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밖에서 부르는 것 같아 문을 열고 내다 보니 따뜻한 봄날이 파란 하늘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쳐져 있지 말고 같이 데이트 하자고 손잡아 끄네요.
샌프란시스코 주위에는 너무나 좋은 곳이 많아서 쉬는 날마다 궁리가 아주 많습니다.
무엇을 할까, 어디로 갈까 하다가 봄이 되면 가고 싶었던 파이롤리로 다시 향했습니다.
작년 여름에 처음으로 갔었는데 온갖 꽃으로 만발한 아름다운 곳이어서
삼월에 꼭 다시 가리라 그때 마음 먹었거든요. 그곳의 봄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갑자기 몹시 궁금해져서 아침 일찍 부지런히 나섰습니다.

파이롤리는 2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만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정원이 기가막히게 아름다운 캐슬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30 마일, 동쪽 해안 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654 에이커의 땅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중의 16 에이커에 역사적인 건물과 최고 수준의 정원이 잘 차려져 있습니다.

첫 소유자였던 사람은 금광으로 돈을 번 버언(Bourn)씨 가족인데
친구였던 건축가 포크(Polk)씨를 시켜서 1915 년 부터 집을 지어
1917 년 완공하여 이사를 들어와 20년을 살았다고 합니다.
그들이 죽은 후 항공회사 주인이었던 로스(Roth)씨에게 소유가 넘어갔고, 더욱 잘 가꾸고 아름답게 꾸몄다고 합니다.
두번째 주인은 40 년 가까이 누리며 산 후에 부인이 1975 년에 나라에 기증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독특한 이름인 파이롤리(Filoli) 라는 말은
"Fight for a just cause: Love your fellow man: Live a good life."
라는 말의 첫 두단어를 합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딸은 나에게 일년 멤버쉽을 들라고 해서 그렇게 하려고 혼자 갔었는데
꽃구경을 하다가 혼자 보기 너무 아까와서 딸과 아기를 데리고 다시 가서 가족 멤버쉽으로 바꾸고
셋이 한나절을 잘 지낼 수가 있었어요. 집에서 오분 밖에 안 걸리니 완전 우리 정원이지요 뭐.ㅎㅎㅎ

과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파이롤리의 삼월은 정말로 아름다웠어요.
이번에는 수선화와 튤립들의 잔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꽃들도 많이 있고요.
이곳은 벌써 봄이 흐드러지게 지나간 뒤끝이 되어서 시들은 꽃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꽃이 시들면 또 다른 꽃들이 바로 그자리에서 또 자라나도록 마련이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일년중 어느때 가더라도 꽃으로 가득한 정원이 늘 다른 모습으로 단장하고 맞아줍니다.
파이롤리의 공기는 다른 곳과 다른 것 같았어요.
벌들이 꽃속에 파묻혀 열심히 단물을 빨고 있었고
새들도 목청 좋은 노래를 하늘로 높이 올려 보내고 있었습니다.
꽃 잎파리 하나하나도 어린아기 살결처럼 예쁘고, 각양 각색 꽃들 한개씩도 또 고귀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지만 그 많은 꽃과 나무들이 한꺼번에 함성을 지르는 소리를 들어보세요.

화요일인데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나왔더군요.
모두가 봄이 주는 행복에 취해서 기분이 들떠 있었고 다투어 사진을 찍으며
산보하며 감동의 시간들을 보내는 것 같았습니다.
봄의 교향악이 들리는 이 들판이 데이트 코스로는 최상일 것 같았어요.
이 노란 꽃들이 다 무슨 꽃일까요? 수선화랍니다. 그 넓으나 넓은 들이 수선화 밭 이었어요.
너무 많은 사진을 올릴 수 없어서 하나만 올립니다만 정말 너무나 멋진 정경이었습니다.

지난번에 왔을때는 자원 봉사자 안내원이 우리 다섯명을 데리고 두시간을 데리고 다니면서
열광적으로 자세히 설명을 해 주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번에는 그냥 마음 내키는대로 다니기로 하였습니다.
이곳에는 나이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아주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일하는 것이 행복하니까 너도 나도 하고 싶은 일인가 봅니다.

