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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빗소리가 들린다.

또닥또닥.....제법 굵은 빗소리.

여기서는 정말 귀한 비다.


10월 뉴욕에서 돌아오자, 이틀 간 비가 제법 세차게 내렸다.

그건 거의 7개월 만에 내린 비다.

올겨울에는 사상 유래 없이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거라고 한다.

그래서 엘에이의 기후가 변할 런지 모르겠다.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밖을 내다본다.

가로등 아래 벚나무 잎사귀가 번들거린다.

나뭇잎에 수정 같은 물방울이 매달려있다.

늦은 밤에 빗소리를 듣는 것이 얼마만인가.


한국 나들이 한지도 벌써 3년이 되어 간다.

어느 비오는 밤, 우산을 쓰고 신포동 거리를 걸었다.


우산아래서, 비의 찬 감촉을 느끼며

어디선가 날라 와 배여 있는 비릿한 냄새- 향수를 느끼게 하는

바로 그 인천의 냄새를 맡으며.

 

따스한 불빛과 커피 향이 베여 나오는 찻집을 지나고

비에 조금씩 젖어들듯,

지나간 날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후회나 회한 같은 것에 젖어 걸었다.


이곳은 비가와도 우산을 쓰고 걸을 곳이 없다.

운동으로 걷는 사람 외는

걷는 사람이 없다.

빗속에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없어 아쉽다.


내일은 집 앞에 낙엽이 수북이 쌓일 것이다.

온도도 많이 내려 갈 것이다.


늦은 밤, 내리는 비는 아마 밤새 내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