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실아~

남들 다 가본 대만을 뒤늦게 숙제하듯  다녀왔어.

공항에 내리니 황사가 장난이 아니더구나.

`장난이 아니다` 과묵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네가 그래도 가끔 쓰던 말이지.

 

잠을 세상 최고의 보약으로 생각하는 나는 습관대로 푸욱 잘자고 일어나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있던 중

핸펀이 울렸어

네 딸의 목소리.........................네가 새벽에 갔다구

 

 이웃하고 살면서도 일년에 한두번 만날까 말까한 우리였지만 

몇년에 한번이라도 만나면 진심을 나눌 수있는 네가 그렇게 좋았는데........

좋은 사람을 보면 진국이라고들 하잖아  너야말로 진국 중 진국이었지.

 

순실아!

한톨의 가식도 허영도 교만도 없는 네가 이웃해 있어 참 든든했었다.

가진 것만큼 꾸미고 과시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을 철저히 무시하고 묵묵히 현모양처의 길을 걷고 있던 네가 가다니 이게 뭐란 말이니?

남의 말에 크게 귀 기울여주던 너

 남들처럼 자랑하려면 꺼리도 많았지만  조금도 내색하지 않은 겸손한 너

 

 너를 자랑해야할 일화를 많이 알건만    돌연한 너의 죽음에 내 머리가 헝클어져  이렇게 두서가 없어지는구나 .

 

순실아~

하늘을 우러러 한점에 부끄러움이 없이 살기를 노력하며 실천하고 살던 순실이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지켜봐주어.

덜 부끄럽게 살게

 덜 유치하게 살게

 덜 아둥바둥하지 않게 살게

 

편안히 가거라 우리 친구 순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