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은 구름에 갖혀 보이지 않고

정월 대 보름날 대신

뽀얗게 살색 고운 시어머니가 떠올랐어요

 

마음만 앞서고

둥둥 대며 살던 내 살림의 대들보로

15년을 버텨 주심을 지루해 하던 죄책감이 동그랗게 맴을 돕니다

 

정월 대보름 3일 후가 내 생일이라

보름 부스럼 만 깨고

나물은 생일날 차려 주시던 묵은 정

 

환갑은 과거의시간이고

진갑은 앞으로 살아갈 새로운 시간 이라는데

올해엔 큰딸이 할머니 대신 생일상 차렸지요

 

그 구수한 검은 나물 맛

아무리 조물조물 주무르고 볶아도

시어머니의 쫄깃하고 구수한 그 맛이 아닙니다

 

지금껏

누구든 기대어 살아온 습관을

진갑 정월 보름날

 

달없는 달얼굴 시어머니로

늦게 철든 며느리가

새 길의 이정표를 아직도 가름 못하고 서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