이번에는 바깥의 꽃들이 부르는 소리가 하도 커서 실내는 건성으로 다녀왔습니다만
건물 안에도 굉장한 화병의 꽃들과 함께 온갖 아름다운 보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버언씨와 로스씨 두 갑부들이 쓰던 가구와 장식품들과 그릇들이 그대로...
베르사이유 궁전을 흉내낸 벽화가 있는 볼룸에서 어떤 노인이 피아노를 연주 하고 있었어요.
무슨 곡인지는 잘 모르지만 끝날때 손뼉을 쳐 주었더니 좋아하더군요.
아마 자원봉사자인 듯..
많은 그림들이 걸려 있지만 그중의 로스부인의 초상화는 분위기에 아주 잘 어울리는 것이지요.
정원으로 들어가는 문에도 이 그림의 모사작이 있었습니다.
자기가 공들여 가꾼 아름다운 유산을 많은 사람을 위해 내 놓은 부인 이었으니 고맙고 부러운 분입니다. 남을 위해 무엇인가 남기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일지 그것이 참으로 부럽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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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어쩌면 이렇게 예쁘게 키웠을까 감탄의 감탄을 연발하면서 마구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특별한 정원의 레이 아웃의 시작을 도와준 사람은 포터(Porter)라는 사람이었답니다.
건물 안에 어느 방에서도 다 아름다운 정원이 잘 내다 보이도록 디자인 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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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눈송이같이 떨어지는 그 속으로 산보를 하였습니다.
튤립과 다른 꽃을 함께 섞어서 심어놓은 화단들이 여러 곳이 있었는데 너무나 아름다워 현기증이 날 정도 였습니다.
그 찬란한 색갈들...섬세한 꽃과 나무와 창조의 신비...나무 끝에 물오른 생명의 꿈틀댐을 느끼는 것이 감동이지요...이런 곳에 오면 창조주의 지혜와 뛰어난 솜씨에 머리를 숙이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세상에서 제일 향기로운 화장실이 거기 있었습니다.

바로 이곳이 볼룸, 전면 벽화가 양면으로 가득, 시원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나오면서 보니까 정문 앞에 이렇게 많은 튤립 화분으로 장식을 해 놓았습니다.
실내에 곳곳에 있는 꽃꽂이들도 참으로 멋지고 좋았는데 이곳에서 전문으로 꽃꽂이 하는 사람들의 솜씨라고 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씩 꽃꽂이 강습도 있더라구요.


연 자색 목련은 피었다가 지고 이제 백 목련이 활짝 피어 있었는데 클로즈 업 사진을 못찍어 온게 아쉽군요.
그 옆에 있는 황목련은 아직도 꽃망울만 조금 있었습니다.
황목련이 특별히 멋지다고 하던데 꼭 다시 가서 보려구요.
아직 이곳에 있는 동안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가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좋은 벗들이 오면 이곳으로 꼭 안내 해 쉬게 해주고 싶어요.
이제 새 봄이 왔으니 자꾸 일상에 지쳐 늘어지는 마음을 벗기 위해서라도
우리 조금씩 밖으로 눈을 돌려 봅시다.
오분, 십분 아니면 삼십분만 집을 떠나면 거기 봄의 들판에서
힘찬 생명력을 맛볼 수 있을테니까요.(2010년 3월)

ma |
인선아~
오랫만이야.
봄 꽃이 참 아름답고나.
서양인들은 화초를 잘 가꾸는 요술손이 많은 것 같어.
그들은 인간에게 감동이란 것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잘알고 감동받을 요소를 찾아내 부단히 발전시킨다...........이런 생각을 하며
네가 올린 사진을 즐겁게 감상했어.
음악을 동영상으로 올려 감동을 배가시키려 했더니 혜경언니가 갈켜준 유투브 이곳에선 한국판 뿐이 안나오고
내가 원했던 음악은 없더구나.
마음 속으로 요한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월츠를 흥어리며 감동에 부채질을 하고 있단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