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은 사람이었나요?

여자는 모임에 참석한 친구들에게 일일이 질문을 하며

"좋은 사람이지"라며 답하는 친구들에게 감사하다는 듯 남편과 함께 흥에 겨워 춤을 춘다.

춤은 여자가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첫번째 남자 장달민에게서 배운 것이다.

"권력과 금력 앞에서는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못하지"

"그러면 뒤에서는요?"

"뒷소리는 들을 필요도 없어"

남편 당계산은 여자의 질문에 웃으며 잘라 말한다.

 

여자는 신문에 연일 "신여성"을 찍은 감독 채초생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완령옥

1930년대 중국 무성영화시대의 전설적인 여배우로 25살에 스스로 목숨을 끓은 완령옥이 자살하기 바로 전날밤의 이야기이다.

내가 좋은 사람이었나요?

사람의 말이 제일 무섭다고 유서에 남긴 여자.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대부호의 집에 하인이 된 엄마를 따라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그 집안의 막내 도련님의 눈에 들어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상해로 나와 16살에 동거에 들어갔으나

신문명에 물들기 시작한 남자는 생활능력은 없고 오로지 건달같은 생활로 여자를 힘들게 한다.

할수없이 타고난 미모로 영화배우가 되고 처음엔 "꽃병"같은 존재에 불과했으나 19살이 되어서는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여자의 기둥서방이 되어 방탕한 생활을 하던 장달진은

돈많은 거상 당계산과 협상 끝에, 평생 생활비를 받는 조건으로 여자를 놓아준다.

경제력이 대단한 중년의 남자는 매사 자상하게 해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나

얼마 가지않아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준다.

고향에 본처가 있고 애인이 있는 남자인 줄 알고 시작한 동거였으나

친정엄마, 입양한 딸 소옥을 소중하게 여기는 남자였기에 배신감이 더 컸다.

그런 와중에 "신여성"이라는 영화를 찍으며 처음으로 감정적으로 자기와 비슷한 감독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그러나 감독은 국민당에 밉보여  영화의 절반을 가위질 당하고

신문은 일제히 둘의 부적절한 관계에다가 여자의 과거를 샅샅이 까발긴다

황색시대의 저널리즘.....

사람들의 말이 제일 무섭다고 여자는 몸서리친다.

 

과연 황색 저널리즘이 여자를 죽인 것일까?

이 다큐 형식의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내내 생각했다.

여자는 남자를 만날 때마다 사랑했으며 최선을 다했다

책임이 지기 싫어 아이를 원하지 않는 장달민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경제적으로 끝까지 책임을 졌으며

중년의 당계산과는 모든 난관과 손가락질도 감수하며 남자를 따랐으나 돌아온 것은 배신이었고

책임을 져 달라고 부탁한 채초생에게도 거절을 당한 완령옥.

여자는 "신여성"의 마지막을 촬영하면서 통곡을 했다.

"나는 왜 신여성처럼 되지 못 하는 것일까" 라면서.  

 

그러면 그토록 여자가 선망했던 "신여성" 이라는 우리들은 과연 행복한가?

1930년대, 25살의 전설이 된 완령옥이 그토록 갈망했던 신여성으로 살고있는 21세기의 여자들의 모습은 과연 행복할까?

1930년대나

2010년대나 변한 것이 있을까?

권력과 금력앞에서는 모두들 머리를 조아리고

여자는 필요에 의해 열번도 백번도 선택되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여자에게만 돌을 던질 사람은 누구일까?

 

영화를 보고 나오며 나는 속으로 수없이 말했다.

"완령옥"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