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운 친구야!
다음 주말에 샌프란시스코에 올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네게 전화를 받은 후로
점점 더 네가 생각나고 마음이 들뜬다.
내가 이곳에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 안에 올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지!
친구란 보면 볼수록 더 친하고 더 그리운 모양이다.
조용히 웃고 있는가, 새침한 모습인가, 그 중간의 네가 떠오른다.
지난 일월달에 너의 집에 가서 잠을 자고 온 것이 처음은 아니었어.
남의 나라 미국 땅 이 넓은 곳에 어디 그리 마음 흔쾌히 오라고 할 집이 그리 많겠으며
가겠노라고 할 집도 그리 많이 있겠니?
삼년 전에 하루밤 자고 온 일이 생각나서 또 부탁했더니, 물론이라고 걱정말고 오라고 했었지.

2006 년 가을, 그래, 너를 처음 만났던 것은 고교 동창회 홈피, 인터넷에서였어.
문학소녀 출신의 감성이 풍부한 글과 함께 화가들의 그림을
그것도 조용한 음악에 띄워서 멋지게 올리는 너는 선후배간에 벌써 유명인사였어.
그때까지 인터넷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지금처럼 블로그도 안가지고 있었고 글을 쓰기 전이어서
네가 누굴까? 무척 부럽고 궁금했었어.
네게 "내가 생각나니?" 묻고 싶었는데 실은 네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은 못하겠더라.
동창이라지만 도무지 너의 얼굴을 기억해 낼수가 없었으니까...
네가 보고 싶어서도 2007 년도 총동창회에 생전 처음 행차(?)를 하게 된 것이었어.
그곳에서 만나서도 너의 현재의 모습과 과거의 모습을 연결시키지 못했으니 기억력 제로인 점에 할말이 없다만
핑게는 너도 조용한 사람, 나도 조용한 편이어서 그랬을 거다.
아니면 너는 좀 키가 작고 나는 좀 큰 편이어서 노는 물이 달라서 그랬을 거다. 그리 생각하기로..
그렇지만 동창이라는 이름때문에 그냥 따논 당상으로 친구가 되어버렸지.
무엇보다 너의 순전한 믿음과 고생 많이 한 삶에 동질성을 찾아서도 더욱 친해 질수가 있었어. 그늘이 있는 나무엔 가까이 가고 싶은 것 같이.

인터넷 세계에 한참 앞선 네게 "나 하루밤 재워주면서 컴퓨터 좀 가르쳐 줄래?" 하고 물었었지.
너는 꼭 내가 그랬을 것 같은 마음으로 기쁘게 너네 집에 데리고 갔고 다음날 교회도 데리고 가고
틈을 내서 자기가 아는 모든 것을 가르쳐 주었지.
그때 네게 배운 그 실력으로 나도 고교 홈피에 등장했고, 블로그를 열었고, 여기까지 오도록
나 지금까지 참 잘 써먹고 잘 버티고 있는거야. 고마워.
글을 쓰면 치매도 예방 된다니 다 네 덕분인지 알께.ㅎㅎ
2009 년 초에는 동창 여럿과 함께 다시 만나 쿠루스 배도 탔고
또 가을에는 뉴저지 친구들과 만나는 횡재를 우리 둘 다 누렸던 일도 잊지 못하지.
혼자 사는 맘 너른 친구 집에서 잠자고 뒹굴면서 먹고, 떠들고, 웃고...
아이들 키우며 고생할 때 이런 시간이 우리에게도 차례가 올줄은 전혀 몰랐던 일이었다.
미국까지 와서 그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우리가 이 나이에 만나서 동심으로 돌아갈수 있다니,
옛날에 처음부터 알았으면 얼마나 더 재미 있었을까?
아, 그러고 보니 잠깐 사이 우리들 참 많이 만났지?
수십년 헤어져 어디서 사는지도 몰랐다가 별안간 만나서 3-4년동안에 말이야.

지난 일월에 가보니 삼년전보다 더 새집이 된것 같은, 빈틈없이 깨끗한 집에서 정성 어린 대접을 받았지.
하나뿐인 아들과 며느리의 효심...너무 귀하다.
조용하고 풍요한 삶을 누리며 사는 네 모습에 기뻐하며 박수를 보낸다.
네가 그려놓은 그림들을 구경하고, 읽고 있는 책들을 구경하고, 같이 영화를 보고,
문화생활 제대로 잘 하는 멋진 네게 은근 주눅이 들더라. 나는 무얼하고 있는지..하고.
내가 그때 J 블로그를 오픈 할 것을 권유해준 것은 참 잘한 일 아니니?
그후로 네가 열심히 멋진 블로그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야.
또 코드가 통하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블로거로 자라는 것을 보니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친구야, 네가 이곳에 오면 무엇보다도 화일롤리 정원에 데리고 갈 것이야.
그곳에는 이제 막 화려한 모란과 장미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어.
실컷 요란한 꽃구경을 하고는 조촐한 들꽃이 잔뜩 지천으로 피어 있는 곳도 데리고 갈 것이야.
그 다음에는 해프 문 베이에 가서 뼈속 까지 찬 바닷가 바람을 맞으며 모래사장 산책을 하고
그곳의 예술적인 다운타운의 작은 상점들도 기웃대기도 하고나서
살짝 지쳐 돌아오는 길에는 숲 속으로 드라이브 하려고 해.
그 숲속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을까..그런생각을 하면서
오늘 미리 다 답사를 해 두었으니까 미리 맛뵈기로 사진 몇장만 올려 본다.

네가 좋아하는 바다..꽃..들꽃..산책로..작은 동네..모두 여기 있지?
아 참, 그림그리는 사람답게 카멜도 가고 싶다고 했지? 그곳에서 한 밤을 지내자고!
그래, 그러자. 이렇게 열심히 기다리고 있으니 꼭 와야 해!
앞으로 만날수 있는 모든 챈스를 놓치지 말자고!
왜냐하면 만나면 만날수록 말이 통하는 우리는 더욱 그리운 친구가 될것이고
옛날 추억은 부족하지만 늦게 만나 부지런히 정을 두터이 하는 동안
우리는 분명 더 젊어질 것이니.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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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언니, 꼭 인터넷 가르쳐드리고 우리 총동피 가족 늘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