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가면서 시간과 공간 개념이 영 뒤죽 박죽 되면서 혼미해짐은

나를 슬프게 한다

.

그러니깐

오민숙이를 졸업 후 처음 만난 때가 언제적인지??~~~`

한 10년전쯤인가?

아무튼 오래전  동인천역 프랫트홈에서 늦은밤

"미선이 아니니?~~~"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 보니 얼굴은 본듯도 한데 아리송송~~~

우연한 만남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데 긴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전에 송희정이 한테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즉

이야기 앞 뒤를 맞춰 본 봐  오민숙이라는 직감이 맞아 떨어졌다.

 

그동안 나도 참 많이 모습이 변했지만

그녀야 말로 너무 많이 변한 모습에 깜작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학교 다닐 때 내기억으론 단정하게 머리핀 꼽고 갈끔한 모범여학생 스타일이였는데

첫번 만남에 마리안 앤더슨이라는 흑인 가수가 동양인으로 환생한줄 알았던 기억이.....

풍선처럼 부푼 곱슬 파마머리에

넉넉하게 불은 몸집을 카바해 줄 내리닺이 현란한 무늬의 통 원피스 

커다란 빽과  가슴에 한줌 껴 안은 두툼한 서류뭉치

 

백운에서 내려야하는 내처지 때문에 전철에서의 만남은 짧게 끝나고 말았다.

그때  알은 그녀의 신상은

살고있는 곳이 여의도

카토릭에서 순복음교회로 개종한 사실

그리고 현직 음악 선생님

매우 바쁘다는 것 등이였다.

 

그후 내 일터로 잊을만 하면 찾아와 주었고

어쩌다 우연히 전철을 같이 타고 퇴근 할 때가 몇 번 있었는데

그녀는 무슨 이유인지 더 이상 나에게 자신의 신상을 알리지 않고 신비주의로 일관했다.

 

"어느 학교 선생님이니?"

 

"알려고 하지마"

 

"너 여의도 무슨 아파트 사니?"

 

"그냥 여의도 살어"

 

"그럼 전화 번호나 알려줘 봐"

 

"알 필요 없어"

 

만날 때 마다 묻는 나의 질문도 집요했지만

시종일관 대답 안해주는 그녀 또한 대단했다.

 

한 승질 부리며

 

"야! 니가 클레물린이냐? 소련 비밀경찰이야? 왜그리 비밀이 많어???~~"

 

뎀비듯이 말해두 그녀는 빙긋이 웃을뿐 역시 대답이 없어 맥 빠지게 그녀의 신상 케기 작전은 그것으로 종을 쳤다.

 

정년 퇴직을 앞두고 몇번 우리 사랑방에 찾아온 그녀는

 

혼자 산다는 것

동기지간 모두가 미국에 산다는 것

만나는 동창이 없다는 것

그래두 외롭지 않게 하느님만 오롯이 믿으며 열심히 바쁘게 산다는 것

하느님께 받은 재능을 활용 안하면 죄가 된다는것

그래서 정년 퇴직 후 무보수 봉사로 모 고등학교 합창지도 선생으로 일하게 되었다는 것 등이

내가 그녀에게서 알아 낸 정보다.

 

내가 마지막 만나기 몇일 전

그녀는 큰 개나리 보따리를 들고 우리 사랑방에 나타났었다.

그동안 입었던 옷들을 리폼한것이 숫자상으로 셀수없이 많던데.....

긴치마단 잘라 옷소매에 늘려붙이기(요건 가을 여행용 옷이라나 뭐라나....)

카라 달린 원피스 카라 떼내어  심풀하게 리폼하기

긴치마 잘라내서 샤넬라인 치마 만들기

그중 단연 기발한 건 월남 고무줄 치마 치마폭에 구멍내어 블라우스 만들어 홈웨어 만든것

 

그 날 역시  홈드레스 같은 통원피스에 체리핑크 비닐슈즈를 신고 나타나

나에게 학교 출근 복장이 불량하다고 지청구 들었는데

그저 넉넉하고 편하면 최고라며 호탕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서

완전 자유인을 지향하는 롤 모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 날 그녀는 나의 말에 약간의 부담은 되었는지

리폼한 줄무의 원피스로 갈아입고

보따리 든채 다시 학교로 잔무 처리 한다며 사랑방을 나섰다.

 

마지막 그녀가 정년퇴직 하고 난 다음날

그녀의 머리는 단정했구friend 115.jpg

의상 또한 얌전하여 내심 놀랐는데

전날 퇴임식때문에 머리에 힘을 준 까닭이었다네~~

 

신세 진 교직원들에게  인사해야 된다며

떡방아간 찾아 총총히 사라진 그녀의 뒷 모습을 보며

아직도 궁금한건 어느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었을까?

분명히 동인천 근방일 텐데......

 

나도 못말림증이다.

별 시시한 걸 아직도 미련 갖고 궁금해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