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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 지 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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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을 기다리는 이의 '마음 풍경' ^^ * 장석남·시인

 

기다리는 일이란 대체로 진을 빼는 일이다.

어찌 보면 그것은 고급한 형벌같다.

그래선지 세상의 모든 경전은 참고 기다리라고 가르친다.

 

우리같이 여염한 인간이 경전을 싫어하는 것은

바로 그런 가르침 때문이다.

 

어떻게 그 형벌을 이겨내는고.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

참으로 쓰디쓴 말이다.

 

이 시는 기다림이란 형벌 받는 자의 내면의 눈금이다.

심전도 검사 때의 그 그래프 같지 않은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

다시 문이 닫힐'때까지의 눈금의 급격한 상승,

그 클라이맥스에서 삼세번 아슬아슬하게, 불안하게, 순간적으로

'너'라며 이어지다가 급격히 눈금은 추락한다.

사랑을 앓는 자의 혈압.

그것을 추동하는 약속 시간과 맥박의 전개가

이 시의 매혹이자 기존의 '연애시'와 다른 '모던'함이다.

 

'아주 먼 데'있는 사랑하는 이를 이렇게 기다리는 일을

우리는 고통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이 시는 사랑의 시이면서 동시에 고통의 초상화다.

 

~~~~하략~~~~~~~