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plantation

지난 금요일 밤, 가네 못 가네 하던 과테말라 여행을 무사히 떠나게 되었다.

11월 1일 주일날 밤에 갑자기 구토와 설사를 시작하여 만 이틀을 초죽음을 하고나서

잠깐사이에 몸무게가 9 파운드를 빠지고는 속한 회복이 잘 안 되었던 것이다.(몸무게 빠지는 것은 이 나이에 딱 질색임) 

온 세상에 신종 플루가 심하게 유행된다는데 약해진 몸으로 외국 여행을 갈수 있을까 심히 걱정이 되어

포기 일보직전을 왔다갔다 하였었다..혹시 남의 나라에 가서 도움은 커녕 짐이 될까 걱정이 되었으니까.

 

그러나 의사 딸은 대번에 "엄마 갈수 있어. 사흘 지나 닷새쯤이면 완전히 나을꺼야..

설사만 멈추면 전염될 위험은 없는 거야."

막둥이 아들도 냉정하게 "엄마 갈수 있어." 잘라서 말을 하니

은근히 가지 말라는 말을 듣고 싶은 엄살하는 마음에 약간 섭섭했다.

그러나 그애들 말과 조금도 다름없이 목요일이 되니 조금씩 낫기 시작하여

떠나는 금요일에는 마지막 2-3 파운드를 남기고 98 프로쯤 완전히 회복이 되었던 것이다.

...................

 

피닉스에서 떠나 엘에이서 과테말라행 비행기를 바꾸어 탈 때였다.

너무나 엘에이 공항이 어지럽고 공기가 탁하기 그지 없었는데 사람은 얼마나 많은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한도 없이 늘어서 있는 사람들 속에서 두시간을 지나게 되니 떠나기도 전에 지쳐버렸는데...

 

Insun Rhee, Please come up to the gate...

먼 발치에서 들어갈 내차례를 기다리고 서 있는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비집고 맨 앞으로 나가 보니 승차가 시작되었는데

아래 층에서 받은 내 비행기 죄석표를 바꾸어 주며 먼저 탑승을 하라는 것이었다.

 

표를 들고 가 보니 이게 왠말?

내가 워낙 가졌던 표인 오른쪽으로 꺽어져 27번째 줄 맨 끝이 아니라

왼쪽으로 꺽어져 앞에서 첫줄인 2C 석이 아닌가!

세 좌석이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두개의 넓은 자리가 나란히 몇줄있는 비지네스 석에서도 제일 첫줄!

어떤 키가 큰 과테말라 신사가 내 옆자리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 옆에 가서 냉큼 앉기에는 좀 주저가 될정도로 흥분이 되었다.

누군가 나를 비지네스 석으로 엎그레이드를 시켜준 것이다!

스튜어디스는 아주 상냥하게 내 코트를 받아다 걸어주고 와인을 마시겠느냐고 물었다.

 

그런일이 한두 사람에게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나하고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수도 없이 비행기를 탔는데 의례 최고로 싼 것중에서도 제일 싼것으로 사서

당연히 맨 뒷줄에 겸손히 앉아 갈수 밖에 없었고

일등석에 앉아 비행기 뜨기전에 여유롭게 와인을 마시는 잘나가는 사람들을 지나갈 때

부러운 마음으로 쳐다보곤 했었는데.. 내게 이런 일이?

잘 사보지도 않지만 복권도 당첨 된 일이 없고,무슨 경품 잔치에 뽑힌 것이라곤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고작 스타킹 하나 타본 일 밖에는 없는, 말짱 꽝인 내게도 이런 일이?

 

언뜻 아들이 엎그레이드를 시켜 주었을까?

남편이 시켜 주었을까? 나를 남몰래 사랑하는 숭배자가? ㅎㅎㅎ

아무리 빠르게 머리를 써봐도 그럴 사람은 하나도 없는 이 몸에게 이게 왠일일까?

차마 스튜어디스에게 왜 누가 돈을 냈느냐고 물어도 보지 못했다.

다시 그 맨 뒤좌석이 네것이니 그리로 돌아가라고 할까보아서.

 

아무튼 이렇게 예상치도 않은 재미난 일이 벌어진데다가 내 옆의 그 미남 과테말라인은 여지없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사람이었으니 이런일을 보고 설상가상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점입가경이라고 하렸다!

그사람은 영어도 기가 막히게 잘하고 나와 코드가 아주 잘맞는 크리스챤!

잘나가는 비지네스 맨인가 했더니 그것은 아니고 과테말라에 일년간 가 있는 부인을 만나러 가는데

보스가 일등표를 사줘서 비지네스 석에 탔다는 엔지니어이었다...

 

정말 마음이 깨끗하고 신실한 사람으로 온갖 간증이 가득하였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뚝뚝 묻어나와 이야기만 듣는데도 전염이 되니 너무나 은혜가 되었다.

매주말 마다 자기 목사님을 따라 다니며 전도를 한다는 사람이니 그런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몹시 행복해지고 찬양이 마음속에 가득하게 되었다.

그래서 선교여행 이야기도 나누면서 자칫 지루하고 괴로운 밤 비행기가 신나는 달밤이 되었다는!

 

곰곰히 생각하니 이런 일은 하나님이 정해주신 코메디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인도인식 해석으로 3 천년 전에 이미 예정된 하나님의 섭리의 밤!

피곤한 내 영혼을 위로하시려고 이런 촌극을 마련해주시고

그 사람을 만나서 아직 선교에 준비가 덜 된 나를 새롭게 만들어 주시는 그분의 따뜻한 배려가 아니었을지!

 

잠은 한숨 밖에 못 자고 새벽에 과테말라 공항에 내렸지만 조금도 피곤치 않고 신이 났다.

그리고 찾지도 않았는데 금방 시카고에서 온 식구들을 만나 합세하고

또 금방 공항 대기실에서 과테말라에 살고 있는 친구 부부의 밝은 얼굴을 대하니

참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4 번째의 과테말라 의료선교의 일주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과연 이 한주간 동안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2009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