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들어와서 존재를 알리는 김정인이다.

혜숙이가 은열이 만나러 가자는데 그날 약속이 잡히기도 했고 불쑥 나타나는 것도 그렇고 

사실 그날 아침에는 성당 반모임이 있었고 점심 때는 시어머니랑 신랑이랑 그 근처에 있었다.

신세계 백화점에 우리 시어머니 옷 바꾸러 갔었어. 

 

은열이는 영식이하고 병숙이가 더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시간되면 한번 만나줘라. 내가 나설 건 아니지만 내가 좀 남의 일에 잘 나서게 되었다.

중고등 학교 때와는 DNA가 달라졌다.

장선화도 나타나 화려한 글솜씨를 발휘하고 있구나.

옛날 얼굴 그대로인 것 같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겠다. 아니! 더 예뻐졌다 해야 되나?

아무튼 가끔 들어와서 너네들 노는 것만 보다가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오늘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아 적는거야.

 

어제 SBS스페셜에서 보니 우리 나이에 치매가 된 아줌마가 나왔다.

지금은 60세인데 3년 전 어느 날 갑자기 기억이 희미해져 하던 횟집도 닫고 지금은 밥 하는 일만 하고 남편 졸졸 따라 다니며 거들고 있더라.

나이 19살에 가난한 집에 시집 와서 너무 고생을 많이 하고 구박을 받다가 이제 시집살이 끝내고 남편도 부인에게 미안하다고 용서를 비는 시기에 정신을 놓았더라.

더 슬픈 것은 정신이 없어도 남편이 자기를 보살피고 있는 현재가 행복하다 하더라.

그렇게 되기 전에 용서할 건 용서하고 용서 받을 건 받아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제일 무서운 병인 것 같다.

더구나 우리 친정 엄마가 앓다 가셨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된다.

오늘 아침 학교 오면서 갑자기 구구단을 외어 봤다. 아직 외울 수 있더라.

그런데 작년하고 많이 틀려진 거는 어려운 한자가 잘 생각이 안날 때가 있더라.

그럴로 치매 측정을 하던 나였는데 이제 한자 아는 척 하지 말아야겠다.

 

우울한 얘기 그만 하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재미있게 친구들과 놀고 풀어야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래서 오늘 저젹 소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모두들 건강하게 잘 지내고

특별히 은열아 잘 지내다가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