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

홈 페이지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윤용혁님의 쫑에 대한 막내동생에 대한 이야기 답글 중

정순자 선배님의 "우리 도산학"이라는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눈물이 나도 모르게 왈칵 솟구쳤습니다.

그 동안 잊혀졌던 "우리 산학이..."라는 단어를 이곳에서 선배님에게서 듣게 될 줄이야......

 

이 단어는

 한 잔 술에 기분이 좋아지면, 우리 남편이 버릇처럼 부르던 단어이었으니까요?

"우리 산학이"

"우리 산학이"

남편 친구들은 "그래, 알았어. 너네 산학이야" 라고 놀려대곤 했지요.

 

평소엔

"야", 아니면 아이 이름으로 부르는 남편에게 내 친구 혜원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혜원이는 남편이 "베이비" 라고 부르는데

나도 "야" 라고 하지 말고 그렇게 불러 줘" 했지요.

듣고있던 남편 선선히 "알았어, 그것이 뭐 어려운 일이라고" 하면서 덧붙이는 말이

"베이비"를 빠르게 하면 "비보, 비보,....바보가 되니까 바보라고 부를께" 라는 것이 아닌가요.

기가 막힌 나는 "어쩐지....관 둬" 했더니

"야, 네가 애기처럼 예쁘길 하냐?  아니면 네 친구처럼 미인이기를 하냐?

말은 바로 하라고, 바랠 것 바래야지"

물론 그 날 대판 싸웠습니다.

 

그런 무뚝뚝하고 멋이 없는 남편도

남 앞에서는 "우리 산학이..."했으니 놀림감이 되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러나 막상  이별을 할 때에는

그 이름도 못 다 부르고 마지막이었습니다.

입술만 달싹이며 애를 쓰며 부르고 싶었던 내 이름 석 자...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말이 얼마나 다정한 말이었는지

그 누가 있어 나를 또 그렇게 불러 줄까싶어

가끔 그렇게 나를 부르던 남편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는데

그런데 정순자 선배님이 갑자기 그렇게 불러 주시니 얼마나 놀라고 한편으로는 반가왔는지요.

 

이제는 들을 수 없구나 했던

그 말을 들은 오늘

분에 넘치는 사랑에 내 이름 석자를 걸고 쓴 글들이 무척이나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조금만 더 신경을 쓰고 잘 쓸 것을.....

 

다 지나고 봐야

그 사랑을 안다고.

그 때는 그 말이 그렇게 가슴을 저미는 다정한 말인 줄을 왜 몰랐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