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인의 개인전 지킴이를 하고 있다.

 

평일의 전시회장은 너무 적막하다.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

 

전시실 가득 <넬라 판타지아>가 흐른다.

작가의 심성을 닮은 편안한 그림들이 음악에 감싸여 내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어제는 <기다리는 마음>이란 예쁜 능소화 그림 한 점을 시집 보냈다.

가난한 작가의 미묘한 마음을 내가 감히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지랖 넓은 이 지킴이의 생각은 

이제 대관료 걱정은 안해도 되겠구나였다.

혹자는 진정한 예술가 운운하겠지만

뭐 예술가도 밥은 먹어야 하니까.

 

근데 그 순간 태안에 사는 친구 인숙이가  생각났다.

인숙이가 그 그림에 애착을 가졌던 생각이 났던 것이다.

마치 내 친구 그림을  내가 무능해서 빼앗긴 듯한 마음이 들었다.

 

인숙아, 그날 정말 반가웠다.

세상에 그런 우연한 만남도 있더구나.

아마도 내가 널 많이 그리워했었나 보다.

 

무료함을 달래려고 작은 수필집 한 권을 꺼내 읽다가

같은 행간을 또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책장을 덮는다.

 

일어나 전시회장을 홀로 걷는다.

 "쿵! 쿵! 쿵! "

마루바닥  밟는 소리가 고독하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 흐른다.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춤추는 청순한 <마리아>를 그려본다.

작가의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그림 앞에서

나도 팔랑거리는 예쁜 치마를 입고 <마리아> 손을 잡고 춤추는 생각의 나래를 편다.

 

오메, 그런데 내가, 몸치인 내가,

어느새 국적 불명의 서툰 스텝을 밟고 있는 것이다.

푸하하 ~~, 이게 무슨 웃기는 시츄에이숀?

혹시 누가 봤으면 어쩌지?

나쁜 짓 하다 들킨 양 주위를 둘러본다.

다행히 아무도 없다.

 치~, 보면 대순가?

ㅋㅋ 심심하니까 내가 별짓을 다 하는구나.

 

덕지덕지 껴 입었는데 한기가 슬슬 들고 몸이 배배 꼬이는 것을 보니 문 닫을 시간이 된 것 같다.

6시다.

역시 내 몸이 명품 시계다.

 

밖에는 벌써 어둠이 깔리고

아침보다 더 가을이 깊어진 듯하다.

코트 깃을 올리는데 갑자기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싸한 바람에 날려 온 낙엽이 나를 툭 치며 말한다.

 "아줌마, 꿈 깨! 가서 밥 해야지."

 

ㅎㅎ 꿈은 이루워지는 것이 아니라 깨야 하는 것이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