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회 - 게시판담당 : 구창임
전한(前漢)의 원조(元祖)때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기원전 33년 쯤 되는 시대의 이야기입니
다. 한 나라 궁궐엔 수천명의 미인들이 왕을 위하여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여자를 좋아하는
한나라 원제가 불러주는 것만을 바라보면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후궁들이었습니다.
황제는 궁중 화가 모연수에게 명하여 궁녀들의 초상화를 그려 화첩을 만들어 놓게 했는데,
이는 필요 할 때마다 그 화첩을 뒤져 선택을 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궁녀들은 황제의 사랑을 받기 위해 다투어 모연수에게 뇌물을 받치며 제 얼굴을 예쁘게 그려
달라고 졸라댔고 돈 맛을 본 화가는 뇌물의 많고 적음에 따라 후궁들의 얼굴을 조작하는 경지
에까지 이르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당시 걸핏하면 한나라의 변경을 위협하는 북방 오랑캐인 흉노족의 왕 호한야
선우에게 후궁들 중 한 사람을 선물로 주기로했는데, 원래 사람이란 남에게 억지로 무엇을 줄
때 가장 좋은 것을 줄리가 없지요. 왕은 화가가 그려 준 화첩을 펴 놓고 가장 밉게 그려 진 얼
굴의 후궁 하나를 선택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미모에 자신 만만했기에 모연수에게 뇌물을
주지 않은 왕소군(王昭君)이었습니다. 괘씸하게 여긴 모연수는 그녀를 가장 못나게 그렸고 그
대로 화첩에 실리게 된 것이지요.
흉노족의 사신에게 그 후궁에 대해서 입이 마르도록 거짓 칭찬을 했던 왕에게 작별 인사를 위
해 들른 왕소군을 바라본 황제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첫 눈에 반해 버릴 정도의
절세 미인이 서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후대 사람들이 중국 역사를 통틀어 아름다운 여인이라
평가를 하는 양귀비, 서시, 초선과 함께 중국 4대 미인으로 꼽히는 여자였으니까요.
왕소군의 실물을 본 황제는 땅을 치면서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너무나 화가 난
황제는 뇌물을 받고 사심의 마음으로 붓을 휘둘러 최고의 미인을 악의로 추녀로 그려 낸 왕
실 화가 모연수를 그냥 둘리가 없었습니다. 바로 그 날, 왕실 화가 모연수는 목과 몸뚱이, 팔
과 다리가 분리되어 죽는 참화를 당하고 말지요. 중국의 정통 역사 뒤에서 회자되는 이야기
들을 기록한 서경잡기(西京雜記)라는 책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한나라를 떠나 흉노 땅에 도착한 황량한 풍광을 바라보면서 왕소군이 느꼈을 상심(傷心)과
망향(望鄕)의 슬픔을 노래한 시인 동방규의 <소군원(昭君怨)>이라는 시에는 이 이야기를 주
제로 한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 자연히 옷 띠가 느슨해지니
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 이는 허리 몸매 위함이 아니었도다.
*
요즘 같이 쌀쌀한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면 어김없이 쓰이는 표현, '불사춘(不似春)"
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바로 동방규의 시에서 인용된 표현이며 또 그 이면에는 이런 기막힌
사연이 있습니다. 엊그제 내린 봄 폭설 때문에 봄 같지 않은 이 즈음에, 돈과 뇌물을 좋아하
여 하루 아침에 생사가 뒤바뀐 화가를 통해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배워야 할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게 되네요.
*
영숙아~~잘 지냈니?
꽃샘바람이 매서운 초 봄에 맞는 ~~춘래 불사춘~~
그 뒤에 숨어있던 이야기
영숙이 덕분에 잘 읽었다.
학교가 시작을 했으니 바쁘지?
그렇지 않아도 어디가 아픈가? 연락을 해 보려 했지!
나두 매일매일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곳이 많단다.
옥인,은열 !
멀리 있는 너희들이 젤 먼저 읽었구나.
은열아 사람은 나이들면서 갈곳이 많아야한다
그리고 바빠야 행복한 것이야
3월 내내 눈 코 뜨새 없이 바빠 홈피에 정말로 오랫만에
들어오니 장선화가 등장 하기까지... 너무나 반갑다.
제대 말년에 너무 업무가 과중하여 몸살 날 틈도 없구나
꾹 참고 평온한 내일이 오리라는 기대감에 하루를 보낸다.
어제 오늘 이곳은 황사가 너무 심하고 쌀쌀한 봄 바람이 먼지를 몰고와
길 거리 행인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버버리 자락으로 몸을 감싸고 다녀
멀리 있는 친구들 홈피에서 항상 만나니 전혀 멀다는 생각이 안든다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구 ~~~~~
영숙아 좋은글 고마워~
마음 깊게 그 뜻이 와 닿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