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민이며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경우  같은 학교 학부형도 되고 이웃도 되고 여러가지 중복되는 관계가 된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나보다 5-6살 어린 이웃이며 같은 학부형인 A의 경우를 보자.  A는 퍽 상냥하고 얼굴도 예뻐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직접적으로 부르는 호칭이 " 기선엄마" 였다. "기선이어머니"가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 건방지구나 싶었다. 아이들은 같은 학년이지만 그래도 내가 5년이상 윗사람인데 부르는 호칭에서는 같이 맞먹으려드는 A를 보는 시각이 좀처럼 회복되지를 않았다.

 

아파트에 함께 살며 역시 나보다 5-6년 아래의 B가 있었다. 붙임성이 있고 사교성이 뛰어나 동네에서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연배다 싶으면 무조건 " 성님" 으로 호칭했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성님, 형님 부르는 B를 보며 오로지 내 형님에게만 형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나의 경우엔 B가 대단히 사회성이 좋고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B는 집에서 유명메이커 속옷 판매를 부업으로 했다. 구경만 하고 와야지 하고 이웃들과 어울려 그녀의 집을 갔다.  집에 올 때는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영화배우들이나 입을 법한 레이스 달린 와코루 란제리 상하복이 내 손에 들려있었다. B가 성님, 성님, 기선어머님, 이렇게 부르며 치켜 올리는 바람에 내가 그만 휩쓸려 물건을 구입해버린 것이었다. 그 이후로도 두어차례 물건 구입을 했지만 안되겠다 싶어 충동구매를 방지하기위해 B집 방문을 안하게 되었다.

 

학부형이 아니거나 어떤 공통분모가 없는 아파트 이웃들은 1203호. 1303호 등등 아파트 홋수로 상대방을 일반적으로 부른다. 우리 라인 경우는 연세 드신 분들이 많이 거주하여 상대가 나를 그리 불러도 별로 기분이 나쁘거나 그렇진 않았다. 그러나 거꾸로 내가 그분들을 호칭 할 경우는 1203호, 1303호 이렇게 부르면 안되겠기에 1203호 아줌마, 1303호 할머니 등등 홋수 다음에 적당한 호칭을 덧붙여 불러드리곤 했다. 옆집 아줌마, 뒷집 아줌마, 윗집아줌마 아랫집 아줌마와 같은 호칭들은 아파트 문화가 정착되면서 생긴 사회적 변화라 생각한다. 오랜 세월 같이 살면서  내가 인사하면 받지만 먼저 인사할 줄 모르는 현직 교사였던 분에겐 000호 아줌마라고 부르기도 뭐해서  가끔은 그냥 000호 선생님으로 불러주기도 했었다.

 

얼마 전 몇번 대화를 나눈 3-4년 아래 후배에게 무엇을 물어보려 전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선배, 어쩐일이예요" 이렇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선배라는 호칭은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았으나  세대가 달라지면서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위아래 연배들은  남녀공용으로 호칭을 김선배, 이선배로 불리워지는 것을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알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하겠지만  " 님" 짜가 빠진 선배라는 호칭이 건방지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제 3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맞대놓고 님짜 빠진 선배라는 호칭에 익숙하지 않은 것을 보면 내 생각이 구태의연한 것인가 싶기도 했다.

 

나에게 있어 고등학교 선후배간의 교류가 시작된 것은 2003년 홈페이지를 만들고 부터이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곤 나름 의욕에 불타서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동문들을 찾아 나서면서부터 호칭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규칙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보다 한살  위이면 꼭 선배님이라 호칭했고 후배라도 꼭 면전에서는 후배라 반존칭을 했다. 게시판 상에서의 호칭은 더욱 예의를 지켜 선배님, 후배, 후배님으로 시작하다보니 주욱 습관이 그렇게 들었다. 전영희 개인이 선후배를 호칭할 때는 그렇게 기준을 삼고 사이트 책임자인 관리자 이름으로 글을 올릴 때는  모든 분들에게 동문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동창회 직함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이름 뒤에 직함을 꼭 붙여드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언니라는 호칭을  당시로서 사용하지 못(안)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언니 호칭을 게시판에서 자연스럽게 했다. 더우기 친해지면  쌍방간에 말도 트는데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내가 사이트책임자로서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부분도 있으니 중간 입장으로 일관하자는 쪽이었다. 한동안 홈피를 떠나 있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복귀했고 많은 선후배들의 알콩달콩 대화가 이어지고 새로운 선후배도 많아져서 보기가 좋았다.  언니의 호칭은 더욱 많아져 있었다. 아마 무척 친한가 보구나 그리 생각을 했다. 이건 전적으로 내 기준이다.  언니가 많은 틈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언니라는 호칭이 자연스러울 것이고 집안 혈육인 언니나 아주 가까운 분만 언니라 호칭하는 내 기준에 무언가 교통정리가 필요할 듯 싶었다.

 

홈피에서 만나 정말 언니라 부르고 싶은 분들이 몇 분있다. 생각이나 모든 부분이 배울 점이 많아 가까이 지내고 싶은 분들에겐 언니라 부르며 따르고 싶다. 오프라인에서는 그마나 자연스럽게 여러분들에게  언니 호칭을 사용하는데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이 부분에서 아직도 오락가락 모순이 따르고 있다. 어떤 때는 언니라 했다가 어떤 때는 선배님이라 했다가 도대체 이렇게 머리가 나빠서야 어떻게 하나 싶다.

 

그러는 와중에 나는 정보위원장이라는 호칭을 달게되었다.  이로 인해 언니와 선배라 부르는 부분이 더욱 부담으로 다가온다. 호칭에 대한 나름대로 기준을 정리해야하는데 이처럼 야무지지 못하고 사회성이 부족한 내 꼴이 과연 남들의 눈에는 어찌 보여질까 싶기도 하다. 언니와 선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아무 문제도 아닌 것을 혼자 바보처럼 고민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모범을 보이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이런 호칭 문제로 고민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