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iel 074.jpg daniel 073.jpg

 

큰 라스포삭 가방을 들고

어제 예고도  없이 남북이가 울 사랑방에 들이닥쳤다.

 

몇 달 만인고?

반가워 부둥켜 안고 깡총거림이 사춘기 소녀 시절로 돌아간듯

그렇게 허물없이 지내는 남북인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건 예외가 허구헌 날 있을 수 있음을

이야기로 펼쳐 보여 주었는데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기로에서 멀쩡히 나타난 남북를 보고 웃기로 맘속으로 결정해 버린건

남의 불행이 내 행복이라는 놀부 심보가 절대 아님을 밝혀둔다.

 

대학시절 남북이랑 제주도에 보름간 봉사활동을 같이 간적이 있었는데

쬐끄만 남북이가 가마솟에 밥안치고 큰 다라이에 반찬 만들어

봉사대 대식구를 걷어 먹인 사건은 충격이었던 적이있다.

난 그때 왜그리 골골했던지

감기몸살로 빌빌 거리니 해논 밥 얌체처럼 축내고 뒷설거지도 밀어

참 인기없는 대원중 일인자 였을것이다.

그때 남북이는 타대학 남학생들에게 상종가를 치며 인기 절정이였다.

귀엽게 생긴 꼬마 아가씨의 헌신과 음식솜씨에 마다할 자 누가 있겠는가!~~~~

 

그런데 이때 부터 조짐을 보인건 일 잘하는 자에겐 일복이 터진다는......

 

인기 상종가 칠때 한남자를 골랐더라면 지금의 남북이의 팔자는 확 바뀌어

휠드에 나가 콜프채 흔들며 시시때때로 외국여행에......

만나 뵙기 조차  하늘의 별따기로 힘들었을 것이였을 텐데,,,,(그렇다고 행복한 남북이일것라는 생각은 뒤로 밀어버리고...)

언감생심 내가 남북이를 이리 흉허물 없이 대할수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

 

어느날 보니 남북인 시집가서 왠탕 남자들 투생이인 집에 안방 마님 노릇을 하고 있었다.

시어머님 이미 돌아가셔 안계신 집에 시아버님이랑 줄줄이 시동생들이랑....

이때부터 안방마님은 일복이 왕창 터진것이다.

학교보내 직장잡아줘 장가보내

낭중엔 시아버님까지 장가보내 드리고 나니

남북이의 두아들 치닥꺼리

남편사업 뒷바라지

약한몸으로 애들 학원비 보탠다고 아르바이트까지.......

제대로 장성한 두아들 독립시키고 장가보내고.....

탈진한 몸 추수리고

이젠 룰루랄라 내인생은 나의것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정신없이 배우는 것에 탐닉한 남북인 문화쎈터 터줒대감이 되고있었다.

 

어쩌다 남북이 생각이 나도 문화쎈터 학동노릇에 무진 바쁠것이란 생각만 했을뿐

따로 전화질은 안하고 지냈는데

그동안의 일어난 일이야 그리 큰 사건은 아닐지라도

남북이에겐 혼빠진 고된 노역의 시간이었으니

사건의 전말은

지난해말 회사 워크샵 떠난 아들이 다쳤다는 소식에 혼비백산

인하대 병원 응급실에 옮겨다 놓고 간병인 노릇은 오로지 남북이 몫이였다.

이제 돌도 안된 손주랑 씨름하고 지낼 며눌에게 병원일을 맡길 남북이는 아닌것이다.

며눌은 오로지 손주만 잘 보면 되는 일

손님처럼 잠깐 얼굴 비치고 사라지면

발됫꿈치뼈가 다중골절된 아들의 발이 된 남북인

 대소변 수발에 퇴원할 때 까지 내내 병원생활을 본의 아니게 하게되어 심신이 다 지쳐버렸다.

