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천정을 바라보며 반듯이 누어있을 때

늘어뜨린 내 양손으로부터 풀려서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가는 그 것들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동안 아프도록 잡고 있었던 갖가지 굵거나 작은 줄들이 내 힘없음을 알고
알아서 자기 길을 찾아가는 게 신기했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도 있는 것을......'
나는 내 속으로 침잠할 수 있는 아늑한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완벽한 나만의 공간을 가슴 열어, 달아나지 않게 꼭 끌어안았습니다.

 

누워만 있어야 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아프기만 하고 외로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한 날 컴퓨터와 손을 잡은 뒤로는 읽히지 못했던 책들이, 이제 내 옆에 쌓여 있고,
내 아들들을 위한 기도의 몸짓으로 완독하리라 했던 두터운 성경책이 있고,
다이얼을 돌려 맞춰야 하는 라디오 한 대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먹성 안 좋은 아들을 위해 고심하며 밥을 하지 않아도 되고,
늦어서 허둥대며 출근을 서두르지 않아도 되며,
습관처럼 드나들던 인일과 창영과 알럽과 카페 '내친구'네도 들릴 수 없고,
쏟아지는 이메일을 체크하지 못해도 어쩌는 수 없는 그 상황이 왠지 신이났습니다.

 

음악과 책에 묻혀 마음이 한없이 평화로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이 용서되고, 그저 그랬던 것들을 더 사랑하게 되는
진정한 마음의 평화가 내게 찾아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비로소 편안해지는 나를 보며,

하늘이 내게 내려준 휴식의 시간, 성찰의 시간,  그 큰 선물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픔이 극심함을 벗어난 뒤 내가 느꼈던 것들은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이제 사고난 지 3주가 지났습니다.
일어서서 걷고 움직이는데 크게 힘들지는 않기 때문에 지난 주말엔 잠시 외출도 했었고,
며칠 뒤에는 다시 출근을 하려고 합니다.
아직 거뜬하지 않고 불편해서 밤잠을 길게 자지 못하지만,
선생님이 보고싶다는 꼬마들을 더 놓아둘 수는 없어서 조심조심 일상생활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오늘 사고 후 처음으로 인일에 들어와서 그간의 얘기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제 얘기에 올려주신 여러 선후배님들의 염려와 위로의 말씀을 읽으면서
너무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음을 깨닫고, 한 분 한 분이 와락 그리워졌습니다.
보고싶은 마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댓글로 저의 사고 얘기도 들려 드릴게요.
저처럼 어리석지 않게 항상 운전 조심, 차조심 하시기 바랍니다.
저를 염려해주신 모든 분들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