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기 마당을  용기있게 밟고 나니 , 자꾸만 글이 쓰고 싶네~~

인일을 떠나서 수십년을 돌고 돌아  마치 제자리를 이제야 찾은 것처럼 .

내 마음 깊은 곳에  이토록 친구들에게 하고픈 얘기들이  많을 줄은 나도 몰랐어.

젊은 시절을  남의 나라에가서 애 낳고 키우며 바삐 살았을 때,

내 이름은  자연스레 없어지고 Mrs Lee  라든지  , 아니면 누구의 엄마로 불려 졌는데 말야.

그래서 나도 내 이름을 잊었었나봐.

 

인일의 옥상에서 바라보던 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

거기 서서  ,  난  수십년 후에  무엇이 되어 있을까?  궁금해 했었는데~

바람을 타고 느껴지던 달콤한 아카시아 향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밤늦게 자율학습 하는 친구들을 기다리며 앉아 있던 분수 앞 벤치 에서  바라보던

하늘에는  가득 가득 별들이 웃고 있었단다.

고3 일학기 맘먹고 열공 하려던 내가  조회시간에 쓰러지고

만성위염 진단을 받고 진학은 포기한 채 일 학기동안은  오전 수업만 받고

손라디오 하나들고  늦게까지 공부하는 친구들을 기다렸다.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실날같은 희망을 품었던 시절이었어.

 

내가 안되보였는지 친구들이  많이 위로해 주었는데~~

내가 글 쓰는 것 좋아하는줄 아는 친구들이  넌 좋은 작가가 될 거라고

격려해 주었다.    고맙기만한 그 말에  난 철없이  작은 엽서에 짧은 시와 삽화까지  그려 주며

이담에 내가 유명해지면 그걸 들고 날 찾아 오라고 했었지.

그때 , 내 글을 소중하게 가져 갔던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몹시~~~

졸업하고  딱 한번 mbc 에 글이 뽑혀서 방송을 타고 실크브라우스를 부상으로

탄 것 밖에 없었으니까.

 

 그 후에는  오랜 외국생활 하면서 편지 한장 제대로 쓸 수 없었거든.

잃어버린  아름다운 우리 말들, 느낌, 맞춤법, 띄어 쓰기  등등

글을 쓰기에는 너무 많이 후퇴해 버린 것 같았단다.

인일 시절, 그나마 글을 쓰는 즐거움을 알게 된것.

별 것 아닌 내글에  감동해 주며 격려해 주던 친구들이 있어서 였나봐.

 

이제 나의 나라에 돌아와서

9기 방에 들어와 친구들의 글과 사진들을 보며 혼자 그냥 웃고만 있다가

용기내어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던 추억의 보자기를 조금씩 펼쳐보이는  기쁨을 누리고  있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날 행복하게 해 준것은 너희들이  내 자신 조차 낯설었던

내 이름을 불러 주었던 것이란다.

그래서 난  요즈음  다시 인일여고에 다니고 있어.

 

친구들아!  너희들도 그동안 사느라고 힘들었지?

물질적으로 풍족하던 , 아니든,

명예가 있던 , 없던~

세상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기에 ..

이제는 서로 위로해 주며 , 격려해 주며  살자.

되돌아 보니 사랑만 하고 살아도  세월은 너무 빠르고 삶은 너무 짧다고.

 

나도 오늘은 너희들 이름 불러 줄게~~

영희야~ 영숙아~ 선애야~ 창임아~  옥인아~ 귀옥아~ 순덕아~ 석순아~ 은열아~은희야~

(9기 방에 자주 오시는  소녀들만  불렀삼.  다른 소녀들은 들어 오시면 계속 불러 드릴게요 ㅎㅎㅎ)

누구의 말 처럼 오늘 까지 건강하게 살아 주어 고맙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