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노환은 내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는데

한 마디로 나의 멀지 않은 훗날을 들여다 보는 듯

많은 상념으로 반갑지 않은 우울이라는 선물을 한아름 안겨 주고 있다.

 

지난 겨울 부터 병원에 입원 퇴원을 반복한 우리 엄마는

요즘 또 입원 중이시다.

딱히 꼭집어 병명은 없다.

단지 혼자 지내시는 고독과 노쇄한 육체가 서로 맞 물려

그냥 시름 시름 앓으신다.

 

추석을 전후해 두 아들 집에서 2주 보내신 후 본가로 돌아 온 엄마는

혼자 주무시는 것을 아주 못견뎌 하신다.

물론 전에도 쭉 그래왔지만....

 

당번 정해 일 주일에 4,5일은 큰딸인 내가

화요일은 큰아들 주말은 작은아들이 밤 당번을 전부터 쭉 서왔다.

낮엔 도우미 아줌마가 돌봐 주시고

때때로 막네 여동생이 엄마를 챙긴다.

 

추석후 밤에 엄마를 돌보며

난 동양화 공부도 가로늦게 해야했다

잠 안오는 밤 화투치시라며 작은 아들이 가르켜준 패를 떼신다.

화투짝 섞어 드리고 가지런히 챙겨거 화투패 늘어 놓아 드리고 챙견해 주며

충실한 엄마의 친구 노릇하는 것은 그나마 슬픈 기쁨이였다.

 

새벽만 되면 숨차 괴로워 하는 엄마를 수발들며

참 생명줄 놓는것은 맘대루 안되는구나

아직 더 보속해야 될 일이 저 검불보다 힘이 없는 쪼그라진 노인네에게 아직도 더 남은 것일까?

엄마의 숨이 턱앞에 차 힘겨워 할때

난 목이 메 견딜수가 없어진다.

속으로 참 많이 울었다.

고생하며 격동의 시대를 살아오며 4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신 엄마의 희생을 생각하며....

 

병원 진료 때마다 입원을 거부하신 담담의사 선생님게 사정하여

지난 월요일 엄마를 병원에 입원 시키고

엄마가 신앙처럼 여기며 목숨보다 더 귀한 사랑을 준 큰아들을 불렀다.

화요일 당번 날에 오겠다던 큰 동생에게 만나서 술 한잔 하자며 명령조의 호출을 해댔다.

 

다행히 동생이 일 마치고 병원으로 와 주었다.

근처 포장마차에 술잔을 마주 하고(술을 못하는 나를 배려해 사이다를 술 대신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그동안 서로의 견해가 얼마나 크게 다른지 새삼 놀라우면서

서로의 마음을 알게되고 벽을 튼  수확은 있었으나

씁쓸한 맘이 여운 처럼 내 주위를 감싸고 있는건

자식은 다 도둑이라는 몹쓸 결론을 내 마음 속에 내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 자신도 동생도 다 전생애를 우리 위해 희생한

엄마의 마지막을 보내드리는 것에 심한 심적 부담감을 갖고 있다는것과

고통으로의 동참은 회피하고 싶어 한다는것이다.

 

나 역시 엄마를 보며

내 미래의 초라함과 고독함에 그리고 참기 어려운 노년의 병마의 고통과 대면하고 지낼 날이

멀지 않음을 내다보며

자녀로 부터 받을 무언의 배신감앞에 어덯게 대처해 나가야 될지 고민이 앞섬을 어찌하랴

 

어차피 인생은 누구나 처럼 겪어 나가는 것

그리고 혼자  빈손으로 가는 것

어덯게 살면 노년의 불행에 덜 충격받으며 살수 있는것인지?.......

 

 

새벽에 숨찬 고통이 준자해진 엄마는 병원 침대에서  잠만 주무신다.

 

전에는 신앙으로 마음 컨트롤과 건강유지 노력으로 모두 극복 될 줄 알았는데

깊은 신앙심으로 일생을 살아온 엄마도 육신의 병고는 정신의 허약함으로 직결되는 듯

생명줄을 서서히 놓아버리는 엄마는 그 꼿꼿한 자존심 마저 놓아 버리고

꿈속에서라도 아들 딸을 곁에 놓고 있기를 바라고 계신다.

 

살아 생전 못 받은 대접을 꿈에서라도 받고 싶어하신다.

잠시 눈뜨고 문병 온 우릴 쳐다 보실때

같이 있어달라고 애원하는 힘 없는 눈빛이

또 다시 나를 울린다.

 

엄마가 나의 거울인것을......

내 미래를 확연히 보여 줄 나의 거울인것을.......

 

난 터져 나올것 같은 울음을 잠 재우며

어덯게 나의 노년을 초라하고 슬프게 보이지 않게 보낼 수 있을까?

하는 화두로

조락하는 낙엽을 생각하며 이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올가을은 내내 우울 모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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