때 마침 손주의 돌은 코앞으로 다가와

미리 예약한 연회장은 취소가 안되고

축하객들에게 나누어 줄 타올세트는 부지런히 미리도 도착해 거실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고

안하려고 하던 돌잔치를 예정대로 치루게 되었는데

휠체어에 애아범 태우고

며눌 머리 치장하는 내내 손주 보아주고

드뎌 칠보단장하고 나타난 며눌에게 손주 패스하려는 순간

손주가 지에미 보더니 그냥 울음보가 터지며

절대루 에미품에 안안기고 남북이 품에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우는데

남북인 일생일대 이리 큰 벌을 서본적은 처음이라네~~~

이유인 즉슨 미장원에서 멋들어지게 올린 머리와 길게단 속눈섶  모처럼 화장한 얼굴에서 나는 분냄새~~

도저히 손주의 엄마가 아닌 테레비에서 봄직한 타인임을 감지하고

시끌벌적 변화된 환경에 적응이 안된 남북이 첫손주는

오로지 남북이 품에 안겨 3시간 내내 우는아이 달래느라구

정신과 육체가 지옥을 헤메고 왔다며

이야기 하는 남북이~~~

진짜 일복은 따로 타고 난 것 같다.

 

그 후유증으로 손주는 병원에 입원

아들 손주 병원에 두고 이놈의 삼재(?)는 언제나 끝날꼬 장탄식하며 보낸 세월~~

 

이젠  아들도 잘 회복되어 회사에 정상 출근하고

손주놈도 건강히 잘자란 다며

동영상 보여 주겠다고 여유 부리는 남북이~~~~

누가 인일 출신 아니랠까봐 열공하고 있는 한자 교습책까지 보여 주며

스포츠 댄스에 일본어에 한학까지 도전한 맹렬 여인 남북이~~~~ 

 

지난번 남북이가 울 사랑방에 왔을때

남북이 옆지기에게서 온  전화생각이 불현듯~~~`

 

" 우리집 강아지 이야기 잘 보았어요.

후속타는 언제 읽을수 있나요?"

 

"남북이가 이야기꺼리 만들어 와야 되겠지요" 

 

"그리구 여행 다녀오셨다면서요?~~~울 남북이 내가 유럽 여행 보내준다면 안믿어요.

제가 미선씨 앞에서 약속하는데 꼭 유럽 여행 시켜줄꺼예요"

 

오늘은 남북이 옆지기에게서 전화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남북이 하는 말

아침부터 한문 공부 한다고 가방 둘러메고 진종일 나돌아 다니며

저녁식사 챙기는것도 내동댕이 치며 수다 방앗간 차렸는데

요렇게 너무 늦으면  전화를 걸지도 받지도 않는 남북이에게 삐지신다나 뭐라나~~~

 

그리고 옆지기 전화 와도 일부러 안받는다는 남북인

 집안 식구수 대루 전화오면 컬러링이 다른 최신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데

남편 핸드폰 소리 들리면 무조건 안받는다네~~

이유인 즉신

나 참 염장  질러도 유분수지

전화때마다

 

"여보~~~ 사랑해!~~"소리에 질린다는데....

 

가로 늦게 신랑복 터진 남북인 옆지기 건강하면 평생직장 있으니 그나이에 정년없이 돈벌어다 주는 금고를 끼고 살면서

가없는 사랑에 흠벅 쌰워하며 사는 남북인

넘치는 복에 정신마져 혼미해져 동서남북을 못 가리는모양

수도 없이 사랑 고백하는 그 목소리가 듣기 싫다나... 나원 참 참~~~

 

"미서나~~~왠  사랑이 그리 헤프다냐!"

 

이 소리를 남기며

우린 동인천역 앞에서 헤어졌다

 

아직도 내귓전엔

 

"왠 사랑이 그리 헤픈거다 냐~ 아 ~ ~~ 아 ?~~~~~~"하는 남북이 목소리가 맴돌며

우쉬!~~

나도 헤픈 사랑의 고백이라도 들어 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