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회 - 게시판담당 : 구창임
Away from Her
우리 결혼하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청혼하는 그녀에게
즉시 그러자고 대답한 그.
그녀에게 생명의 환한 광채가 느껴졌단다.
그럴 수 있겠지,
겨우 18세였으니~~~.
새 순이 울라오는 듯한 기운이 그녀 주변에 넘쳤겠지.
그들은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내지 않고 44년을 같이 살았다.
함께 스키를 탄다,
활강 보다는 크로스 컨추리.
그들의 삶도 크로스 컨추리 스타일이다.
함께 이야기 한다.
뭐든,
감추거나 숨기지 않고.
함께 산책을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함께 식사를 한다.
매일 매일.
함께 책을 본다.
잠들기 전 남편은
그녀에게 오딘의 <아이슬란드에서 온 편지>를 읽어 준다.
남편은 교수였다.
젊고 아름다운 여학생들이 주변에 널려 있었고
그 중에는 죽기까지 그를 사랑한 여학생도 있었다.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그녀를 떠나지도 않았고
그녀를 버리지도 않았다.
생명의 광채가 넘쳤던 그녀에게 알츠하이머란 병이 찾아 왔다.
불이 환하게 켜진 큰 저택의 수 많은 방에 불이 하나 하나 꺼져 가다
마침내 저택이 어둠 속에 잠겨 버리는 것과 같은 병이라고 한다.
최근 기억 부터 사라진단다.
후라이팬을 냉동실에 넣는다거나,
와인을 와인이라 부르지 못하거나,
편지를 우체통에 넣어야 하는 걸 모르고,
극장 안에 불이 났을 때 어디에 전화 해야 하는지 생각나지 않고,
스키를 타고 나갔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을 잃어버린다.
그녀는 결심한다.
병이 더 깊어지기 전에 요양원으로 들어가기로.
알츠하이머 전문요양원의 규칙은 처음 한 달 간 면회금지다.
한 달은 요양원 생활에 적응하는 최소의 기간이란다.
부부는 결혼 후 처음으로 떨어져 지낸다.
한 달 후,
그녀는 남편을 감쪽같이 잊어 버렸다.
그 곳에서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이제는 모든 것을 그 남자와 함께 한다.
- 함께 카드 게임을 하고,
- 함께 산책을 하고,
함께 이야기한다.
남편은 힘에 부치도록 그 남자를 위해 온갖 수발을 다 들어주고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헝클어진 머리를 한 그녀의 모습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를 찾아간다.
그녀를 포기 하지 않고 그녀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녀를 떠나는 건 사랑에 빠진 그 남자다.
남자가 요양원을 떠나자 그녀는 상실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절망에 빠져 점 점 병이 깊어 가는 그녀~~~.
기분전환을 해 주려고 20년간 살았던 집으로 데려와도 집으로 데려다 달라는
그녀를 요양원으로 보낸 후 그는 결심한다.
그녀를 멀리 멀리 보내주기로!
그녀의 사랑을 되찾아 주기 위해
그 남자의 집으로 찾아가 그 남자의 부인에게 사정한다.
자기 아내가 사랑하는 그녀의 남편을 요양원으로 보내달라고...
사랑하는 아내의 사랑을 되찾아 주기 위해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기 힘든 것 모두를 한다.
아내가 사랑에 빠진 남자를
아내에게 선물로 데려 온 남편.
꺼져 버린 그녀의 방에 잠깐 불이 들어 온 것일까?
그녀는 남편을 알아 본다.- 남편이 읽어 준 오딘의 <아이슬란드에서 온 편지>를 기억해 내고
남편에게
'당신은 나를
버릴 수도 있었는 데,
버릴 수도 있었는 데..
그러지 않았다고.하며, 꼭 안아 준다.
멀리 떠나기 전 그녀는
남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것일까?
남편에게 마지막 선물을 한 것일까?
이런 남편이라면 44년 아니라
100년이라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이 아니라 남편은 천사였다 ..
너무 쉽게 헤어지고
너무 쉽게 잊혀지고
너무 쉽게 사라지는
요즘 사랑에 비하면 .!
숭고한 사랑으로 남을 수 있겠지.
현실에는 없고 영화에서나 있는 남자일까?
"진실은 그게 아닐까?
비록 우리 이렇게 멀리 고역의 땅으로 흘러와 후회할지라도
계속 마음을 다잡아 공통의 신념을 위해
개인의 다른 생각은 버리고 손을 잡고, 발을 맞추어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항상 손을 잡는다.
겁에 질렸을 때도."
"연인들은 떠날 지 머물 지 결정하지 못한다."
"예술가와 의사는 번번히 돌아온다."
"미친 사람만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의사들은 떠나면서 계속 걱정한다."
"자신의 기술이 고통받고 버림받을 것을"
"거인들과 요정들을 오랫동안 보아온 연인들은
자신들의 몸집은 그대로인 지 의심한다."
그리고 예술가는 조용히 기도한다.- "세상 그 무엇보다 순수한 걸 찾게 해 주소서."
"독특한 것이어야만 합니다."
"이를테면, 역사의 모습을 깨닫게 해 주소서."
"저의 의심과 방황이사라지도록."
"오늘과 어제가 한 몸처럼 같도록."
