월이 바로 스승이다..
세월의 가르침을 겸허하게 받아들일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고나 할까...
친구들아...
남은 세월들 ...정말 잘 지내도록 하자...
미영아, 정말 웃겼는데 넌 얼마나 황당한 기억이었겠니?
옥규나 너나 다 영화 좋아하는 애들이었는데.. 그치?
근데 누가 자긴 '쿠오바디스'를 가라는 날 전날깄다고 벌받았었대.
웬일이니~~~!!!???
우리땐 참 엄격했어.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말야~!
하여간 너무 재미있는 35주년 행사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