오딘의 <아이슬란드에서 온 편지> 중에서....
역시 아름다운 영화이야기일세~~~
언제부턴가 사랑이란 단어보다
정이란 것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다보니
영화를 보며 엄청 감동받을 것 같아!ㅎㅎ
옥인이도 석순이도 영원한 로맨티스트이지?
영희야~
영화를 직접보면 또 다른 느낌이겠지?
'사랑'이건 '정'이건 옆지기가 제일 만만하지? 너말이야^^
같이 가서 봐봐, 그리고 겁도 줘보고 ㅎㅎㅎ
이사진과 글을 보면서 44년 동고동락하고도
떨어져있던 한달후에 아주 잊어버릴수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어.
여인이 평소에 현실 도피하려는 잠재의식의 반영이 아닐까?하고 ...
영화나 소설이 바로 그시대의 반영이라는데,
이여인 걸린 병에는 증말로 안 걸리고 싶으네 ㅠㅠ
그러니까 한국말로 치매의 일종이지?
하긴 맘대로 되는게 건강은 아니니까 평소에 조심하자 .
요즘 석순이가 컴을 배우더니 옥인이에게
감동의 영화 이야기까지 소개를 하다니~~
오늘 아침 보스톤 공항에서 통화 했는데 이곳에서
소식을 들으니 너무 반갑다.
춘월은 내 전화에 무반응? 어드메 갔남?
석순이가 이제 롱 아일랜드의 봄을 계속 실어오길 바라겠다.
9기방이 친구들 모이니 환한 봄이구료~~^*^
춘월인 눈하고 귀는 있는데, 손가락이 말을 안들어~~껄 껄 껄!
롱 아일랜드~~ 말만 들어도 영화같으네~~~
옥인아~~가슴이 저리도록 슬프고도 숭고한
부부의 이야기구나~~
우리~~친구들아~~!!
모쪼록 아름답게 늙어가자~~
받아들일건 받아들이고`~~
순리에 맞게 ~~긍정적으로 살자구요~~
그래도~~잊지 말아야 할 것은~~
건강관리는 잘 하면서 말이야~~~*^^*
창임아 ~ 나는 이 얘기를 접하고는 가슴이 저르르했었지.
누구에게도 닥칠지 모르는 치매라는 병을 생각하면서...
정신도 육체처럼 건강하도록 운동해야겠지?
ㅎㅎㅎ 정신운동을 시작하자구^^ 하낫! 둘! 셋!............................
옥인씨가 소개 한 것으로, 마악 영화를 봤어요.
사진을 곁들인 리뷰가 참 잘 됐네요.
쥴리 크리스티~ 영화를 보는 내내, 이름은 많이 들은 이름인데
누군지 늙어도 참 아름답다고 생각 했어요.
젊은시절에는 지적인 얼굴이었지만
정말 아름답게 늙었군요.
이 리뷰를 멀리, 좀 가져가도 될까요?
이수인 선배님,
물론 가져가셔도 되요^^
그런데 멀리가 어디만큼 먼곳인지 궁금하네요 ㅎㅎㅎ
저는 이 얘기를 미국에 있는 친구로 부터 메일로 소개 받었었거던요.
인터넷통한 세상이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에요^^
이영화를 계기로 옛날 영화를 찾아보니 쥴리크리스티뿐이 아니라
오마샤리프나 다른 배우들의 현재와 과거를 비교하게 되더라구요.
멋있게 늙는 형과 초췌하게 늙는형이 구분되면서
세월따라 누구나 늙는다는 것이 기정사실이지만
너무 나이를 포장하지는 말아야겠구나 생각이 들었지요.
정말 좋은 세상이죠?
저도 당장 다운 받아서, 침대에 누워 볼 수도 있었으니...
대화가 많지 않은 조용한 영화여서
졸다가, 이틀에 걸쳐 봤어요.ㅎㅎㅎ
제가 어디로 가져가는 건 다음에 얘기 해 드릴께요.
그것도 기회가 되면...아직은 비밀.
옥인씨도 뭔가 있으면 곧장 찾는 좋은 습관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조금요.
좋은 주말 보내시고, 다음에 또 봐요.
이 영화를 생각하면서 슬픈실화가 떠오르는데...
육체적 으로 어느날 부터 이상이 와서 연주생활을 중단해야 했던
불후의 첼리스트 샤클린 드 프레의 비극적 삶이...
그로인해서 사랑하던 Daniel Barenboim과도 헤어져야만 했으니
(당대의 피아니스트로 같이 연주도 했었으며 현재 지휘자로 활약)
결국은 42세에 생을 마쳤고... 엘가 첼로 협주곡을 올려볼께요.
Elgar Cello Concerto (I. Adagio - Moderato)
Orchestra: BBC Symphony Orchestra
Conductor: John Barbirolli
Composer: Edward Elgar
Cellist: Jacqueline du Pr? (26.01.1945 Oxford~ 19.10.1987 London)
꺼져 버린 그녀의 방에 잠깐 불이 들어 온 것일까?.... (본문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야기야요...
석순이가 메일로 보내준 것을 조금 (글자 간격,크기,색상, 사진크기..) 손 보아서 올렸고만요.
석순아~!
니 승낙대답 기다리지 못하고 올렸데이... 괞챦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